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예수님 땅에 엎드려 기도하셨다-김진태 신부님

2009. 5. 13. 오후 4:50:32

1
글자

오래전 한알의 밀씨에 쓰셨던 글입니다.

때로 예수님 엎드리신 그 땅에 함께 엎드려

당신을 기억하며 기도하고 있는 누군가가 있음을

잊지 마세요...


  

우리 예수님 땅에 엎드려 기도하셨다(마태 26,39; 마르 14,35).

얼마나 비굴한가. 얼마나 처절한가.

 

땅은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는 곳, 가장 낮은 곳, 바닥이다.

우리 예수님, 바닥과 같은 높이에서 기도하셨다.

바닥과 같은 높이려면, 눕거나 엎드려야 하는데, 누운 것은 잠든 것이거나 죽은 것이다.

누운 것은 무사안일이거나 포기이다.

 

우리 예수님 땅에 엎드려 기도하셨다.

그 앞에서 우리의 기도는 얼마나 도도한가. 얼마나 사치스러운가.

허리를 곧추 세우고, 무어 대단한 관념을 얻어내겠다는 기세로,

고개를 뻣뻣이 들고 무어 대단한 주문이라도 외우겠다는 기세로.

삶을 담기보다는 허무를 쓰다듬겠다고 거들대는 고고함의 냄새가 나지 않는가.

삶이 담기지 않은 기도는 거짓 기도이다.

치열한 삶을 안으려면 고고한 척 하지 말고, 땅에 엎드리신 예수님을 바라보라.

 

우리 예수님 땅에 엎드려 기도하셨다.

자식 잃은 어미의 통곡은 그러했다. 삶의 억울함에 흐느적거리는 아비의 울화는 그러했다.

삶이 진하게 배어있는 절규는 항상 덜컥 주저앉았고, 엎드려 땅을 쳐댔다.

 

우리 예수님 땅에 엎드려 기도하셨다.

얼마나 외로운가. 얼마나 고독한가.

누구의 위로도 가당치 않은 현장이라야 엎어져 드리는 기도의 의미를 안다.

"정말 외롭다"고 더듬거리며 울먹이던 젊은 사제의 고독한 모습을 기억한다.

"나 정말 외롭다"고 전화에 대고 펑펑 울던 친구의 고독한 모습을 기억한다.

 

허나 잊지 말자.

우리 예수님 우리보다 먼저 땅에 엎드려 기도하셨다.

우리 인생에 사람들의 진한 인생을 담으라신다.

고독하지 않은 비결을 가르쳐 주시지 않고,

오히려 지독한 고독에 사람의 삶을 담는 모습을 먼저 보여 주셨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밤을 꼬박 새우고 마는 허망한 외로움이 당연하다고 보여 주시려는 듯

우리 예수님 땅에 엎드려 기도하셨다.

 

거짓을 거부하는 기도, 진한 인생이 담긴 기도.

발가벗겨진 실상을 재료 삼은 기도!

 

우리의 기도가 무엇이어야 하는지 과시라도 하시듯,

하느님 앞에 무릎 꿇은 본래의 인간 존재의 상(像)을 역사 안에 각인하기라도 하시듯

우리 예수님 오늘 제일 먼저 땅에 엎드려 기도하셨다.

 

댓글 5

  • 2009년 5월 13일 오후 6:01

    선미야 넌 어디서 이런 자료 훔쳐오냐? 조사하면 다 나와. 김진태 신부님 음성이 들리네...

  • 2009년 5월 13일 오후 9:26

    예수님같이 땅에 엎드려 기도는 못 할지라도 엘리야 같이 양무릎 사이에 머리를 넣고 기도는 해야되는데... 아직도 갈 길이 먼것 같다.

  • 2009년 5월 14일 오전 6:42

    "삶이 담기지 않은 기도는 거짓기도" 라고 하시네요. 그동안 나의 기도를 점검해보고, 앞으로 예수님의 기도를 많이 묵상해야겠어요.

  • 2009년 5월 14일 오후 2:35

    인간이 하는 기도로 주님의 뜻을 다 헤아리진 못해도 주님의 마음이 어떠신지를 배워가는 이 여정에 그릇된 관계에서 주님과의 옳바를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성령을 청합니다^^

  • 2009년 5월 19일 오전 12:58

    무엇이 예수님을 땅에 엎드리시게 했을까? 그 저린 마음이 너무나 안타깝고 슬프다. 나의 오만과 거짓,그리고 사랑하지 못함이 오늘도 예수님을 또 땅에 엎드리시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