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사흘째 죽을 쑤는 중입니다.
쉬는 날이기에 내일 출근하면 드시라고 아예 새우젓죽과 전복죽 두 남비를 쑤었습니다.
죽통에 담아서 냉장고에 넣어두었습니다.
레인지에 4분 돌려서 드시면 된다고 설명까지 해드렸습니다.
뭘 귀찮게 그러니..그러시면서도 어머니는 내심 좋아하시는 눈치입니다.
친구 신아는 내가 효녀에다가 요리를 아주 잘하는 줄 알 것입니다.
그러나 신아도 우리 어머니 딸로 태어났다면 저같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신아도 시집을 못가고 오십이 되도록 평생 함께 살다보면 이렇게 되었을 것입니다..ㅋㅋ
음식을 하는김에 솎은배추 된장국도 끓이고 김치찌게도 끓여 놓았습니다.
교양과 우아함이 넘쳐 흐르시는 우리 어머니의 대찬 기품에 눌려서
나의 몰교양과 몰상식은 언제나 퇴박을 맞고 구박을 받습니다..ㅋㅋ
생선을 구울때는 이렇게 구워야 하고, 된장을 끓일때는 꼭 체에 걸러야 하며..
창의적인 음식을 시도하는 나에게는 제멋대로 아무거나 넣어서 돼지죽을 만들거나 재료를 망친다고
늘 핀잔과 구박이 따라다니며 때로는 천방지축에 여자가 아닌 듯한 대접도 받습니다.
여성적이고 야무졌던 언니와는 달랐던 나의 한평생이었습니다.
사실 뭔가 화두를 가지고 내 세계를 찾기 시작한 것은 어머니처럼 살고 싶지 않아서였습니다.
그러나 어느새 난 닮아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떠나지도 못한채 어머니의 마지막을 지켜드려야 한다는 것을
이제사 발견하니..철이 들어도 한참 늦철이 드는 모양입니다.
불만은 항상 들끌었었고 항상 붙어있어야 하니 갈등도 멎을 날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방황에서 돌아왔을때 나를 이해하지 못한채라도 받아준 사람은 어머니 뿐이었습니다.
이 세상 어느 누구도 그런 품을 내어주지 않았었습니다..그 시간을 잊지 못합니다.
떠난 자리로 돌아온 것이었습니다..그리고 거기서 머물렀었습니다.
그러나 삶은 거기서 한발짝씩 움직여 나간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느님의 사랑은 온전함과 평안함..그 무한함을 느끼기 시작한 것은 나의 삶 속에서 입니다.
저 아이처럼 더덕더덕 밥알을 발라가면서 먹어대는 나에게 삶을 가르쳐 주신 하느님은
아마 세상에 내려오시기 바빠서 어머니를 대신 보내셨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표피적인 것들을 들여다보면서 불만을 뿜어대던 나는
나를 뱃속에 열달을 품어서 세상에 내보내주고 젖을 먹여서 키워서 세상으로 보내고
자신이 떠나면 혼자 남을 것을 걱정하는 어머니가 조금은 강팍하고 불친절한 방식으로 표현한다고해서
너무 힘들어하지 말아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람의 마음속에 있는 사랑을 믿기 시작합니다.
내가 제대로 서기 시작하면서부터 입니다.
감상이 아니라 현실입니다.
그러나 아주 조그마한 구석입니다.
저 철딱서니 없는 아이가 자라서 세상에 나올때 까지 더불어 살아온 세상 말입니다.
속더라도 또 믿어보고 싶습니다..지혜를 가지고 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