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시간은 지나갑니다. 어린 시절의 열정들이 가버리고 나서 톡톡히 댓가를 치르었다고 생각했습니다.
다시는 나에게 각별함이라는 감정은 없는 줄 알았습니다. 그게 당연한 일인 줄 알았습니다.
꾸역꾸역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일일런지 생각해 보셨나요? 목숨이 붙은 이유로 살아가는 삶이라는 것 말입니다.
그러나 그 한번뿐인 삶은 아주아주 소중한 것이라는 것을 이제사 다시 깨닫습니다.
성서의 이야기들은 이 시간을 위하여 마련된 이야기라는 것을 알아갑니다. 피상을 넘어선 삶을 아시는 예수님..
삶이 얼마나 진흙같은 버거운 일인지 아시는 예수님의 말씀을 한조각이라도 실천하는 것이 얼마나 여려운지요..
그러나 그것도 의지고 선택이라는 것을 알아가기 시작합니다. 그렇습니다. 사랑의 의무는 의지고 선택입니다.
피상적인 감정이 사랑이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삶의 깊이 속에서 사랑은 꽃이 피어난다는 것을 알아냈으니..
나를 드리겠다고 얼마나 오래 기도했었는지 기억해냈지만..그것은 사랑하겠다는 선언이었어야 했습니다.
사랑의 의무보다 더 큰 의무는 없습니다. 나를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일..쉽게 씌여진 말이나 너무 큰 말입니다.
머리에서 뽀글뽀글 연기가 나면서 용서가 되고 미움이 사라진다면 거짓일 것입니다. 그대로 두고서
오랜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저 담담히 세월에 맏기고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질풍노도의 젊음을 접어도
내가 살아가고 있다는 것..사랑할 수 있는 능력이 남아있다는 것을 깨달을 만한 나이가 되었나봅니다.
사랑을 주고 받는 일처럼 좋은 일이 어디있을까요? 그러나 그것은 아주 작은 일들이고 일상적인 일들..
그래서 지금의 나를 살아내는 것은 정말로 소중한 일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습니다.
긴긴 혼란에서 돌아와 다시금 거울앞에 선 나의 모습에서 젊음도 날카로움도 사라졌지만, 그대신 온유함이 남아서
삶을 윤활되게 하여줍니다. 나의 얌체같은 마음이 뉘우쳐지고..나의 웅크러들던 외로움이 줄어듭니다.
그분의 사랑을 반사해내는 일은 나를 적셔나가기 시작합니다.
불같은 열정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자작자작 타오르는 불씨하나 남아있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습니다.
이것이 소중하고 이것이 감사합니다. 그래서 구체적인 말을 못하고 이런 약한 이야기를 늘어놓는 중입니다.
사랑에 충실한다는 말은 무슨 말일까요? 자신의 열정에 데이는 일은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열정없이는
아무런 것도 이루어낼 수 없으니..이끼낀 곰팡이 속에서도 꽃은 피어납니다.
내 맘에서 자작자작 피어나는 불씨가 체온을 덥히고 주변을 덥히기 바랍니다.
더운 여름이 옵니다. 서울은 아열대가 되어가나봅니다. 그래도 마음은 마음으로만 주고 받는 따스함이 필요합니다.
삼복 중에도 마음이 추워서 얼어죽는 사람이 있을런지도 모를 일이니 말입니다.
사랑의 의무는 아무리 다하여도 모자라지 않는 일..그분의 말씀은 정녕 진리가 아니지 않을 수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