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과 유대인 -최종고 교수님

2009. 7. 2. 오후 7:34:02

글자

2009.5.24, 봉천동 천주교회

        교육에서 본 유대인의 지혜

              최 종고(서울대 법대 교수, 한국인물전기학회장)

 

머리말

나는 교육학자가 아닌 한 법학자이다. 교육에서 본 유대인의 지혜를 얘기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상당히 망설여졌으나, 교육은 교육학자만의 전유물은 아니고 누구나 관심 두어야 할 책임이고 지난 1,2월 두달 동안의 이스라엘 체류기간에 유심히 관찰하기 위해 수락하였다.

일반적으로 유대인은 교육열이 높고 그런 교육이 성공하여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유대민족은 2천 여년 동안 전세계를 유랑했지만 지금은 이스라엘을 되찾고 교육에 힘쓰고 경제를 일으켜 많은 노벨수상자들을 배출하고 세계에 큰 소리 치는 번영을 누리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어떻게 이루어졌나에 대하여 우리는 진지하게 관심을 갖고 이해를 해야 한다. 한국인도 나름대로 교육에 관한 한 둘째 가라면 서러울만큼 열성적이고 두뇌도 높다고 하는데, 무엇이 세계적 레벨에서 유대인을 따라가지 못하게 하는가도 깊이 반성해보지 않을 수 없다.

주로 유대인의 고전인 <탈무드>의 정신에 기초하면서 역사 속에서 교육을 어떻게 생각하고 실천해 왔는가를 살펴보려한다.

 

I. 유대인의 전통교육

유대인(Jew, Jude)이 누구인지 간단치 않다. 아이들은 이렇게 얘기한다.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는 러시아계 유대인이고, 엄마는 독일계 유대인이고, 아빠는 헝거리 유대인이예요". 아이들의 얘기를 들은 선생님은 이렇게 설명한다. "나의 어머니는 프랑스계 유대인이고 아버지는 모로코 유대인인데, 파리에서 만나 결혼하여 이스라엘로 이주해서 나를 낳았지요. 그래서 나를 '짜바르'라고 불러요. '짜바르'란 원래는 선인장을 뜻하는데, 겉으로는 가시가 있어 강인하게 보이지만 열매는 달고 부드럽지요. 짜바르란 이스라엘에서 태어난 유대인을 뜻하는 동시에 외유내강의 우리들 성격을 이르는 말이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유대인은 어머니가 유대교인이어야 한다고 알려져있다. 그렇지만 아이의 성은 아버지의 성을 따른다. 이렇게 본다면 유대인은 오늘날 이스라엘 국민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아직도 전세계에 퍼져서 살고 있는 유대인 집단 전체를 가르키는 말이다. 그들을 가리켜 디아스포라(Diaspora)라 한다. 우리의 주변에도 유대인들이 살고, 유대인-한국인이 결혼한 다문화 가정도 점점 늘고 있다. 이에 관한 사화학적 연구도 필요하다.

괴테(Goethe)는 유대인을 “세상에서 가장 끈질긴 민족”(das beharrlichste Volk in der Welt)라고 불렀다. 철학자 비트겐슈타인 (Ludwig J. J. Wittgenstein) 은 말했다. "유대인은 불모의 땅을 가졌지만 그 밑바탕에는 정신과 지혜의 샘물이 요동치며 흐른다." 톨스토이(Leo Tolstoi) 도, "유대인은 온정과 매력이 넘치는 지혜가 있다. 이들의 위대한 지혜는 장밋빛 새벽별처럼 적막에 잠긴 새벽을 비추어, 영원한 비밀에 대한 인류의 열정적인 탐구욕을 만족시킨다."고 칭찬했다.

