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록> 제이권 제팔장

2005. 8. 26. 오전 9:18:49

글자

제 이 권  제 팔 장

 

스스러이 되새겨지는 일들에서 가엾던 내가 거둔 열매가 무엇이었습니까.

특히 도둑질딴 목적이 없이 오직 그 자체를 위하여 저질렀던 그 도둑질! 그것은 본디 “없음”이거늘 나는 더욱 가엾은 놈이 아니더이까.

그러나 그것도 나 혼자였으면그때의 내 마음을 짚어보면아니했을 것입니다. 혼자로선 절대로 그런 짓을 안했을 것입니다. 벗과 사귀기를 좋아한 까닭에 그들과 함께 한 노릇이었습니다. 그러기 도둑질 외에 딴 무엇을 사랑치 않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보다는 차라리 “없음”을 사랑한 (역주: 죄악을 형이상학적 “無”라 이름. 마치 건강의 “없음”이 병이요, 병이 많을수록 그만치 건강은 적은 것처럼 죄악은 “없음”이요, 비참임에도 이를 지을수록 죄인은 비참하게 된다는 것.) 것이었습니다. 이것 역시 본디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옵기에.

그렇다면 사실 무엇입니까? 이를 가르쳐줄 이, 내 마음 비춰주고, 그 어둠을 가려내시는 그분 이외에 누가 또 있습니까도대체 내 마음으로 하여금 캐고 따지고 헤아리게 하는 것이 무엇입니까?

왜냐하면 그적에 내가 진정 그 과일이 좋아서 훔치고 실컷 먹어보려 했던들 웬만하면 그 죄를 혼자 넉넉히 지었을 터이고, 나 혼자 욕심을 채웠을 것이지, 구태여 벗스런 남들의 비벼댐에서 내 욕심이 간지러워 불붙지는 않았을 것이 아니옵니까. 그러나 나는 그 열매들에서 맛을 느끼지 못한 만큼 맛은 바로 그 죄에 있었고, 죄는 함께 저지르던 자들과의 사귐이 시킨 것이었습니다 (역주: 혼자이면 짓지 아니할 죄도 남과의 사귐 때문에 짓게 되는 경우를 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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