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께 전하는 감사편지

2008. 10. 10. 오후 2: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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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께 전하는 감사편지

    글 : 이해인클라우디아 수녀님 오늘은 비가 내립니다. 병원 창밖으로 보이는 나무들, 사람들, 자동차들 모두가 다 새롭게 보입니다. 엄마에 대한 원고를 넘기고 나서 갑자기 깊은 병이 발견돼 입원 후 수술을 받고 하루하루를 힘겹게 견디면서 저에겐 고통의 의미가 더욱 구체적으로 다가옵니다. 생전 처음으로 큰 수술을 받으면서 수없이 하느님과 엄마를 불렀고, 마취에서 깨어날 때까진 어딘가 딴 세상을 다녀온 느낌이 들었습니다. 엄마가 이미 가 계신 저 세상에 가도 좋고 좀 더 지상에 남아 제가 할 수 있는 사랑의 일을 하고 가고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몸으로, 마음으로 병을 앓는 세상의 수많은 사람들에게 저도 이젠 더 실감나는 위로의 말을 건넬 수가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지금껏 제가 강단에서 했던 좋은 말들, 사석에서 했던 좋은 말들, 책에 썼던 좋은 말들 다 잊어버리고 이제는 그날그날을 더욱 새롭게,고맙게, 반가운 선물로 마지막인듯 받아 안고 사는 일만 남은 것 같습니다. 이번에 몸으로 크게 겪은 이 아픔이 수도 생활 40년을 총정리하는 하나의 기도이고 시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병실에 있는 동안 기도해 주시고, 사랑의 격려를 아끼지 않으신 수도 가족들, 형제들, 친지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방문도 못 하고 안타까웠을 많은 독자들에게도 사랑을 전합니다.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나든 '모든 것 주께 맡기고 그분께 바라는' 선하고 고운 여종이 되도록 저를 축복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부족한 제게 쏟아 주신 분에 넘치는 사랑에 깊이 감사드리면서 제가 수술 후 마취에서 깨어나 읊었다는 시를 제 마음의 선물로 드립니다.
      울고 싶어도 못 우는 너를 위해 내가 대신 울어 줄게 마음 놓고 울어 줄게 오랜 나날 네가 그토록 사랑하고 사랑받은 모든 기억들 행복했던 순간들 푸르게 푸르게 내가 대신 노래해 줄게 일상이 메마르고 무디어질 땐 새로움의 포말로 무작정 달려올게 - '파도의 말' 전문 2008년 여름 병실에서 이해인 《엄마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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