이러한 유대인의 저력은 말할 필요도 없이 그들의 선민(the chosen people)으로서의 전통에서 찾을 수 있다. 유대인은 원래 자신들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서 다른 어떤 민족보다도 성공에 대한 갈망이 크다. 유대교(Judaism)는 "모름지기 큰 뜻을 품은 사람은 결국 성과를 거둔다."는 신앙 내지 교리에 기초하여 개성을 말살하지 말고 개개인의 능력으로 불합리한 세상을 개선하라고 가르친다.

선생님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아이들에게 합리적인 사고습관을 가지도록 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아이들에게 이른바 '헤브루타식 교육'을 끈기있게 시켜나간다. '헤브루타식 교육'이란 논쟁과 토론을 강조하는 이스라엘 특유의 교육방식이다. 그들은 논쟁과 토론의 교육만이 아이들의 사고를 합리적으로 길러주는 확실한 수단이라고 믿는다. 그들이 자랑하는 <탈무드>도 이러한 토론과 논쟁의 대화집이다. 과거 5천년동안 벌어진 수많은 유대교 현인들의 이야기가 토론식으로 거대하게 전개되고 있다. 그것은 모두 6부, 63제, 525장, 4178절로 이루어져 건강, 의약, 법률, 윤리, 종교적 실행, 역사, 전기, 천문, 생물, 자선 등의 내용을 담고있다.

'이디시 콥'(Yiddishe kop)이란 "유대인의 재치"라는 뜻인데, 끝없는 박해와 수난을 받은 유대인들이 문제에 부딛쳤을 때 그것을 끈질기게 해결해나가는 적극적 사고방식을 말한다. 우리나라에도 번역되어있다(Rabbi Nilton Bonder저/김우종역, <이디시 콥>, 정신세계사, 2007)

한국인으로 유대인에 대하여, 함석헌의 표현대로 “세계사의 고난의 종”으로서의 강한 동질감을 느끼면서도, 의아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바로 이 전통의 계승에 관해서이다. 사실 한국인의 전통을 정신적인 면에서 본다면, 단군을 거족적 종교로까지 승화시키지도 못했고, 유교와 불교도 우리 자신의 것은 아니고, 그래서 그리스도교가 상당히 번성하는 것 같이 보이는데, 실상은 내면적으로 어중간하고 복잡하다. 한 마디로 한국인의 얼과 정신을 모을 구심점이 없다. 보스톤대학에서 종교학을 가르치는 정재식교수도 한국종교를 강의할 때 곤혹을 느낀다는 고백을 토로하는 것을 들었다. 한국인은 유대인의 <탈무드> 같은 민족적 지혜를 담은 성전(Canon)을 만들지 못했다. 왜 우리는 공자의 <논어>와 주자의 성리학에만 빠져있었던가? 우리는 한국인의 아이덴티티(identity)를 얘기할 때 혼란을 느끼고, 이것이 외국에 있는 한국인 후세들에게 전통을 전승시키려 할 때 취약점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아무튼 유대인은 <탈무드>에 기초한 전통을 잘 유지해오고 있다. 내가 예루살렘에서 ‘통곡의 벽’에 가서 놀란 것은 벽에 서서 우는 유대인들이 아니라 수백권의 <탈무드>가 벽 안쪽에 쌓여있고, 그것을 읽으며 몸을 흔들며 암송하고 있는 광경이었다. 민족의 클라식, 그것은 부럽기 그지없었다. <성서>와 <탈무드>라는 고전을 만든 유대민족은 고테가 칭찬했듯이그 점만으로도 우수한 민족이다.

 

II. 유대인의 경제교육

미국의 한 경제 잡지는 전 세계 300억 이상의 거부 중에 유대인이 75%를 차지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유대인 사업가들이 기업을 경영하는 능력이 얼마나 뛰어난지 그대로 나타내준다.

