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지식 - 좋은생각 2004/11월호에서 옮긴 글입니다.-
중국에 덕산이란 스님은 자신이 대단한 불교 학자임을 자처했다.
그는 남쪽 지방에서 경전을 읽지 않는 선종이 유행한다는 소문을 듣고 화가나 마침내 자신이 직접 쓴 책을 한 보따리 싸 들고 남쪽지방으로 떠났다.
덕산은 남쪽으로 계속 내려가 고승을 만났지만 모두 시원치 않았다.
그러다 용담선사가 유명하다는 말을 듣고 찾아가 금강경을 강해(講解)했다.
용단선사는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그러다가 늦도록 장황한 말을 늘어놓는 덕산이 딱하다는 듯 “늦었으니 그만 처소로 돌아가시지요”라고 했다. 뜨악하니(-마음에-선뜻 끌리지 않다. 썩 당기지 않다) 발을 걷고 나서는 덕산 앞에 칠흙같은 어둠이 막아 섰다.
덕산은 되돌아와 선사에게 말했다.
“밖이 너무 어둡습니다.”
용담선사는 등에 불을 붙여 건넜다. 그런데 등불을 받아 들고 덕산이 문밖으로 나가 몇 발자국 떼었을 때 용담선사는 그를 불러 세운 뒤 ‘훅’하고 입김을 불어 불을 꺼버렸다.
화가 발끈 치밀었다가 가라앉은 순간 놀랍게도 덕산은 칠흑 같은 정신에 불이 붙었다.
어둠 속에서 밝게 빛나는 별빛을 보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 주변이 보였다.
덕산은 작은 등불을 끄지 않고는 하늘의 별빛을 볼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작은 지식은 늘 큰 지식을 가리고 있게 마련이다.
덕산은 용담선사와 같은 큰 스님에게 금강경 강해(講解)를 하며 우쭐댔던 것이 부끄러웠다.
그런 자신의 넘침을 용담선사는 어둠 속에서 등불을 끄는 작은 행동만으로 깨우쳐 준 것이다.
마침내 덕산은 용담선사 곁에 제자로 머물면서 30년 동안 공부하다 그의 뒤를 이었다.
* 이 글을 읽을 때마다 제 자신을 돌아보곤 합니다. '나 자신은 과연 덕산스님과 같이 우쭐대며 행동한 일이 많았을 터인데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있는 점은 없는가'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