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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얼마 전 세미나 때 K사제는 자신의 체험담을 나누어주었다.
애써 모은 본당 건축 기금을 몽땅 갖고 사라진 그 사람을 용서 할 수 없어서
복수의 칼을 가슴에 품고 다녔다고한다.
그가 열심한 신자였고 가장 신임했던 가까운 사람이었기에 더욱 그러했고
건축업자들에게 돈을 지불하지 못해 감방신세까지 지게 되었다.
‘그 자식 찾기만 하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 이를 악물었다.
그러나 하루하루가 지옥 같았다. 불면증에 ․ 위장병에 ․ 신경증증세까지…….
그리고 몇 년이 지난 어느 날 새벽…….
시골 본당사제관 방문을 두드리는 자가 있었다. 나가보니 그자였다.
옆에 있는 몽둥이로 후려치려고 했는데 뒤통수에서 들리는 소리가 있었다.
‘나를 봐라, 용서해라 !.’예수님의 소리였다.
문을 닫아버리고 뒤칠락 젖힐락 숨을 몰아쉬며. 용서 !, 용서 ! 외쳤다.
헐어져가는 오두막집에 혼자 누워 죽음을 기다리는 그를 찾아갔다.
양심의 가책을 받아 전전긍긍하다 큰 병을 앓았고
용서를 청하려는 용기가 나지 않아서…….
그의 고백을 들으며 눈물이 울컥 쏟아져 둘이는 움켜 앉고 엉엉 울었다.
병자성사를 받은 그는 며칠 후 세상을 떠났다.
용서를 해주고 화해하고 나니 밥맛도 좋아지고, 잠도 잘 오고, 위병도 없어지고 건강해졌다. 그리고 행복했다.
숨을 죽이며 들었던 감동 깊은 체험담이었다.
베스트 셀러였던
용서와 화해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었다는
영화를 이렇게 시작한다.
어둠의 그림자가 드리운 한 남자 !
두려움에 싸인 자를 미디엄 숏(medium shot)에서 클로즈업(close up)으로...
죽어 있는 세 여인을 패닝(paning)하며
칼과 피가 낭자한 바닥에서 화면을 붉게 가득 채운다.
피로 멍든 윤수의 마음…….그는 이미 죽은 사람이다. 삶을 포기한 사람이다.
밑바닥 인생을 살아온 고아 윤수 !
세상으로부터 외면당하고 버림받아 세상에 대해 분노를 껴안은 사형수 윤수 !
그래서 살고 싶지 않았고 삐딱하게 거칠어져 죽을 날만 기다린다.
그는 죽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고 사는 게 지옥 같았다.
아침 햇빛이 너무 찬란해서 해가 무섭다며 자살하려는 유정!
자가용 안에서 수면제를 몽땅 털어 먹는 유정을 미디엄으로 잡았다.
서른 살 나이에 더 이상 살아갈 이유도,
살고 싶지도 않아 모든 희망을 잃은 유정이다.
그녀는 한때 가수로 활동하기도 했지만 삶을 비관하며 삶을 포기했다.
세 번째 자살시도에서도 실패하고 삼촌 병원에서 깨어난 그녀는 엄마에게
‘ 누가 낳아 달랬어 ! 죽게 그냥 내버려두랬잖아!’ 악에 바쳐 소리친다.
밖에서는 빗물이 줄줄 흘러내리는 어둔 밤이다.
유정의 고모!,
모니카 수녀는 몇 십년간 교도소의 교정위원으로 봉사하면서 사형수를 만난다.
수녀는 유정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는 가족들을 만류하고
유정의 애국가를 듣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다며
교도소에 한 달간 동행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낸다.
이렇게 해서 부자 집 막내딸 유정과
밑바닥 인생을 살아온 고아 윤수와의 만남이 시작된다.
검푸르고 스산한 교도소 복도 !
육중한 교도소 철문이 열리며 ‘쾅’ 소리를 내며 닫힌다.
철컥 !! 자물쇠를 잠그는 소리…….
세상과 사람들을 향해 굳게 닫혀 진 유정과 윤수의 마음처럼…….
억지로 끌려가다시피 한 가톨릭교회 만남의 방 !
청회색과 회색이 섞인 실내에 소박한 긴 탁자와 의자가 있다.
그리고 성모상이 있다.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 퍼플색 원피스를 입은 유정은 벽에 걸린 렘브란트의 ‘돌아온 탕자’그림을 유심히 보고 있다.