사실 유대인은 오늘날 세계경제를 쥐락펴락하는 민족이다. 유대인이 이렇게 전세계의 '돈맥'을 잡게 된 것은 제 나라를 잃고 타 민족에게 온갖 박해를 받으면서 유일하게 할 수 있었던 것이 돈을 버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유대인은 '돈맥'뿐만 아니라 '인맥'도 꽉 잡고 있다. 미국 백악관의 핵심인물에서 정계, 언론사, 월스트리트, 대학, 영화사 등에 이르기까지 모든 곳에 유대인이 포진되어 있다. 이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모국인 이스라엘에 유리한 정책과 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해서 로비도 아끼지 않는다.

유대인은 돈이 순수한 동심을 오염시키는 추악한 것이 아니라 어릴 때부터 일찍 접할수록 유익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유대인은 어릴 때부터 익힌 금전의식과 금융의 지식을 바탕으로 금융계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유리한 위치에 올라 독점하였다. 그러니 사람들이 유대인을 가리켜 '타고난 금융가'라고 말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탈무드>를 보면 세상에 사람을 해치는 것이 세 가지 있다고 한다. 근심과 말다툼과 빈 지갑인데 이 중에서 사람에게 가장 상처를 입히는 것은 빈 지갑이라 한다.

유대인 법률서 <토라>에는 "도움을 주는 것은 부자의 책임이요, 도움을 받는 것은 가난뱅이의 권리이다."라 한다.

유대인의 운명은 역사와 종교적인 이유로 줄곧 풍전등화처럼 위태로웠다. 기본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유대인이 휘두를 수 있었던 최고의 무기는 돈이었다. 다른 민족에게서 배척당할 때나 말살될 위기에 처했을 때 유대인은 번번이 돈이라는 카드를 꺼냈다. 유대인들이 왜 모욕도 참아가며 돈을 벌었는지 이해가 된다. 보통 사람들 눈에 돈은 유흥이나 레저를 즐길 때 필요한 도구이지만, 유대인에게는 생존하기 위해 꼭 필요한 담보물이다. 국가와 정부 없이 도처를 떠도는 유대인들은 자신들의 안전을 지킬 힘이 없었다. 그들은 돈을 밝히는 통치자에게 돈을 주고 간신히 생존권을 얻기도 했다.

유대인은 생활의 터전의 주변 환경을 매우 중시한다. 또한 상부상조의 정신이 깊숙이 뿌리박혀 주변 사람들을 잘 보살핀다. 유대인의 단결 정신과 상부상조 정신은 종종 다른 민족의 시기를 산다. 누군가가 유독 유대인의 상부상조 정신이 뛰어난 이유가 뭐냐고 묻자, 한 유대인은 "우리 민족끼리라도 도와야지 다른 민족이 도와줄 때까지 기다리는가?"라고 반문했다. 유대인은 이처럼 내부적인 단결과 도움의 정신으로 핍박, 박해, 모욕의 험난한 여정을 견디고 살아남았기에 지금과 같은 번영을 누릴 수 있었다.

" 가장 똑똑한 현자도 평생 공부해야 한다."고 유대속담은 말한다. 유대인이 괜히 '잡학박사'라고 불리는 것이 아니다. 협상할 때를 보면 유대인은 마치 세상 모든 일을 꿰뚫고 있는 것처럼 풍부한 내용을 조리있게 설명한다.

교양이 넘치는 유대인은 식견이 좁고 교육이 낮은 사람과 교제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장미향을 풍기려면 장미꽃밭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여 학식이 깊은 사람들과 토론하고 공부하며 서로의 능력을 향상시키고자 노력한다.

유대인은 식견도 풍부한데다 지능지수도 높아서 늘 남는 장사를 한다. 괜히 세계 제일의 상인이라고 불리겠는가? 지식과 돈은 정비례해서 독서량과 업무지식이 풍부할수록 사업에서 실수할 확률은 줄어든다. 다시 말해 풍부한 지식은 돈을 버는 근본적인 보증수표요, 상인으로서 마땅히 갖춰야 할 기본 소양이다.

