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피정(?) - 김민숙 세실리아

2006. 10. 31. 오후 11:48:24

글자

함께 먹고, 함께 마시고, 함께 하고자 우리들은 길을 떠났습니다

 

때 이른 시각부터 부지런을 떨며 희뿌연 새벽안개 뚫고 공항으로 향하는 마음은 남은 사람들에 대한 미안함과 애잔함으로 가슴 저리고,

함께 할 시간들에 대한 기대감으로 마음 설레는 그런 떠남이었습니다.

매일처럼 만나는 얼굴들이지만 여행길에서의 만남은 더더욱 반가운 법인가 봅니다.

집결지인 공항대합실 3 '스타벅스' 앞으로 속속 모여드는 모습들엔 미처 떨쳐내지 못한 졸음과 생활리듬 깨어진 노곤함이 매달리어 눈꺼풀은 한결 무거워 보였지만 함께한다는 기쁨만으로도 그렇게 마냥 즐거울 수 있었나 봅니다.

치즈김밥, 참치김밥 고루고루 담긴 도시락 받아 들고

치즈의 고소함에 참치와 잘 어우러진 깻잎의 상큼한 맛을 음미하며...

삼삼오오 도란도란!

한 분 두 분 달님들이 뜰 때마다

반가움의 환호로 왁자지껄 까르르~ 까르르~

만면에 피어나는 웃음꽃 번지어 주변이 더욱 환해졌지요.

 

잠시 눈 붙일 새도 없이 내린 제주공항!

마른 땅 촉촉이 적시며 유리창을 스치는 빗방울이 우릴 반겼지만

다음날은 따사로운 햇볕이 쨍쨍!!

 

40여일 이상 지속된 가을가뭄으로 인해 단풍이 곱지가 않으리라 예상했지만

군데군데 노랑 빨강 주홍으로 채색된 초록이 묻어나는 결 고운 단풍잎은

햇살 받아 반짝이며 '옵데강' ‘옵데강’ 어서오라 손짓하는데...

어린아이들도 오를 수 있도록 잘 다듬어진 등산로를 따라 걷는 다리는

왜 그렇게도 팍팍하기만 하고

땀은 또 왜 그렇게도 많이 나던지...

마치도 마른 골짜기 샘물 고이듯 송글송글 솟아나 등줄기 타고 쉼 없이 졸졸졸 흐르고 흘러...^^

그런데 달님들은 밤이나 낮이나 모든 일에 정말 열정적인 것 같더군요.^^

하늘의 달처럼, 우리달님들도 밤에만 빛나는 게 아닌가 봅니다.^^

모두들 어쩜 그렇게 등반들도 잘 하시는지?

아마도 저 없는 동안^^ 열심히 갈고 닦은 실력들을 유감없이 발휘하시는 듯~

앞서갔다고 생각하며 느긋한 마음으로 오르다 보면

어느 새 산자락 나무그늘 아래서 예의 그 호탕한 웃음들로 기다리고 계시고

짊어진 배낭에서 주섬주섬

생수며, 오이며, 사과며, 귤이며, 맛 밤에 과자, 초코렡...

간식 거리 푸짐히 쏟아져 나오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부지런히 오르면서 행여 누구라도 뒤처질 새라

힘내라고 서로 격려하고 다독여가며

목젖이 떨리도록^^ 유쾌한 웃음 한 자락 드날리면서

또 한 굽이 오르고 뒤돌아보면

구불구불 휘돌아 난 산길 따라 꼬리에 꼬리를 물고 길게 뒤따르는

울긋불긋 등산복차림의 사람단풍 또한 장관을 이루어

와아~ 탄성이 절로 나오고

때 맞춰 살랑 불어 주는 바람 또한 얼마나 고맙고 상쾌 하든지요.

