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날 아침입니다.
몇년전 저희 동네 뒷산 아래에 공원을 조성한다고 아름다운 은행나무아래 자갈을 깔아놓으니
나무가 시름시름 알아 봄에 잎이 제대로 나오지 않더군요.
다음 해에 인부들이 자갈을 거두고 나서야 다시 잎이 나왔습니다.
아직도 애처롭게 작은 어린 잎만 나와 바람에 손을 흔들 뿐입니다.
제대로 예전처럼 제모습을 찾아 무성하려면 몇년이 더 걸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레오폴드라는 환경론자는 지구는 유기체같이 살아있는 존재라 하였지요.
인간도 그 유기체를 구성하는 한 부분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요.
자연은 우리의 소유이고 문명이라는 이름으로 우리가 자연을 창조한다고 하지요.
과연 그럴까요?
얼마전 지방에 다녀오며 차창밖으로 들판을 바라보니 예전의 산과 들과 강이 아닙니다.
논밭에는 난데없이 공장이 들어 서있고,
산은 무참히 잘려 벌겋게 흉한 얼굴을 내밀고 있고
강은 온통 뒤집어 놓아 물이 갈 길을 잃고 헤매고 있지요.
마음이 산란해 커튼을 내리게 됩니다.
우리는 어디로 달려 가고 있는 것인지요.
저역시 공범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습니다.
저항 못하고 체념하듯 살고 있으니 말입니다.
다행히 종교인들이 깨어 저항하고 있으니 조금 안도의 숨을 쉴 수 있을까요?
우리가 자연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우리의 자연생명도 파괴됩니다.
자연생명의 차원에서 진실로 우리는 자연의 한부분입니다.
그런데 자연생명을 제대로 유지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사회적 생명이나 종교적 생명에 다가갈 수 없습니다.
자연 생명은 다른 두 생명차원의 근원적 생명이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모습이 흐려지는 듯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래도 작은 은행잎은 우리의 희망입니다.
링거에 생명을 부지하는 소나무도 희망입니다.
그들이 오늘 우리의 모습을 투영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들은 죽은 순간까지 우리를 비추어 줍니다.
그런데 우리는 왜 그들의 거울이 되어주지 못하는 것인지요.
좋은 날 되세요.
이향만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