"돈은 사람들에게 주고, 만물에 온기를 주며, 욕하던 사람이 바르게 말하고, 칼을 사람이 반성하게 한다. 또한 선물로 신의 마음을 노크해 굳게 닫힌 마음의 문을 열기도 한다"고 <탈무드>에 기록되어있다.

사람들은 "유대인이 셋이 모이면 세상이 결정된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심지어 "전세계의 돈은 미국인의 호주머니 속에 있고, 미국인의 돈은 유대인의 호주머니 속에서 나온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유대인은 참으로 수수께끼 같은 민족이다. 소수에 불과하지만 전 세계의 방대한 자산을 좌지우지하고, 천 년 동안 온갖 박해와 공격을 받으며 유랑생활을 했지만 놀랍게도 무일푼 처지에서 돈방석 위에 앉은 주인으로 변신해 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민족이 되었다. 이스라엘에 가보면 대학을 비롯해 곳곳에 전세계의 유대인들이 모금하여 건물과 시설을 지어주고 표시판을 단 것들을 보게된다.

과거에 기독교인들은 유대인을 돈의 마귀라고 중상모략하고 일부 귀족과 왕족, 반유대주의자들은 유대인의 재산을 뺏으려고 갖은 방법을 썼다. 하지만 유대인은 부를 축적한 방법을 결코 누설하지 않았다.

어쨌건 교육의 관점에서 보면, 유대인은 교육을 추상적이거나 고답적인 것으로 파악하지 않고 대단히 실용적, 실리적으로 생각한다는 사실이다.

 

III. 유대인의 교육열

"포도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고 사람은 지혜로울수록 겸손하다."고 <탈무드>는 말한다.

유대인은 교양있는 사람을 존경하고, 그렇지 않는 사람을 경멸한다. 이렇게 다른 민족보다 지혜를 키우는 교육을 중시한 덕에 유대인은 세상에서 가장 우수한 민족이 되었다.

유대인은 무식한 사람은 결코 사업가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이들은 문제를 객관적으로 관찰하지 못하고, 또한 거래를 해도 학식이 있는 사람들과 하는 것이 더 편하다고 생각한다. 지식이 있으면 지혜가 있고, 지혜가 있으면 갑작스러운 상황에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다. 따라서 지혜로운 사람이 사업을 경영할 때 돈이 들어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유대인이 다른 민족보다 문화적이고 교양 있는 것은 좋은 전통을 계승한 덕분이다. 1970년대 미국의 금융, 상업, 교육 등 분야에서 활동한 사람 중에 남성의 70%, 여성의 40%가 미국 국적의 유대인이었다. 한해 수입이 가장 많은 직업인 의사와 변호사도 유대인 비율이 가장 높다. 즉, 1970년대 미국에 모두 유대인 의사 3만여 명과 유대인 변호사 10만 명이 있었는데, 이는 미국 전체 의사와 변호사 중에 각각 14%, 20%에 이르는 수치이다. 유대인의 높은 학력은 직업선택과 수입 방면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미국에서 고졸자의 수입은 중졸자의 두 배이고, 대졸자의 수입은 고졸자의 두 배이다. 그런데 미국에 사는 200만 명이 넘은 유대인 중에 64%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32%가 대학교를 졸업했다. 이렇게 볼 때, 유대인은 전체 미국인의 평균 수입보다 더 많은 돈을 버는 셈이다.

유대인은 독서의 민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순히 학구열로 설명하기에는 부족할 정도로 책과 지식에 대한 숭배와 갈망이 강하다.

유네스코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이스라엘 국민이 가장 많은 책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13세 이상의 유대인은 월평균 책 한권을 읽고, 전국에 분포되어 있는 공공도서관과 대학도서관에서 한 해에 수백만 명이 도서 대출증을 새로 발급받아 쾌적한 환경에서 마음껏 책을 읽는다. 하이파대학을 방문했을 때 로비에서 헌책을 박스채로 파는데 값이 엄청 싼 것을 보고 놀랐다.