분홍빛 별 사탕같이 올망졸망 매달린 제 철 잃은(?) 꽃망울이나,

나무등걸 하나, 풀 잎사귀 하나도 예사롭지 않게 보이고

나뭇가지에 진을 치고 앉아 사람이 가까이 가도 아랑곳하지 않고 미동도 없는

새까맣게 윤기 자르르 흐르는 덩치 큰 까마귀들마저도

연미복을 차려 입은 노신사들처럼 위엄에 차 보이고

함께하는 달님들이 마냥 자랑스럽게만 여겨지고

오르내리며 마주치는 모든 이가 그저 사랑스럽게만 보이니...

 

“주 하느님~

지으신 모든 세계 내 마음속에 그리어 볼 때

하늘의 별 울려 퍼지는 뇌성

주님의 권능 우주에 찼네.

내 영혼 주를 찬양하리니

주 하느님 크시도다”

귀한시간 허락하신 우리주님께 감사와 찬미가 저절로 나왔지요

 

밤늦은 시각

천근만근 무거워진 몸들을 이끌고 한자리에 모인 ‘우리들의 시간’

처음 느낌은 '그냥 빨리 끝내고 자...'였지만

양 율리 자매님의 매끄러운 진행으로 계속된 시편포럼 시간엔 모두들 생기발랄 두 눈이 반짝반짝!

역시 하느님의 말씀은 살아 운동력이 있고 믿는 이들의 마음을 움직여 주는 원동력임을 실감하는 시간이었지요.

우리 가운데 주님을 모시듯

성경을 중심으로 머리를 맞대고 서로를 향하여 마음을 열며,

그 동안 달님 반 공동체내에서 느끼고 보아오고 겪어왔던 서로의 이미지를 떠올리며

각 사람에게 가장 어울림직한 새 이름을 지어주고자 두 귀를 쫑긋~

자신들이 선택한 시편말씀을 봉독할 때 그 사람에게 새 이름으로 어울린다고 생각되는 단어와

그 단어가 적합하다고 선택하게 된 경위들을 설명해주고 중복되는 단어에 초점을 맞추어

최종 결정된 이름들이 소개될 때엔 모두들 어울림직하고 그럴듯하다고 박수로 환영하였지요.

조원들의 새 이름을 넣어 씌어진 시편151편이 낭송될 때엔

콧날이 시큰해지기까지 하였습니다.

신앙의 여정 중에 크고 작은 시련들 온몸으로 살아 겪어내면서도 기도의 끈 늦추지 않고

때론 맨 발로 쓰라린 자갈밭길 걸어가듯이

때론 은총의 돌계단 오르듯이

그렇게 걷던 여정이었다 할지라도 그 모든 것 하느님 아버지의 섭리하심 안에 있음을 의심치 않았기에

주님의 도우심에 감사기도 올리면서, 그분의 이끄심에 또한 겸손으로 의탁하는 삶들이셨겠지요.

여태 그렇게 살아왔듯이 앞으로도 그렇게 흔들림 없이 기쁨으로 살아

주님 보시기 좋은 삶이 되어드릴 수 있기를 염원하는

가슴으로 드리는 우리들의 기도시간이었지요.

 

다음날 이른 아침 ‘십자가의 길 기도’

우리 맘에 심어주신 변하지 않을 주님 사랑을 되새기며

날 구원하기 위해 십자가도 마다 않고 기꺼이 지신 그 사랑에 가슴이 저미어

살며시 무릎 꿇고 눈시울 적시더니

파견미사 때에는

엄마 품에 포근히 안긴 어린 아이들처럼 평온함이 묻어난 흐느낌 물결처럼 번져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를 향해 두 팔 벌려(free hugs) 가슴 가득 평화를 비는

그 마음 마음엔 보혜사 성령의 감동으로 출렁거렸습니다.

그랬습니다.

그것은 성사적인 주님 사랑의 파도였습니다.

주님께서는 우리들을 뽑아 부르시어 당신의 일꾼으로 들어 쓰시고자

먼 옛날부터 이런 저런 계획을 세우셨나 봅니다.

