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도 사목교서
“가정은 생명의 터전”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 교구는 지난해 사목목표인 “생명의 가치를 선포하는 교회”를 위해 많은 사목적 열성을 기울여 풍성한 은총의 열매를 맺었습니다. 또한 우리 교구는 지난해 처음으로 교구의 재무제표를 공개했습니다. 교회의 투명한 재정공개는 현대를 살아가는 교회로서 가장 필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합니다. 2007년 한 해 동안 교구를 위해 노력해 주신 교구 신부님들과 교우분들에게 감사드리며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베풀어 주신 무한한 은총에 찬미를 드립니다. 이러한 노고에 힘입어 올해 2008년은 우리 가정과 사회 안에 생명의 문화가 한껏 꽃피우기를 기원하며 “가정은 생명의 터전”을 서울대교구 사목목표로 설정합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이미 1981년 교황권고「가정 공동체」를 통해서 가정에 봉사하는 교회를 강조하셨습니다. 교회는 혼인과 가정이 하나의 소중한 가치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리스도 신앙인의 가정은 이웃들에게 참된 가정의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합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 말씀하신 대로 “그리스도인 가정은 겸손과 소박함, 가정생활의 증거를 통하여 매우 효과적인 복음화의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 그리스도 신앙인들은 특별히 가정이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이자 축복임을 재천명하고, 예수님께서 가르쳐 주신 하느님 나라의 가치들이 가정 안에 뿌리내려 우리 사회에 생명의 문화를 발전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사실 현대의 많은 요소가 가정의 생명문화를 위협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특히 급속한 사회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가속화된 전통적 가족제도의 붕괴는 가정의 일체성과 연대성을 급속히 약화시키고 있습니다. 가정의 보호기능과 부양기능이 감소하고 이로 인해 가정에 대한 귀속감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핵가족이 일반화되고, 인위적 출산정책 등으로 인해 가족규모가 축소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별거나 이혼, 가족 분산 등과 같이 다양한 이유로 수많은 가정이 해체되는 현상은 사회의 커다란 문제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것은 노인 문제와 자녀 교육 문제, 청소년 탈선과 같은 또 다른 사회 문제들을 파생시킵니다.
따라서 교회는 가정 내부의 문제로서만 가정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전인적인 의미에서 가정의 모습을 바라보아야만 합니다. 인간생명은 수태에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모든 차원에서 존중받고 보호되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교회는 우리 사회가 가정과 생명의 가치를 수호하도록 촉구하고자 합니다. 낙태를 조장하고 생명을 위협하는 모자보건법은 하루빨리 폐지되어야 하며, 인간 배아복제 연구 금지, 사형제도 폐지, 자연출산 장려 정책 추진 등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생명이 그 존엄한 가치를 온전히 존중받을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인간 존엄성의 토대가 되는 가정의 숭고한 가치와 권리가 우리 사회 안에 분명하게 선포되고 인정받아야 합니다.
교회는 또한 가정의 숭고한 그리스도교적 가치를 살려나가야 합니다. 특별히 오늘날 해체 가정, 결손 가정에 더 큰 관심과 애정을 기울여 사목해야 합니다. 본당은 교회의 전반적인 사목 활동 가운데서 가정 사목의 중심지가 되어야 합니다. 본당 사목자는 중요한 교육 수단인 혼인 준비 과정이나 가정 교리교육 형태들의 발전에 더욱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더 나아가 책임 있는 부모 의식을 고취시키고 가정의 가치들을 보존하는 데 힘써야 합니다. 그리스도인 부모는 가정 안에서 자유와 상호 존중, 윤리적 책임을 중시하는 신앙적인 분위기를 유지하는 데 더욱 큰 관심을 기울이고, 교리교육을 통하여 그들의 신앙적, 정신적 유산이 자녀들에게 전달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자녀 역시 ‘첫 번째 은인’이신 부모님을 공경하여야 합니다. 1994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가정 교서」에서 이야기하듯이 “가정은 특별히 인격체 사이의 강렬한 관계입니다.” 가정 안의 이러한 친밀하고 온전한 일치는 성부이신 아버지 하느님과 성자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일치를 세상 안에 드러내어 보여 줍니다. 따라서 가정이야말로 교회가 포기하거나 물러설 수 없는 고귀한 가치입니다.
마지막으로 ‘교회가 가야 할 길인 인간의 길 가운데 “가정이 첫째가는 길이요 가장 중요한 길이다” 라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말씀을 돌아보며 주님께서 모든 가정을 축복해 주시고 가정의 소명과 사명에 충실하도록 필요한 힘을 주시기를 청합니다. 2008년에는 우리 그리스도 신앙인들의 모든 가정이 진정으로 그리스도의 신비가 반영되고 새 생명이 싹트는작은 교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여러분 모두에게 항구한 기도를 약속하며 지극히 거룩하신 성삼위 하느님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모든 교구민에게 축복을 전합니다.
2007년 10월 27일
천주교서울대교구 교구장 추기경 정 진 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