이스라엘의 교육은 14세까지 초등학교 무상 의무교육이다. 대개 외국에서 돌아온 이민자들이 많기 때문에 아이들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유치원에서 히브리어를 배운다. 국가가 운영하는 초등학교는 8년간 수업을 마치면 4년 동안의 고등교육과정으로 들어간다. 고등학교부터는 학비가 개인부담이고, 3학년이 되면 졸업시험을 준비하는데 이 어려운 시험에 합격해야만 대학입학에 필요한 확인증을 받는다. 이스라엘에는 7개의 대학교가 있고 1925년에 예루살렘에 히브리대학교가 세워졌다. 또한 텔아비브대학교와 하이파대학교 벤구리온대학교가 유명하다. 나는 이 대학들의 도서관을 관람하여 특히 한국관계 도서가 어떤 상태인지 점검해보았는데, 하이파대학의 장서가 제일 잘 되어있었다. <독도는 우리땅>이란 한국책도 보였다. 한국의 서울대학교 도서관에서 히브리어로 된 책은 본 일이 없다.

 

IV. 가정교육의 중요성

내가 텔아비브대학에서 한 달 동안 가르치면서 체험한 것을 말하고 싶다. 내 눈에 특출하게 눈에 띄는 한 학생이 자기의 집에 초대하고 싶다고 했다. 가서 보니 아버지는 외교관출신이었고 어머니도 미모의 인텔리 여성이었다. 한국에 대하여도 자세히 알고 세계지(世界知)가 대단히 높은 가정임을 알게 되었다. 매주 금요일 저녁은 온 가족이 모여 유대식으로 <탈무드>를 몇 구절 읽고 기도를 한 후 식사를 나눈다고 한다. 이 가정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유대 가정에서 이렇게 하고 있다 한다. 나의 학생 옴리 센더(Omri Sender)군의 설명에 따르면, 오늘날 젊은이들은 유대교회당 시나고그에 가서 예배에 참석하는 일은 점점 줄어지고 있지만, 이러한 가정에서의 간단한 예배와 만찬을 통해 유대교의 전통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나는 이러한 가정교육은 한국보다 강하다고 느껴졌다.

고대 유대인 가정에는 꿀을 《성경》에 떨어트리고 이제 막 철이 들기 시작한 아이가 그것을 핥아먹으며 '지식'의 달콤함을 알게 하는 풍습이 있었다. 지금도 이 달콤한 의식은 지켜지고 있다.

내가 텔아비브대학 로스쿨에서 가르치는 동안은 가자(Gaza)지구의 전쟁 중이어서 학생들이 많이 결석을 했다. 출석을 부를까고 물으니 출석한 학생들이 부르지 말아달라고 부탁해서 출석도 못 불렀다. 시간이 지나면서 파악하니 학생들은 전쟁에 나간 것만이 아니라 직장에 다니기 때문에 원래 출석률이 높지 않다는 것이다. 고등학교를 마치면 일을 하면서 시간을 내어 대학에 다닌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학생들의 태도가 대단히 으젓하고 어른스러웠다. 학점이 잘못 나오면 재시험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두 번이나 주어진다고 한다.

그러나 일생에 가장 중요한 것은 어릴 때 침대 옆에서 읽어주는 '베드 사이드 스토리'(bed side story)라고 말해진다. "당신의 아이가 커서 무엇이 되면 좋겠어요?." "대학에서는 무엇을 전공하게 할건가요?" 라는 식의 질문은 유대인들에게는 바보 같은 소리로 들린다.

