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운 생선 한 토막과 평화

2015. 4. 27. 오전 6:3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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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운 생선 한 토막과 평화

 

 

생명은 한 그루의 작은 나무와도 같다. 겨울 동안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땅 속에서 새싹이 움트기를 기다린다. 그러다가 봄날의 촉촉한 땅을 뚫고 용감하게 솟아나온다. 나무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잎으로 공기를 빨아들이고 햇빛을 받는다. 비가 오면 노래를 부르고, 바람이 불면 춤을 춘다. 나무는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자신의 잎을 떨어뜨리고, 가지를 부러뜨리며 제 살을 깎는 전쟁을 치르고 나서 성장한다. 봄이 되어 꽃을 피우면 나비는 날아오고, 새들도 나뭇가지에 앉아 노래를 한다. 무성한 잎들로 치장한 나무는 열매를 맺어 감미로운 향기를 내뿜는다. 가을바람이 불어오면 나뭇잎은 빛바래고, 꽃을 피웠던 자신감도 열매를 맺었던 즐거움도 아닌, 성공한 다음에만 느낄 수 있는 중년의 편안함과 여유로움을 만끽한다. 그러다가 겨울바람이 불어오면 나뭇잎은 누렇게 변하고, 나뭇가지도 바싹 말라버린다. 나뭇잎은 땅바닥에 떨어져서 신음하지만, 나무는 기쁨도 슬픔도 느끼지 않는다. 땅은 마음을 열고 팔을 벌려 나무를 받아들인다. 땅으로 돌아간 나무는 언젠가 다시 흙 속에서 싹을 틔우고 한 그루의 나무로 자라날 것이다. 모든 씨앗이 나무로 자라는 것은 아니며, 나무로 자라지 못한 씨앗은 쭉정이가 되고 빈껍데기요, 빈털터리요, 빈깡통이 되는 법이다. 모든 물이 강물이 되어 바다로 흘러가지는 않고, 바다로 흘러 들어가지는 않은 물이 모여 호수를 이루듯이, 우리가 무언가를 지니고 있으면 얼마나 지니고 있을 것이며, 무언가를 놓아버렸으면 얼마나 놓아 버렸겠는가! 변화무쌍한 사계절을 견디며 성장하고, 땅으로 돌아가는 나뭇잎과도 같이 덧없이 작고 초라한 우리들 인생이란 거대한 세상의 소용돌이에 말려들어가 고통의 기슭과 즐거움의 기슭 사이를 쉼 없이 흘러가며, 눈부시게 환하면서도 칠흑같이 어두운 바다를 만나야 끝나는 기나긴 여행과도 같다. 찬란히 떠오르는 아침햇살과 조용히 저물어가는 노을이 만들어내는 조화 속에 머무는 인생이요, 기쁨과 고통이 뒤섞여 있고, 천박함과 숭고함으로 얽혀있는 인생살이다. 구운 생선 한 토막을 놓고 제자들과 담소를 나누시는, 부활하신 예수님의 모습 속에서 벌어서 먹고 살기 힘든 우리네 인생살이지만, 인생의 고난과 고통을 다 견뎌낸 편안함과 평화로움을 느끼는 한 주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조주환 알베르토 신부(송추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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