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문 앞에서 - 고 은/김광규

2009. 5. 30. 오후 12:39:25

글자
 
 
                  門  -  高  銀
 
 
   열어 주소서
 
   닫힌 것을.
 
   一生을 다하여
 
   겨우 노크 몇 점(點)
 
   닫혀서
 
   그 안에서 기다리는 몇 點
 
 
 
   비로소 열릴지라도 그 안에서 열어 주소서.
 
 
 
 
 
                    문 앞에서 -  金 光 圭
 
 
   탈의실 같은 곳이었다.
   모두 벌거벗은 채 빈손으로 문 앞에 서 있었다.
 
      신문에서  자주 본 ㄱ씨의 얼굴이 제일 먼저 눈에 띄었다.
   항상  겨드랑이에 권총을 차고 다니며, 부하들을  지휘하여
   시민을 연행하던 그가 벌거벗은 채 혼자 서 있는 것은 매우
   어색해 보였다.
      ㄴ씨도  거기에 있었다.  그는 광활한 토지와  수많은 고층
   빌딩과 자가용 비행기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경호원도 없
   이 맨몸으로 서 있는 그의 모습을 보니 아주 초라했다.
      우스꽝스런 몸매로 한쪽 구석에 서 있는 사람은 낯익은 얼
   굴이었다. 언제나 최신 유행 의상을 걸치고 텔레비전 화면을
   드나들던 ㄷ씨였다.  벌거벗은 그의 엉덩이에는 커다란 반점
   이 하나 있었다.
      청소원 ㄹ씨는 덤덤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거무튀튀한 제복에 주황색 조끼를 입고 그는 매일 새벽 냄
   새나는 쓰레기를 치웠다. 이제 그는 작업복을 벗어버리고 홀
   가분하게 서 있었는데,  힘든 일로 다져진 근육이 오히려  보
   기 좋았다.
      제일 먼저 호명 당한 사람은  ㄱ씨였다. 그는 자신 있게 어
   깨를  흔들며 문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곧 비명이 들려왔
   다. 그의 비명은 아무도 들어본 사람이 없었다.
      불안하고  초초한 빛으로 서성이다가  뒤이어 들어간 ㄴ씨
   도 외마디 소리를 질렀다. 여태껏 그가 한 번도 내본 적이 없
   는 그런 소리였다.
      ㄷ씨는 겁이 나서  밖으로 도망치려다가 붙잡혔다. 왁살스
   럽게  안으로 끌려들어가면서 그는 꼬리를 붙잡힌 생쥐처럼
   몸부림쳤다.
      뜻밖에도 ㄹ씨는 친절한 안내를 받으며  문안으로 들어갔
   다. 청소비를  받으러 왔을 때처럼 겸손한 그의 목소리가 안
   에서 들려왔다.
      도대체 저 문 안에서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마른 침을 삼키며 나는 문 앞에서 나의 차례가 오기를 기다
   렸다.
 
 
 
 
  *우리들이 사는 집에 문이 있듯이 천국으로  들어가는 길에도 문
  이 있고 우리들 마음에도 마음의  문이 있겠지요. 문은 벽과는 달
  리 가로막기 위하여 있는 것이 아니라 , 열리기 위하여  있습니다.
 
   문을 두드려라, 너희에게 열릴 것이다"(마태 7,8 ; 루카 11,9).
     
  문은  언제나 노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어느 때라도 열릴 채비
  를 하고 두드려줄 손을 기다립니다. 우리는 일생동안 과연 몇 번
  이나  문 앞에서 문을 두드릴 수 있을른지......
 
 
 
 
 
 
 
 
 
 
 
 
 
 

댓글 1

  • 2009년 5월 31일 오전 11:49

    "내가 문 앞에 서서 문을 두드리고 있다. 누구든지 내 목소리를 듣고 문을 열면, 나는 그의 집에 들어가 함께 먹을 것이다"(묵시3,20). 주님이 먼저 밖에서 기다리시니 우리는 얼마나 행복합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