이스라엘사람들은 전쟁 상황을 아이들에게 숨기지않고 솔직하게 드러내 놓고 설명해주면서 전쟁에 대한 불안감을 덜어주고 있다. 전쟁도 삶의 일부이며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가르친다.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슬기롭게 극복해야 하는지 반복하여 가르친다. 일상생활 속에서 겪는 테러의 분위기에도 익숙하도록 가르친다. 전쟁과 테러 속에서도 침착하게 자기가 해야 할 일을 담당하도록 철저히 교육시킨다. 이스라엘 군인은 대부분 집에서 출퇴근한다. 아이들은 명절과 전통에 대한 교육을 체험을 통해 배우기 때문에 명절과 전통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간직한다. 이러한 유아교육의 정신이 2천년 동안 나라 없이 흩어져 살면서도 지금의 이스라엘을 건국할 수 있게 했고 모국어인 히브리어를 지속하게 한 저력이 되었다. 6월절에는 <출애급기>를 읽으며 '마쪼트' 혹은 '마짜'라는 누룩 없는 빵을 먹는다. '통곡의 벽'처럼 그들은 고통과 슬픔을 잊지 않는다.

 

 

V. 유대인의 세계지(世界知)

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유대인에게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뭐냐고 물으면 망설이지 않고 지혜라고 대답할 것이다. 유대인은 학습에 능할 뿐만 아니라 생각하는 데에도 능하다. <탈무드>에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지 않는 것은 남에게 자신의 뇌를 주고 대신 처리해 달라고 부탁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라는 구절이 나오는데, 유대인은 확실히 어떤 우상도 숭배하지 않거니와 대중의 조류에도 따르지 않고, 늘 의심의 눈초리로 세상을 본다. 유대인이 다양한 분야에서 큰 성과를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사회에 만연한 선입견에 영향 받지 않고, 모든 문제를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았기 때문이다. 의심하는 태도는 유대인이 사업에 전혀 도움이 안되는 속박에서 벗어나 자신의 재능을 자유롭게 발휘하고, 혼자 사고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아 눈부신 성과를 이룩하게 만들었다.

세상에 똑똑한 민족은 많지만 유대인의 지혜를 따라갈 민족은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유대인은 어떻게 하면 지혜를 돈으로 바꿀 있을까 고민하지 않던가? 만약 지식이 실질적인 이익을 가져다주지 않는다면 유대인은 구태여 지식을 쌓지 않을 것이다. 유대인은 세상의 실정을 이해하지 않고 온종일 학문만 파고드는 사람을 안타깝게 여긴다.

1930년대에 독일이 유대인 말살정책을 ,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 3 명의 유대인들이 망명의 길을 떠났. 이들은 상하이, 일본 등지에서 안정을 찾아 바로 아이들을 교육시킬 있는 곳을 물색했다.

언어가 다르면 서로 소통하기 어렵다. 과거에 유대인이 세계 각지에 흩어져 겪었던 가장 문제는 언어장벽이었다. 때문에 이들은 어느 곳에 정착하면 신속히 지역의 언어와 풍습을 배우고 삶의 터전을 닦았. 이러한 언어의 습득이 자신들의 경험과 생각을 자유자재 나타냄으로써 어느 분야에서나 두각을 나타내게 하였다. 이것이 한국민족과 다른 점이라 하겠다.

유대인 사업가는 뛰어난 외국어 실력을 바탕으로 세계를 종횡무진 뛰면서 돈을 번다. 이들에게 외국어는 돈을 버는 최고의 무기이다. 실제로 통역사 없이 협상을 진행할 수 있는 수준의 뛰어난 외국어 실력은 유대인이 사업가로서 성공하는 비결이었다.

위대한 과학자 아인슈타인은 독일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는 유대민족의 언어인 히브리어와 독일어와 영어에 정통했고, 뛰어난 외국어 실력으로 각 나라의 지식을 광범위하게 습득해서 20세기 최고의 과학자가 되었다.

문화와 과학의 발전으로 국가와 민족의 경계가 사라진 지금, 유대인은 탄탄한 외국어 실력을 발판삼아 만난 물고기처럼 세계각지를 돌며 거침없이 활약하고 있다. 유대인은 상대국가의 국민들이 깜짝 놀랄 정도로 뛰어난 외국어 실력과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나라의 정보를 얻어서 필요할 신속한 결정을 내린다.

