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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물을 저에게 주십시오"
주연을 돋보이게 하는 조연과 엑스트라,
튼튼하고 아름다운 집을 짓고자 오고간 수많은 인력,
으리으리한 기업 간판 뒤에는 기업이 잘 돌아갈 수 있도록
크고 작은 단순 직종에서 땀을 흘리는 이들,
무엇이 있는지도 모르는 그런 오지에서 봉사하는 이들,
멋진 자동차 안에 숨겨 있는 작은 나사와 연료들,
화장과 옷으로 치장한 몸속에 숨어있는 미세한 혈관과 장기들,
전열 기구를 작동하게 하는 전류 등등….
자신들은 어떤 뚜렷한 모습을 드러내지 않지만, 정상적인 결과를 내어주려고
조용히 움직이는 착한(!) 힘들입니다.
세상에 드러나는 모든 것보다 능력이 없어서도 아니요,
내세울 만한 가치가 없어서도 아니지만, 대부분 묵묵히 버티면서 움직이기에
잘 드러나지 않아 어딘가 문제가 생겨야만 그 존재와 중요성을 깨닫습니다.
때때로 잊게 되는 보이지 않는 힘들이 자신의 일을 멈춘다면 어떻게 될까요?
제가 하는 업무의 특성상, 많은 독자에게 읽히는 월간지나 단행본을 내는 것도 아니고,
영업과 홍보를 하면서 드러나는 실적 또한 없습니다.
그렇다고 직원들이 자주 드나드는 사무실도 아닙니다.
모든 업무들이 돌아가게 하는 기본적인 몫을 하고 있을 뿐입니다.
부품을 만지고 나서 비누로도 씻어지지 않는 손끝에 물든 검정 때를
칫솔로 문질러 닦아낼 때면,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묵묵히 삶을 꾸려나가는 사람들이 더할 나위 없이 존경스러워지고 닮고 싶어집니다.
이보다 더 힘들고 어려운 일이 부지기수로 많은데, 하느님의 길을 가는 마당에,
저의 근시안적인 사고에 부대끼기도 합니다.
스스로 기초적인 몫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하느님의 마음을 읽어내기까지 목마름이 있었습니다.
제가 마시고 싶었던 물은, 하느님께서 주시고자 했던 물이 아니었나 봅니다.
가시지 않는 갈증을 없애려면 내가 마시고 싶은 물을 청하는 것이 아니라,
그분께서 주시려는 생명의 물,
‘그 물을 마시는 것’이었음을 말입니다.
행복지기 수녀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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