하느님께서 그대 안에서 좋은 일을 시작하셨으니..
오늘은 부활 제 4주일이며 사제들과 수도자, 그리고 성소자들을 위해 기도하는
성소주일(聖召主日)입니다.
북아프리카 히포(Hippo)의 주교였던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여러분을 위하여 저는 주교이지만 여러분과 함께 저는 그리스도인입니다.
제가 여러분을 '위하여' 있다는 사실이 저를 두렵게 하지만 제가 여러분과
'함께' 있다는 사실이 저를 위로해 줍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성인의 말씀처럼 그리스도 공동체의 일원 가운데 주님의 부르심을 받은
모든 성소자, 특히 사제들은 당연히 공동체를 위해서 존재해야 합니다.
해마다 사제 서품식에 참석해 보면 긴 예식 가운데 가장 마음에 드는
말씀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새 사제들이 두 손을 모아 주교님의 양 손 안에 넣으며
순명을 서약하는 부분에 나오는 말씀입니다.
"그대는 나와 나의 후임자에게 존경과 순명을 서약합니까?"
"예, 서약합니다."
"하느님께서 그대 안에서 좋은 일을 시작하셨으니 그 일을 친히 이루어주실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사제들 안에서 시작하신 "좋은 일"이란 과연 무엇이겠습니까?
그것은 다름 아닌 어린이, 청소년들과 예비신자들에게 신앙을 가르치는 일,
교우들에게 복음의 기쁨을 선포하는 일, 새로 태어난 어린이들에게
주님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는 일, 새 가정을 꾸미려는 젊은이들의 숭고한
혼인서약을 공적으로 받아들이는 일, 회개하는 죄인의 고백을 듣고 격려하며
주님의 이름으로 그 죄의 사함을 선언하는 일, 병자들을 방문하여 영혼의
양식을 통해 위로하는 일, 사회의 소외된 약자들을 찾아가 연대함으로써
정의를 실현하는 일, 그리고 무엇보다 주님의 거룩한 성체를 축성하고
교우들에게 나누어주는 일이라 할 것입니다.
이처럼 주님의 사제직은 참으로 숭고하고 아름다운 직무입니다.
하지만 사제도 한 사람의 나약한 인간이기에 이 직무를 온전히 수행하기에
많은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특히 요즘처럼 사회가 복잡 다양해지고 많은 유혹이 도사리고 있는 상황에서
많은 젊은이들이 성소에 대한 관심을 버리게 되고 기성 사제들도
한계를 느끼며 주저앉게 됩니다.
하지만 아우구스티노 성인처럼 모든 사제들도 자신 앞에 놓인 많은 일들에
두려움을 느끼면서 동시에 하느님께서 자신들과 함께 하신다는 사실에서,
또한 많은 교우들이 함께 기도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커다란 위로를 받습니다.
따라서오늘 교회는 전 세계의 모든 성소자들을 위해 기도하자고
제안합니다.
"사제는 신자들의 기도를 먹고 산다."는 말씀이 있습니다.
오늘 성소주일을 지내며 모든 사제들이 부르심의 주인이신 예수님을 닮은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오늘 복음 말씀처럼
"양들을 잘 알고 그 양들을 위해 목숨을 내놓는" 착한 목자들이
될 수 있도록 많은 기도 부탁드립니다.
-이범주 사도요한 신부(교구 사법대리 겸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