 

VI.유대인의 교육정신

<유태인의 천재교육>의 저자 루스-실로(Ruth-Shillo)여사는 외교관인 남편을 따라 일본에서 오래 살면서 일본의 교육관이 유대인의 그것과 상당히 차이가 나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 책은 이렇게 구성되어 있다.

1. 남보다 유명하라고 하지 말고 남과는 다르게 되라고 가르친다.

2. 배우기 위해서는 잘 듣는 것 보다 잘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

3. 힘으로 일하기 보다 머리를 써서 일하는 것을 가르친다.

4. 지혜에 뒤지는 자는 매사에 되진다는 격언을 이용하여 일깨워 준다.

5. <배움의 즐거움은 벌꿀처럼 달다>라는 것을 반복하여 체험 시킨다.

6. <싫으면 그만 두라고 말하며, 하려면 최선을 다하라>고 교육시킨다.

7. 부친의 '권위의 집착'이 자녀들의 정신 기둥을 만든다.

8. 배운다는 것은 배우는 자세를 '흉내 내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9. 배우기를 단념하면 20년 걸쳐 배운 지식도 2년 내에 잊는다.

10. 어린이가 알지 못하는 관념은 사실만을 이야기 한다.

11. 하느님에 대하여 생각하는 것이 추상적 사고의 실마리가 된다.

12. 특별한 재주를 늘이는 데는 모친의 과보호가 필요할 수도 있다.

13. 형제의 머리를 비교하는 것은 쌍방을 죽이지만 개성의 비교는 쌍방을 살린다.

14. 몇 개 국어를 하는 것은 갓난아기 때부터 당연한 일로 부각시킨다.

15. 이야기나 우화의 교훈은 부모가 말해 줄 것이 아니라 어린이 자신이 생각하도 록 한다.

16. 어린이에게는 어떤 완구도 교육 완구가 될 수 있다.

17. 잠자리에 들기 전에 책을 읽어 주는 것은 지적 교육의 한 부분이다.

18. 자녀를 오른손을 때렸다면 왼손으로 껴안아라.

19. 자녀를 아무리 혼냈더라도 재울 때는 정답게 대한다.

20. 어른용인 물건과 장소에는 어린이가 가까이 가지 못하게 한다.

21. '일평생 가르치기' 위해서는 어렸을 때 충분히 놀게 한다.

22. 어린이의 가정교육에 해로운 일을 남이 할 때에는 서슴없이 거절한다.

23. 자녀에게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이름을 붙여서 가족의 결속을 인식하게 한다.

24. 아빠의 휴일은 자녀 교육을 위해 매우 중요한 날이다.

25. 삼촌, 숙모 및 종형제는 가족의 일원으로 생각하게 된다.

26. 친구를 사귈 때는 <한 계단 올라서라>고 가르친다.

27. 어린이 친구의 어버이는 어버이의 친구가 아니다.

28. 남의 집을 방문할 시에는 1세 이하의 아기는 데려가지 않는다.

29. 친절은 인생의 처방에 있어서 최고의 지혜이다.

30. 유태 어린이들은 자선을 통하여 사회에 눈을 뜨게 된다.

31. 어린이에게 선물 대신 돈을 주는 것은 지혜가 모자라는 사람이다.

32. 음식에 대한 감사는 하나님에 대한 것임을 가르친다.

33. 성에 대해서 어린이가 물을 때는 사실을 간단하게 말해준다.

34. 가정에서는 자녀가 어렸을 때 남녀의 성별을 자각시킨다.

35. 텔레비전의 폭력 장면은 보여주지 않더라도 전쟁 다큐멘타리는 보여준다.

36. 거짓말을 가르쳐서 어린이들에게 헛된 공상을 갖게 하지 않는다.

37. 자녀를 꾸짖을 때의 기준은 '선악' 이외에는 없다.

