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보다 먼저 마음을 녹이는 힘
가는 겨울이 못내 아쉬웠는지
춘삼월인데도 홍보대를 펼친 병원 마당은 제법 쌀쌀했습니다.
봄이라고 해도 꽃샘추위를 예상한 터라 옷깃을 꽁꽁 여민 채
도서홍보대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점심 후 조금 한가한 틈을 이용해서 동료 수녀님은
병원 내에 있는 경당에 기도하러 간 사이였습니다.
갑작스레 몰려드는 사람들로 경황이 없는데, 설상가상으로
신용카드 단말기가 꿈쩍도 안 하는 것이었습니다.
쌀쌀한 바람에 그만 얼어버렸나 싶어 걱정하며 이리저리 살펴보니
용지가 떨어져 멈춰 버린 것이었습니다.
계산을 하려고 길게 줄을 선 그분들에게 양해를 구한 뒤
부랴부랴 용지를 갈아 끼우고 있는데,
맨 먼저 오신 자매님께서 제일 나중에 계산하겠 노라며 다른 분들에게 웃으면서
기꺼이 양보를 하셨습니다.
고맙다는 인사만 간신히 드린 채 정신없이 계산을 끝내고 보니,
한참을 기다리셨던 그 자매님이 갑자기 품속에서 무언가 꺼내시는 것이었습니다.
아직도 따끈따끈한 캔 녹차였습니다.
어머니를 간호하러 병원에 들어오는 길에 밖에 서 있는 우리를 보고서
안쓰러운 마음에 준비하셨다며, 행여 식을까 봐 품속에 꼬옥 품고 계셨다는 것입니다.
살다 보면 나와 아무 관계도 없는 이들에게
생각지도 못했던 선물을 받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무 조건 없이 베푸는 사랑은 받는 이들의 마음을 순하고 착하게 정화하는가 봅니다.
사실 우리를 기쁘게 하는 것은 뜻밖에도 아주 작은 일들입니다.
소박하지만 긴 울림을 주는 작은 사랑의 힘…
‘자매님, 그날 품에 담아 오신 따뜻한 녹차를 받아 드는 순간
몸보다 마음이 더 먼저 따뜻하게 녹아내렸다는 것을 아시나요?
그리고 지금까지도 가슴 한편이 따뜻하다는 것을요.’
행복지기 수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