 

우리 모두

그 모습 그대로...

넘치면 넘치는 대로,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각자가 받은 은총의 분량대로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우리 주 예수그리스도를 머리로, 한 지체를 이루고 있음을 잊지 않으리라 믿어봅니다.

주를 만난 그 기쁨에 가슴이 벅차 감격의 뜨거운 눈물 흘리던

'파견 받은 자'임을 늘 기억하여

오늘

여기에서

하느님의 나라를 이루어가기를 간절히 기도 드립니다.

 

생명의 빵을 함께 먹고,

구원의 잔을 함께 마시고,

사마리아 땅 끝까지 복음을 전하라는 주의 명령 따라 예수님의 구원사업 함께하고자

우리는 날마다

한걸음 더 가까이 주께로 나아갈 것입니다.

 

주님 앞에 두 마음 품지 않고 한마음으로 주를 위하며 평화를 이루려는 사랑스런 달님들과 함께^^

 

댓글 9

  • 2006년 10월 31일 오후 11:51

    내 인생의 특이하고도 멋진 체험 달님반 2년~ 하느님 영광과 달님반을 위하여 브라보!

  • 2006년 11월 1일 오전 8:13

    아니..벌써 11월, 공부도 이달로 끝....같이 온길 돌아보면...아른..아른~~~기억에 공부한거는 별로 없고, 같이 먹으러 다니고, 놀러 다니고, 사진 찍은 기억 밖에는 없어요 ~~~~~~~

  • 2006년 11월 1일 오전 11:53

    한마리님.. 제목이 왜 세실 자매님이래요??? 본문 내용에 눈씻고 봐도 세실 자매님은 없는 거 같은디... 그런데, 글이요~ 수필 작가가 쓴 글 같애요. 혹시 이것도 어디서 펀글..은 아닌 거죠? 예전 미션 영화평에 전문가보다 더 훌륭한 영화평이었다고 댓글 달아놨더니 한 마리님.. 본문 내용 얼른 "퍼온 글"로 수정해서 나만 이상한 "ㅇㅇㅇ"으로 만들어 놓고 말이죠...ㅋㅋ.. 사람들은 제가 뒷끝 없는 여잔 줄 알지만 천만의 말씀.. 저 기억력 조아요~~~

  • 2006년 11월 1일 오전 11:56

    아니다.. 저 혹시 이 글.. 세실 자매님이 쓰신 걸 (무슨 이유가 있어서) 한마리님이 옮기신 거 아녜요??? ..... 제주도 못 간 사람은 이해못하는 건감???

  • 2006년 11월 1일 오후 4:01

    저도 이글이 이렇게 올라 올 줄은 몰랐습니다~ 다만 총무님께서 글을 쓰라시기에 안쓰면 안되느냐고 물었더니 다~쓴다고 해서 안쓰면 졸업 몬하는 줄 알고 써서 멜로 보냈더니 이렇게 올려 놓으셨군요 다니가 칭찬하니까 엄청 쑥씨럽네요^^

  • 2006년 11월 1일 오후 4:29

    총무님답네요...ㅋㅋ

  • 2006년 11월 1일 오후 11:07

    정말 잘 쓰신 글입니다...그림같이 살아나네요....제주에서의 귀간 순간들이....

  • 2006년 11월 6일 오후 5:37

    역시나 재치와 센스있는 민숙이의 글솜씨 감상하며 참치김밥 한입먹어봤으면..군침이 도네여~``

  • 2006년 11월 10일 오후 4:38

    ^^안나언니도 잘 지내고 계신거지요?(아! 긍께~ 우리집으로 오시라고 혔잖어유~^^)언니~우리가 다시 만날때면 어디 참치김밥뿐이겠어요??? 언니들이랑 다시 만나 화기애애~맛난거 먹으며 함께할 생각하니 벌써부터 기분이 좋아지네요^^ 늘~~샬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