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섭섭했던 야훼이레?!

2008. 5. 3. 오후 10:3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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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성서사신간안내

 

조금 섭섭했던 야훼이레?!

아~ 아름다운 한라산!
드디어 오랫동안 가슴에 품어 왔던 한라산 등정의 꿈을 이루었습니다.
세상 끝 날까지 우리와 함께하시겠다는 약속대로 하느님께선 그날도 어김없이
저희와 함께하셨지요. 하지만 솔직히, 그날만큼은 조금 많이 섭섭했답니다.

성판악이라는 곳으로 올라 짙은 안갯속에서 살짝 그 모습을 드러내는 백록담을 보고
감동 속에서 산에서 내려오고 있었습니다.
너무나 아름답고 장엄한 풍광에 취해 일행 중 가장 뒤처져 내려오고 있었지요.
그런데 씩씩하게 잘 걷던 자매 수녀님이 그만 무릎에 통증이 왔습니다.
어찌나 아픈지 한 걸음 떼기도 어려운 모양이었습니다.
도저히 엎고 내려갈 자신은 없고,
어떻게든 도움이 되고자 지팡이가 될 만한 나무토막을 열심히 찾았지요.

하지만, 힘들게 찾고 보면 여지없이 썩은 나무라 뚝뚝 부러지고 말았습니다.
마침 지나가던 한 형제님이 당신이 짚고 내려가던 나무 지팡이를 주셨고,
그 지팡이로도 좀 힘들다 싶었는데 다른 형제님이 아주 좋은 등산용 지팡이를
선뜻 내주고 가셨습니다.
"역시, 하느님이 주시는 건 수준이 다르군!" 하며 머쓱해져 버렸지요.

그런데 이번에는 한라산 관리 직원이 우리를 발견하고는 자매 수녀님의 상태를 보더니
레일 차를 타고 내려가라는 것이었습니다.
"한라산에서 레일을 타고?!" 순간 귀가 번쩍했지요. 얼마나 재미있고 멋있을까,
상상만 해도 신이 났습니다. 그래서 "저, 보호자가 같이 타야하지 않을까요?"
조심스럽게, 사심 가득 담아(^^) 물었는데 선뜻 허락을 해주시는 것이었습니다.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레일 차를 타려는 순간, 이게 웬 날벼락입니까?
"잠깐만요, 환자가 있어요!" 그래서 멀쩡한 저는 승객 명단에서
아슬아슬하게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레일 차의 진동소리를 들으며 걸어 내려오는데, 어찌나 섭섭하던지….
하느님은 사심 가득 담고 청하면 가차없이 막아 버리심을 실감했답니다.

더불어 그분은 내가 걸을 수 있으면 걷게 하시고 걸을 수 없으면
태워 가시는 분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지요.
그런데 조금 내려가다 보니 다른 동료 하나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너무 늦어지는 우리가 걱정되어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맙소사~!! 그날 저는 우리 가운데 그 누구도 잊지 않으시는 그분의 섬세함 앞에
두 손 두 발 다 들고 말았습니다!


행복지기 수녀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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