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옛날이여! / 조재형
아 옛날이여!’라는 노래는 제가 군대에 있을 때 고참이 들려주던 기상음악이었습니다. 가수 ‘이 선희’의 청아한 목소리가 기억에 생생합니다. 군 생활 가장 힘들 때는 자대 배치를 받고나서였습니다. 새로운 곳에 대한 두려움과 모두가 나보다 윗사람들이라는 두려움이 함께 있었습니다.
한 달 두 달 시간이 흐르면서 휴게실이 어디인줄도 알게 됩니다. 단기사병들에게 힘을 주기도하고, 내무반 바닥을 청소하면서 힐끔힐끔 TV에 눈길을 줄 때쯤 기다리던 졸병도 옵니다. 이제부터의 군 생활은 그럭저럭 지낼 만 하게 됩니다. 그런 군 생활을 마친지도 20년이 되어갑니다.
사제가 되어서 처음 본당에 갔을 때도 비슷했습니다. 제의를 입어도 어딘가 어색하고, 신자 분들을 뵈어도 무슨 말을 할지 난감했습니다. 학생들이 ‘신부님!’하고 불러도 그게 저를 부르는 것인지 모를 때가 많았습니다.
사제가 된지 15년이 지난 지금은 모든 것이 너무나 익숙해졌습니다. 사람들을 만나서 하는 이야기도 자연스럽고, 누가 ‘신부님’하고 불러도 하나도 어색하지가 않습니다. 속이야 아직 사제로의 삶을 살기에 부족함이 많지만 적어도 겉모습은 사제라고 하기에 크게 어색하지는 않습니다.
캐나다 토론토에서 생활한지 2달이 조금 넘었습니다. 3달이 안 되는 시간동안 이사를 2번하였습니다. 첫 번째 집은 다 좋은데 너무 추었습니다. 학원을 가려면 버스를 타고 다시 지하철을 갈아타야했습니다. 그리고 인터넷도 안 된다고 합니다.
두 번째 집은 좋았습니다. 주인아저씨가 맘이 좋았습니다. 영화를 좋아해서 거실에는 영화가 100여 편은 있었습니다. 인터넷도 되고, 따뜻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주인아저씨가 미국엘 가야한다고 말을 합니다. 할 수 없이 새로운 곳으로 집을 옮겼습니다. 몇 달 되지도 않았는데 이사할 때마다 짐은 조금씩 늘어가는 것이 아직도 마음을 다 비우지 못해서인가 봅니다.
처음에 와서 몸도 아팠습니다. 아마도 낯선 곳에서의 생활을 몸이 제대로 적응을 하지 못했나 봅니다. 오랜만에 공부를 하니 허리도 아프고, 귀에 잘 들어오지도 않습니다. 길도 잘 모르고, 모든 것이 익숙하지 않으니 ‘내가 왜 여기에 와서 이 고생인가!’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빨래하고, 밥하고, 음식도 만들고, 청소하면서 느끼는 것이 있습니다. 나는 참 많은 것들을 남의 힘을 빌려서 살았구나! 김치 볶음밥도 만들어보고, 오이지무침도 만들어봅니다. 맛은 별로 없지만 사람은 환경에 적응하면서 살게 된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됩니다.
이제 이곳에서도 시간이 흐르면 또 말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아 옛날이여!’ 2002년 그 뜨거웠던 월드컵의 열기도 지나간 추억이 되었습니다. 2005년을 뜨겁게 만들었던 그 일들도 시간 흐르면 또 하나의 추억이 되겠지요.
새삼 잠언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주사위는 사람이 던지지만 결정은 하느님께서 하신다.’ 처음에 힘들고 어려웠던 일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어느덧 익숙해졌던 기억을 떠올립니다. 그런 모든 것들이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이 있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설날 새로운 날을 준비하면서 잠시 생각합니다.
아! 나도 이제 이곳에 온지 햇수로 2년이 되었구나!
어쩌면 잠시 지나가는 인생입니다.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던지 주님께 감사하면서 충실하게 살아간다면 지난 모든 것은 아름다운 추억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2006-01-26 조재형가브리엘 신부님 글...<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