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께 전하는 감사편지
글 : 이해인클라우디아 수녀님
오늘은 비가 내립니다.
병원 창밖으로 보이는 나무들, 사람들,
자동차들 모두가 다 새롭게 보입니다.
엄마에 대한 원고를 넘기고 나서 갑자기 깊은 병이 발견돼
입원 후 수술을 받고 하루하루를 힘겹게 견디면서
저에겐 고통의 의미가 더욱 구체적으로 다가옵니다.
생전 처음으로 큰 수술을 받으면서 수없이 하느님과 엄마를 불렀고,
마취에서 깨어날 때까진 어딘가 딴 세상을 다녀온 느낌이 들었습니다.
엄마가 이미 가 계신 저 세상에 가도 좋고 좀 더 지상에 남아
제가 할 수 있는 사랑의 일을 하고 가고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몸으로, 마음으로 병을 앓는 세상의 수많은 사람들에게
저도 이젠 더 실감나는 위로의 말을 건넬 수가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지금껏 제가 강단에서 했던 좋은 말들,
사석에서 했던 좋은 말들,
책에 썼던 좋은 말들 다 잊어버리고
이제는 그날그날을 더욱 새롭게,고맙게,
반가운 선물로 마지막인듯 받아 안고 사는 일만 남은 것 같습니다.
이번에 몸으로 크게 겪은 이 아픔이 수도 생활 40년을
총정리하는 하나의 기도이고 시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병실에 있는 동안 기도해 주시고,
사랑의 격려를 아끼지 않으신 수도 가족들,
형제들, 친지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방문도 못 하고 안타까웠을 많은 독자들에게도 사랑을 전합니다.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나든
'모든 것 주께 맡기고 그분께 바라는' 선하고 고운 여종이 되도록
저를 축복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부족한 제게 쏟아 주신 분에 넘치는 사랑에 깊이 감사드리면서
제가 수술 후 마취에서 깨어나 읊었다는 시를
제 마음의 선물로 드립니다.
울고 싶어도 못 우는 너를 위해
내가 대신 울어 줄게
마음 놓고 울어 줄게
오랜 나날 네가 그토록
사랑하고 사랑받은 모든 기억들
행복했던 순간들 푸르게 푸르게
내가 대신 노래해 줄게
일상이 메마르고 무디어질 땐
새로움의 포말로 무작정 달려올게
- '파도의 말' 전문
2008년 여름 병실에서
이해인
《엄마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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