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록> 제이권 제육장

2005. 8. 24. 오전 8:20:11

글자

제 이 권  제 육 장

 

내 도둑질아, 가엾던 내가 너 안에서 사랑한 것이 무엇이더냐? 아으, 내 나이 열여섯 살 적의 밤에 지은 내 죄악이여!

도둑질인 네가 아름다운 것이 아니었다. 네가 무엇이라서 내가 네게 말을 건다는 것이냐?

아름다운 것은 우리가 훔친 그 열매였습니다. 좋으신 하느님, 모든 것의 창조주, 나의 가장 참된 진, , 미시여, 당신이 지으셨기에 그 여름이 아름다웠삽니다. 그렇건만 가여운지고, 내 영혼은 그것을 탐낸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보다 나은 것들이 내게는 푸짐하였지마는 도둑질하는 목적 하나로 그것을 딴 것이었고, 그러길래 딴 것을 이내 팽개쳐버렸사오니 죄악만이 그토록 달콤해서 맛보았던 것입니다. 왜냐구요? 조금이나마 그 과일이 내 입안에 들어갔다면 그것을 죄악이 맛난이이었기 때문이었으니 말입니다.

주 하느님이여, 내 이제 그 훔치기 안에서 무엇이 그리도 좋았더냐고 물어봅니다.

그러나 실상 아무런 아름다움도 없습니다. 정의나 예지에 있는 아름다움은 고사하고, 인간의 정신, 기억, 감각, 목숨에 있는 그런 것도 없고, 저마다의 자리에서 반짝이는 별들의 아름다움이나, 끊임없이 가고 오는 생명의 씨앗이 푸짐한 땅이나 바다의 아름다움이 없을 뿐더러, 흘려내는 죄악에 있는 외지고 이즈러진 고움마저 있지 않사옵니다.

교만조차 높음을 홀로 당신이 만물 위에 뛰어나신 하느님이시거늘 본뜨는 것(역주: 악을 하는 인간도 선의 이름으로 한다는 것. “악덕은 모두 덕의 가빠로 분장하려 든다”<서반아 격언>). 그리고 당신만이 모든 것 위에 기림받으셔야 하고, 영광이 항상 되시거늘 탐위 그것조차 기림과 영광을 찾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오니까.

권세 쥔 자들의 우악이 두려워지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두려울 분은 오직 하느님뿐이시니, 그 권능을 무엇이 어느 때 어디서 어디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으로리까. 음탕한 자들의 보드라움이 사랑을 받고자 합니다. 그러나 부드럽기 당신 사랑에서 더한 것 없삽고, 탈없이 사랑할 것은 무엇보다도 밝고 고운 당신 진리뿐이옵나이다.호기심이 학문의 연구인 양 보여도 모든 것을 가장 잘 아는 분은 당신이시옵니다.

무식과 무지마저 순진과 결백의 이름으로 감싸집니다만 당신보다 순진한 무엇이 있지 아니합니다. 무해로운 것 당신말고 무엇이 또 있으로리까. 악한 자들에겐 그들의 행위가 제물에 원수로울 따름입니다.

느리광이는 언필칭 휴식을 안달하나 주님을 두고 실다운 휴식이 어디 있나이까?

사치를 굳이 푸짐과 능준함이라 일컬으나 당신이야말로 썩지 않는 맛의 원만, 다함없는 푸짐이시옵니다.

헤품이 너그러움의 허울을 쓰되, 온갖 복을 넘치게 주는 분 당신이시니이다. 인색함이 많은 것을 차지하려 하나 모든 것을 차지하시는 분 당신이옵고, 질투가 높기를 다투는 것이나 당신보다 높은 것 무엇이오며, 분노가 복수를 찾는 것이나 그 누가 당신보다 의로운 갚음을 하나이까? 스스로 즐기는 일이 매양 변함없기를 바라다가도 때아닌 거슬림이 갑작스러울 제 무서움은 질려서 떨고 있으나, 때아닌 때가 당신에게 있으리까? 갑작스러운 일이 있으오리까? 당신이 즐기시는 바를 뉘 있어 당신에게서 떼치리까? 당신 아닌 어디에 변함없는 안전이 있으오리까. 탐하는 마음이 기꺼워하던 무엇이 잃어지면 슬품은 저절로 자지러지고 마나니 이 또한 당신한테서 무엇이 앗기울 수 없는 것처럼 제한테서 앗기우기를 싫어하는 탓이옵니다.

이와 같이 당신을 등지고, 그리고 당신께 돌아감이 없이는 얻지 못할 맑고 깨끗함을 당신 밖에서 찾을 때 영혼은 외도를 하게 되는 것이옵나이다.

무릇 당신을 멀리하고, 당신 앞에 스스로 높이는 자는 비뚜로 당신을 본받나이다. 그러하나마 이렇게라도 당신을 본뜸으로써 당신이 온갖 자연의 창조주시고, 그러기에 어디로 가든 전혀 당신을 떠날 수 없음을 가르쳐주는 것입니다.

이렇다면 그 도둑질에 있어 내가 즐긴 것은 무엇이고, 비뚜로 일그러지게나마 내 하느님을 본떴다는 것이 어디에 있습니까.

힘으로는 당할 수 없으니 하다 못해 잔꾀라도 부려서 법을 어기는 짓이 좋았던 것입니까? 그리하여 아둔하게도 당신 전능을 닮는답시고 말아야 할 일을 감히 하면서까지 사로잡힌 나는 병신된 자유를 시늉낸 것이 아니었사옵니까.

보시옵소서. “제 임자를 피하여 그늘을 얻은 종”(욥기 7,1)이 여기 있나이다.

아으, 썩고 썩었음이여! 아으, 흉물스런 삶이여! 아으, 죽음의 깊음이여!

해서는 안될 일을 다른 무엇 때문이 아닌, 다만 해서는 안될 일인 그때문에 한다는 것이 그토록 즐거울 수가 있었겠나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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