다른 사람들처럼 동정하는 기색도 없고, 그냥 서늘하게 창문에 서서
윤수를 보고 있다.
햇살이 만남의 방을 비추고 있지만 사형수, 윤수의 얼굴엔
어두움이 짙게 드리워있다.
윤수 뒤에는 성탄 추리가 있고…….
아이앵글(eye angle)로 잡은 모니카수녀는 열심히 윤수에게 빵을 주며
말을 건네지만 내내 거칠고 불쾌하게 구는 사형수 윤수 !
그러나 유정은 생을 절망하는 윤수의 눈빛과 표정에서 자신의 얼굴을 발견한다.
윤수는 자신을 괴롭혔던 죄수를 방망이로 때린 죄로 손을 뒤로 묶인 채 독방에 나동댕이 쳐졌다.
익스트림 하이 앵글(extrem high angle)로 보여주는 윤수의 독방!
어두컴컴한 좁은 방에 변기가 놓여있고 조그만 구멍으로 던져진 밥을 기어가
먹으며 흐느낀다.
마치 동물처럼 …….
윤수의 삶이 인간대우를 받아보지 못하고 동물처럼 살아왔다.
유정은 고모 수녀의 부탁으로 혼자 윤수를 만난다.
긴 탁자에 서로 밀어내듯 멀찍이 앉아 경계만하고 빈정대는 말만하던 이들은
한번 두 번 자꾸 만나면서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고 다가간다.
이들의 장소는 거의 실내이다.
구치소, 유정의 방, 식당, 거실, 병실 등 깊은 마음의 공간이기도 하다.
클로즈업(close up)으로 보여주는 수갑에 묶인 윤수의 손!
윤수는 구치소라는 공간에 몸이 묶여있고 유정은 마음이 꽁꽁 묶여있다.
자기 딸의 살인자를 용서할 수 없어서
성모상을 검은 수건으로 덮어 놓았다던 박할머니는 이제 용서해 주려고
모니카 수녀에게 윤수를 만나게 해 달라고 한다.
그러나 윤수를 보자마자 분노와 증오가 끌어올라 윤수에게 달려들어
‘왜 죽였니. 이 나쁜놈아 ! 이 천하에 죽일 놈아 !!
돈 많은 사람 다 놔두고 왜 하필 내 딸이야!’
하얗게 질려 덜덜 떠는 윤수는 공포에 싸여 구석에 옹크리고 앉아 말한다.
‘제가 잘 못했습니다.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얼음처럼 굳어졌던 윤수의 얼굴에 눈물이 흘러내린다.
마음이 무너져 내린 박할머니는
“내가 널 용서하마,
그런데 니가 이렇게 떨고 있으니……. 이렇게 착하게 생긴게……. ”
박할머니에게서 용서를 받은 윤수는
그날 밤 그의 상처를 정화 하듯 심한 열병을 앓았다.
새해아침이다.
새해를 맞아 교도관들은 죄를 씻기 위해 죄수들의 발을 씻는 예절을 한다.
신부님은 윤수의 발을 씻겨주며 위로한다.
‘물고기가 물에 사는 것이 기적이 아니고 사람이 변화하는 것이 기적이지…….
많이 힘들었지…….’
이제 윤수의 얼굴이 환해지기 시작한다.
엄마와 많이 싸웠다는 유정…….
엄마가 도망가서 싫어했다는 윤수는 서로의 공통점을 만난다
그리고 서로 꼴통이었다는 공통점 !
서로 공통점을 이야기하는 이들을 아이 앵글로 잡는다.
윤수의 얼굴에는 진짜 웃음이 터진다.
망원으로 잡은 두 사람 ! 마주 앉은 두 사람은 거의 겹쳐진다.
서로가 마음과 마음이 통하기 시작했고 밖에서는 흰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이제 진짜 얘기를 하기 시작한다. 가슴 깊이 묻어 두었던 상처를 …….
윤수는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한다.
고아원에서 나와 엄마를 찾았으나 되쫓김을 당하고 구걸하다 얻어맞고는
동생 은수는 죽었다. 애국가를 불러달라며 죽어간 동생 은수…….
마음 아파하며 유정은 말한다.
‘우리 똑 같네요. 나도 그래요
나만 불행하고 나만 억울하다고 생각했었는데…….
