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만남
예수님 공생활의 신비를 기념하는 연중시기의 시작입니다.
연중시기를 시작하면서 복음에서는 예수님과 제자들의 첫만남을 소개합니다.
어떤 만남이든 첫 만남은 늘 설레게 마련인 것 같습니다.
물 좋고, 공기 좋고, 바람 많은 제주도에 파견 받은지도 벌써 4개월이 지났습니다.
첫 만남의 설레임도 이제는 조금씩 익숙함으로 변해가는 때입니다.
목포에서 4시간, 제주행 배를 타고 제주항에 내렸을때, 설레임으로 나를 반갑게
맞아 주었던 교우들의 모습, 첫 점심 식사로 고등어 구이와 전복뚝배기로 함께
밥을 먹었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맛있게 먹고 있는 나에게 '입에 좀 맞으시는지'를 물어보시는 교우들의 걱정스러운
모습도, 제가 전생에 제주도 사람이었던 것 같은데요. 라며 첫만남부터 너스레를
떨던 기억들이 새롭습니다.
야자수와 커다란 팽나무가 성모상과 성당 마당을 꾸미고 있는 아름다운 성당을
둘러보며 행복해 했던 첫만남의 순간도 잊혀지질 않습니다.
모든 일을 다 이루시고, 떠나가셨던 예수님을 기억하며 제자들은 아마 그분과의
첫만남을 기억했을 것입니다.
시간까지 기억하는걸 보면 모르긴 몰라도 그 첫 만남이 아주 진하게 기억되는 것
같습니다.
이제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 첫 만남을 통해, 그분으로부터 느꼈던 그 감동과
느낌을 조금도 잃지 않고 있습니다.
아니, 점점 더 확실해지고 명확해 집니다.
그분의 눈빛, 자신들을 바라보던 온유한 눈길, 그분의 매력적인 인상을 기억하며
제자들은 매일 매일 생생하게 그분과 함께 하는 삶을 살아갔을 겁니다.
그분으로부터 흘러나왔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신성에 매료되었던 기억들.
그리고 무엇보다 그분께서 하셨던 말씀.
"무엇을 찾고 있느냐?"
"와서 보아라"
하루를 함께 묵었던 안드레아는 그분이 단지 훌륭한 스승이 아니라, 그리스도이심을
자신의 형에게 고백합니다.
안드레아는 그분과 머물면서, 무엇을 보았고, 무엇을 느꼈던 걸까요?
어떤 강한 인상이 그를 사로잡았을까요?
우리도 그분과 머물면서, 그분을 보고, 그분을 느끼기를 간절히 청해 봅니다.
아루뻬 신부님의 시귀로 글을 마칠까 합니다.
주님 제게 가르쳐 주소서.
사람들을 바라보던 당신의 눈길을.
사시던 모습 그대로의 당신을.
당신의 이미지가 사람들을 변화시킨 까닭입니다.
-이원희 사도요한 신부(제주교구 파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