38. 자녀에 대한 최고의 꾸짖음은 어버이의 침묵이다.

39. 자녀를 구박해서는 안된다. 벌을 주든지 용서하든지 두길 밖에는 없다.

40. 어버이가 신경 쓰지 않으면 자녀들은 버려지고 만다.

41. 특별한 일은 특별한 시간 내에 하는 습성을 길러준다.

42. 가족이 한 자리에 모이는 식사 시간은 절호의 교육 기회이다.

43. 자녀가 어릴 동안에는 외식에 데려가지 않는 것이 좋다.

44. 자녀는 한 살이 될 때까지 부모와 함께 식탁에 앉히지 않는다.

45. 자녀가 가리는 것을 방치해 두면 가족의 일체감을 잃는다.

46. 몸을 깨끗하게 하는 것은 위생상 외관상 목적 이상의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47. 용돈은 저축을 익히게 하는 좋은 기회이다.

48. <은은 무거워야 한다. 다만 무겁게 보여서는 안된다>는 것을 가르친다.

49. 집안에서도 항상 내 것, 네 것, 우리 것을 구분할 수 있도록 가르친다.

50. 어린이에게는 노인을 공경하게 하는 것이 그 어린이 장래의 재산이 된다.

51. <어버이로부터 받은 것은 네 자녀에게 똑같은 것을 줌으로써 갚아라>고 가르 친다.

52. 남이 가한 박해는 “잊지 말아라. 그러나 용서하라”는 정신을 갖게 한다.

53. 자녀에게는 모든 기회를 통하여 민족의 자랑을 계속 가르친다.

 

맺는말

우리는 일반적으로 유대인이 세계의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특히 노벨상의 압도적 비율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유대인들이 타고날 때부터 지능이 유난히 우수한 민족이 아닌가 궁금해 한다.

한국인은 스스로 "제2의 유대인"이란 표현을 쓰면서 비교하기를 좋아한다. 민족은 국토가 작고, 인구가 적으며, 지식산업에 강한 면모를 보이는 점도 비슷하고 두뇌가 우수한 것도 비슷하다. 하지만 어떤 조사에 따르면 세계에서 두뇌가 가장 우수한 것으로 알려졌던 유대인의 평균 지능지수는 94이고 한국인의 평균 지능지수는 106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솔직히 나는 이런 측정을 믿지않지만, 유대인이 원초적으로 두뇌가 특히 우수하다고 믿지 않는 점에서는 수긍이 간다.

그러면 무엇이 그들을 탁월하게 만드는가? 그것은 역사적 현실 속에서 터득한 독특한 교육의 득분이라 하겠다. 그들은 고난을 받으면서 유대교 전통에 기초한 가정교육을 중요성을 체득하여 그것을 생활 속에서 익혀 자신들의 경제적 정신적 자산으로 삼는 것이다. 수난의 역사가 그들을 지혜롭게 만들었다. 곤궁에서 정신력은 높아진다. 한국인이 좀 잘 산다고 안이하게 생각하는 한 고도의 정신적 성과는 기대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유대인의 지혜란 끈질기게 세상에 살아가는 실용적 지혜이면서 어떠한 현상적 권위에도 의문을 던지는 근원적인 지혜이다. 이것이 학문과 예술의 분야에서 탁월하게 나타났다. 그것을 가능하게 해준 것은 어느 곳에서든지 현지의 언어, 특히 영국과 미국으로 많이 건너간 그들이 자유자재 영어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볼 때 많은 유사점을 갖고 있으면서도 우리 한국인은 한반도 안에서 한국어로만 표현해왔기 때문에 현저히 세계무대에 알려지지 못했다. 지금 세계화(globalization)을 외치고 있지만 어떻게 실제로 세계화해야할지는 많은 숙제를 안고 있다. 그 점에서 유대인은 어쨌건 우리보다 앞서간 민족이요, 그 점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배우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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