남들이 보기엔 먼지만한 까시 같아도, 그게 내 상처일 때는
우주보다도 더 아픈 거예요. 어쩔 수 없죠……’
유정은 윤수에게 엄마에게 주려고 준비한 죽을 준다.
천진한 눈빛과 환한 얼굴로 맛있게 죽을 먹는 윤수 !
이들은 이제 서로 농담도 하며 푸하하…….웃음을 터트리기도 한다.
방안에 따뜻한 공기가 채워진다.
구치소 면회실 !
투명 아크릴판을 가운데 두고 윤수와 유정은 앉아있다.
창문을 통해 들어온 한줄기 빛이 이들을 비추고 있다.
내 얘기를 들어줄 사람이 필요하다며 비밀을 죽음까지 가져간다는 윤수에게
자신의 아픈 속내를 말하는 유정 !
‘열다섯 살 때 사촌오빠에게 강간당했다…….
세 번 자살하려고 했다 !
얘기 하면 기절할 줄 알았는데 멀쩡하네’
유정은 눈물을 흘린다.
윤수는 유정의 상처를 씻어내듯 눈물을 흘리며 말한다.
‘죄송합니다. 잘못했습니다..’
서로는 눈물을 흘리며 한참 보고 있었다.
윤수와 유정의 얼굴이 중첩된다.
서로의 마음과 마음이 교감되었다.
따스한 눈길을 보내며 유정은 아크릴 위로 윤수의 얼굴을 보듬어준다.
상처와 상처는 서로 보듬어졌고
그들의 절망은 기적처럼 행복감으로 바뀌어 간다.
유정에게 죽을 결심은 사라졌고 윤수는 생애 처음으로 살고 싶어진다.
세상에 ‘사랑’이 있다는 것, 살아있다는 것의 기쁨을 알게 된다.
창밖에는 눈이 내리는 아침이다.
재소자들은 눈싸움을 하고 윤수는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있다.
금이 간 콘크리트 틈새에서 힘겹게 자란 조뱅이 풀!
청소원들이 뽑아도 싹을 틔우고,
밟으면 밟을수록 이파리가 뾰족하게 살아나는 풀!
이런 풀 때기도 살아보겠다고 버둥대는데……
밝은 웃음을 하는 윤수 !
윤수에게도 살려고 하는 마음이 움트기 시작한다.
유정은 창문으로 스며오는 햇살을 똑바로 마주 보며 환하게 웃는다.
미색 톤의 밝은 색 옷을 입은 유정은 이제 흐트러졌고 어질러진 방을 청소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스틸 카메라를 찾아 윤수를 위해 풍경을 담는다.
바다, 일출과 일몰, 그리고 사람, 길…….인상적인 장면들을 카메라에 담는다.
유정은 행복하다. 윤수를 위해 무엇인가 할 수 있어서 즐겁다.
윤수는 유정이 담아준 사진들을 벽에 붙이며 행복해 한다.
이제 몸은 감옥이라는 공간에 있지만 마음은 멀리 산과 바다를 자유롭게
훨훨 다닐 수 있어 행복하다.
윤수는 한번도 표현해 보지 못했던 사건 당시의 심정을 꺼낸다
자신을 좋아한다고 믿었던 여자 친구 !
그녀의 수술비를 위해 사람을 죽이게 됐고,
죽은 사람 손에서까지 반지를 뺏었는데 …….
처음으로 사람을 믿어 보려고 했는데 소용이 없었고
그래서 자신이 세 사람을 다 죽였다고 고백했다고…….
‘그런데 사는 게 지옥 같았는데 이제는 살고 싶어져요……’
윤수의 마음에 한줄기의 빛이 생기기 시작했고 윤수는 변화됐다.
김신부에게 세례를 받은 윤수는 하얀 세례 복을 입고 해맑은 웃음 지으며
유정에게 말한다.
‘목요일만 생각하면 그냥 좋아요.
행복하게 웃을 수 있어요.’
이제 새로 태어난 윤수 ! 죽음을 거쳐 새로이 태어났다.
윤수는 유정에게 줄 선물을 밤 세워 가며 만든다.
아크릴을 세멘트에 갈아 십자가를 만들어 유정의 목에 걸어준다. 벽에는
겟셋마니에서 저들을 용서해달라고 기도하는 예수님의 그림 액자가 걸려있다.
윤수의 사형 날이 왔다는 소식을 들은 유정은 엄마를 찾아가 용서한다.
