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훼이레

2008. 4. 26. 오전 11:44:24

글자
 
 
 
생활성서사신간안내

 

야훼이레

'하느님, 제발 나무지팡이 하나만 줍게 해 주세요.'
한라산 등반을 하고 내려오는 길. 오랜 시간 걸은 탓인지 다리가 풀렸습니다.
시간 내에 목적지까지 도착해야 한다는 생각에 너무 무리했나 봅니다.
오른쪽 무릎의 통증이 심해 이를 악물어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제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오로지 기도뿐이었습니다.
이리저리 살펴보아도 지팡이 할 만한 나무는 보이지는 않고,
그렇다고 성한 나뭇가지를 꺾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러던 중, 때마침 지나가던 형제님 한 분이
'수녀님, 힘들어 보이시는데 이거 사용하세요.' 하시고는
정말 나무지팡이 하나를 건네주고는 그냥 내려가셨습니다.
'아, 하느님 감사합니다!'
그러나 나무 지팡이 하나로 하산하는 제 걸음걸이가 너무 힘에 겨워 보였는지
다섯 분의 어르신 등반객이 저와 함께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미리 준비해온 소염진통제며 등반용 지팡이를 선뜻 건네고는,
오히려 좋은 것을 드리지 못해 죄송하다는 말을 남긴 채
먼저 앞장서서 하산을 재촉했습니다.
한발 한발 내딛는 것이 왜 이리도 힘에 겨운지, 통증은 더 심해졌습니다.
‘조금만 가면 도착하겠지.’ 싶지만, 실상 내려가야 할 길은 아직도 많이 남아
하늘이 노랗게만 보였습니다.

동행해준 수녀님들의 걱정과 한발 한발 내딛는 힘에 겨운 숨소리가 하늘에 닿았는지
하느님은 한라산 등반 관리요원을 보내주셨고
2km 남겨둔 채 구급용 레일을 타고 내려오게 되었습니다.
다들 걸어 내려가는 길을 두 발이 아닌 레일을 타고 내려오는 느낌이란….
스쳐가는 바람이 따뜻했고 주위에 펼쳐 있는 숲과 나무의 푸르름이 감사했습니다.

하느님은 어느 곳에서든 제가 부르는 곳에서 손을 내밀고 계셨습니다.
성큼성큼 다가와 저의 손발이 되어주신 하느님.
한라산 등반은
‘야훼이레’ 하느님을 체험하게 한 아주 행복한 등반이었습니다.
한라산에 계신 하느님~ 저 무사히 내려왔어요.
안녕하시죠? ^^


행복지기 수녀 드림

댓글 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