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집
“동생네 집에서 하룻밤 자니까, 기분이 어떠하더냐?”
“어떻게 그 좁은 데서 살았는가 싶었어요.”
“감회가 새로웠지? 그래 뵈도 그 집이 축복받은 집이야.
지금까지 모두 건강하게 잘 살아왔고 지금도 잘 살고 있으니.”
싸늘한 찬바람을 맞으며 함께 길을 가는 동안, 아버지는 이렇게 말문을 여셨습니다.
그 집에서 다른 집으로 이사 한 건 벌써 십수 년 전의 일이 되었지만,
저는 드디어 남의 집이 아닌 우리 집이 생겼다고 좋아했던 그날을 기억했습니다.
아주 기쁜 나머지 이사하던 날도 힘이 솟았던 집,
온 가족이 성모상 앞에서 감사기도를 드렸던 집,
귀여운 바둑이도 키우고 떠돌이 새끼 고양이도 데리고 와서 키우고,
(물론 사이좋지는 않았지만…)
베란다의 화분에 꽃씨를 심어 정성스레 키웠던 집,
동생들과 툭탁툭탁 다투고 나서, 엄마에게 혼쭐이 나서 눈물 콧물 다 뺐던 집,
크고 작은 일들을 말없이 바라보며 우리와 함께 자란 은행나무가 있는 집…
작지만 따뜻했던 집이었지요.
그 작은 집을 축복받은 집이라 표현하는 아버지의 얼굴엔 여유와 평화로움이 엿보였습니다. 머지않아 재개발에 들어갈 것이라는 말을 듣고 참 오래도 살았었구나, 싶었습니다.
수도자의 길을 가면서 저 또한 집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하느님과 내가 함께 머무는 그 마음의 집입니다.
수도생활 초기에 바라고 추구했던 그 거창한 집은 간데없고,
갈수록 소박한 마음의 집을 원하는 저를 봅니다.
내가 사랑하는 그분과 함께할 수 있는 곳은 대궐이 아니라,
인간미가 느껴지고 삶의 향내가 솔솔 나는 오두막이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누가 찾아와도 편하게 걸터앉아 담소를 나누며 쉬어갈 수 있는 집,
하느님의 축복이 넘치는 집.
그러려면 내면에 많은 공도 들여야겠지요.
많은 시간이 흐를지도 모르겠습니다.
“어~ 춥다. 오늘은 유난히 춥네?”
날씨가 춥다는 핑계로 아버지에게 팔짱을 했습니다.
아버지의 팔에도 슬며시 힘이 들어가더군요.
행복지기 수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