유정이 더 용서할 수 없었던 것은 엄마였다.
민석이 사촌 오빠에게 강간당한 후 무서워 떨며 엄마와 얘기 하고 싶었는데
엄마는 냉정했다. 오히려 딸을 꾸중하며 다 큰 기집애가 어떻게 꼬리를 쳤으면 그랬냐며, 창피한 줄 알라며 입 다물라고 뺨을 때렸다.
유정이 자신의 얘기를 들어달라고 애원했지만…….
그러나 이제 유정은 엄마를 찾아간다.
‘ 나 엄마 용서 안 할려구 했어. 아니 용서하기 싫었어
지금 이렇게 용서해보려고 온 거야. 그 사람을 위해서 !
혹시 하느님이 계시면,
엄마를 용서하는게 나한테는 죽기보다 싫은 일이라는 걸 아실 테니까…
엄마 죽지 말란 말야 ! 살아만 있으란 말야 !’
윤수가 사형대로 간다.
달빛을 주제로 하여 가난하고 눈먼 한 소녀를 위하여 즉흥적으로 만들었다는
월광곡이 흐른다.
창밖에는 눈이 내리다 못해 이제는 녹아 주룩주룩 비가 되어 내리고 있다.
유정이 사준 나이키 신발이 벗겨져 다시 신발을 고쳐 신고는 사형대로 향한다.
마지막 단두대에 앉아 있는 윤수는 마지막 남기고 싶은 말을 한다.
‘저로 인해 희생당한 분들께 사죄드립니다.
그 가족 분들께도 진심으로 사죄드림니다.
저를 용서해 주셨던
정말 죄송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당신의 용기로 저는 다시 태어날 수 있었습니다.
보살펴 주신 교도관님들 고마웠습니다. 신세 많이 졌습니다.
이 주인님, 고맙습니다.
신부님 고맙습니다.
모니카 수녀님 고맙습니다. 수녀님은 저에게 천사를 보내 주셨습니다.’
윤서는 일어서서 두리번거리며 유리창 너머에 있는 유정이에게
‘유정씨, 거기 있어요? 나 보여요
내 목소리 들려요?
유정씨. 내 얼굴, 까먹으면 안돼요. 유정씨 머리 좋잖아요.
고마웠습니다. 사랑합니다.
누나 !!’
눈이 부시도록 환한 윤수의 얼굴과 아름다운 미소를 클로즈업한다.
윤수는 애국가를 부르며 죽어간다.
전에 프로야구 개막식 때 맑은 목소리로 유정이 불렀던 애국가이다.
애국가는 운동경기 개막, 폐막식에, 축하식에 부른다.
윤수가 부른 애국가는 영원한 나라에 입장하는 개막식노래이다.
유리벽 사이를 두고 다시 유정의 얼굴과 윤서의 얼굴이 중첩된다.
우리가 서로 소통 할 수 있을 때 너도 살리고 나도 살린다.
소통은 용서이고 용서는 소통이다.
용서는 주님의 은혜이고 소통(커뮤니케이션)은 하느님이 주신 선물이다.
용서하지 못할 때 우리는 자신 안에 갇혀있게 되고 괴로워하며
단절되어 죽어간다.
당사자를 만나 소통하고 용서했을 때 우리는 해방되고 구원된다.
커뮤니케이션은 구원이다.
하느님은 끊임없이 소통하시는 성삼위이시다.
소통하시는 성삼위 하느님을 닮은 인간 또한 소통적 존재이다.
그래서 인간도 끊임없이 소통을 갈망한다.
비록 극악 범이라도 누군가와 소통하고 싶어 한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서로 진심으로 소통할 수 있을 때 우리는 행복해진다.
소통할 줄 아는 자는 행복하다.
자신의 이야기를 나눌 벗을 만난 자는 행복하다.
벗의 상처를 들어주고 보듬어 줄 수 있는 자는 행복하다.
이것이 주님이 원하시는 참 행복이다.
고맙습니다. 주님 !
당신으로 인해 살아있다는 기쁨을 알게 하소서.
이웃으로 인해, 나로 인해 살아있다는 기쁨을 알게 하소서,
주님과 나 !
우리가 서로 만나 소통할 때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되게 하소서.
너와 나!
우리가 서로 만나 소통할 때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되게 하소서.
우리가 서로 살아있다는 기쁨을 알게 하소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