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의 발달과 정신건강, 그리고 부모의 역할
홍 강 의(서울의대 소아청소년 정신과 명예교수)
‘아동에게도 정신장애가 있는가?’라는 일반적인 의문에 반하여 아동에 있어서 정신장애는 전세계적으로 적게는 5-6%, 많게는 15%의 아동이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예외는 아니어서 일반 아동을 대상으로 한 정신장애에 대한 역학조사는 없지만 적어도 5-6%내외의 아동이 정신과적 문제를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적어도 소아정신과 진료를 받기 위해 내원한 아동들의 임상통계 분석에 의하면 외국의 임상통계 분석에 의하면 외국의 임상통계나 문헌상 기술된 모든 종류의 정신장애가 발견되고 있고 정신건강 문제의 중요한 과제로서 부각되고 있다.
아동 정신 병리의 개념
아동에서 볼 수 있는 정서․행동상의 문제는 매우 흔하고 다양하며 대부분은 일시적이고 산발적이다. 실제 행동문제에 관한 국내외 역학조사에 의하면 손가락 빨기, 악몽, 과잉운동, 공포, 생떼 등은 아동의 30-40% 이상에서 보이는데 이중 한․두 가지 증상을 가졌다 해서 정신장애를 가졌다고는 판단할 수 없다. 정신장애의 유무는 그 아동의 성(sex), 연령, 사회문화적 배경, 문제의 정도와 기간, 종류 등을 참조하여 결정하여야 한다.
그렇다면 정신장애란 무엇인가 ?
정신장애란 한 인간의 생각, 행동, 감정조절에 이상이 있어서 일상생활과 대인관계에 지장을 초래하고 자기에게 주어진 과제를 수행치 못하는 상태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그 사람은 내적으로 고통을 받을 뿐 아니라 외적으로 대인관계와 주어진 환경에의 적응이 어려운, 때에 따라서는 남에게 해를 끼치는 상태에 이를 수 있다. 이러한 정의는 아동기에도 적용된다고 할 수 있지만 아동은 발달도상에 있고 정신건강에 필요한 여러 가지 능력을 기르는 시기이므로 정신적으로 건강한 성인들이 갖추어야할 요구조건을 다 충족할 수 없다. 아동에 있어서 정신적으로 건강한가, 아니면 정신장애가 있는가를 결정하는 데는 그 아동이 그의 연령에 합당한 발달단계에 와 있느냐와 그 아동이 그 발달단계에 맞는 생각, 행동, 감정을 갖고 그 단계에 맞는 발달과제를 성취하고 있느냐에 의하여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않은 아동이란 그 아동의 성(性)과 연령에 맞지 않는 생각과 행동, 감정을 보이고 정신적 발달이 정지 또는 지연 내지 왜곡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서 10세 아동이 아직도 자기 통제능력이 안 생겨서 자기 멋대로 행동하며 불만이 있으며 생떼를 쓰고 파괴적이라면 이 아동은 학령전기(2-5세)에 이루었어야 할 발달과제, 즉 자기통제능력이 생기지 않아 자기가 처한 학령기 발달과제, 즉 학습과 친구 사귐 등을 못하기 때문에 행동장애라는 정신장애를 가졌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소아의 정신 병리를 이해하려면 아동의 정상발달에 대한 정확한 정보, 즉 발달현상과 과정, 발달에 필요한 요소들, 각 단계의 발달과제 그리고 비정상발달의 원인들을 알아야 한다(표1).
표1. 아동의 발달단계․발달과제와 정산장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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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단계 발달과제 관련장애
영아기 애착․기본신뢰감형성․희망 출산전후 뇌손상․수유․수면장애
(0-1세) 비질성 성장부진․아동학대․방임
(oral stage) 모자관계이상․정신지체․
(sensorimotor) 반응성 애착장애(모성결핍)
걸음마기 자율성․독립심․ 과잉보호․과잉통제
(1-3세) 자아통제력․의지․심리적 자아 야뇨증, 유분증 거부증․
(anal stage) 대소변가리기 유아자폐증․공생정신병
(preconceptual)
(3-6세) 언어 급성장 언어장애․성문제
(oedipal stage) 전통․습관 성역할․ 불안증․공포증․공격성․
(intuitive) 사회적 역할 문화실조
학령기 근면성․지식습득 정서장애
(6-12세) 또래 어울리기 (불안․우울․강박 히스테리)
(latency) 법과 질서․단체의식 품행장애․주의력결핍․과잉활동장애
(concrete) 특수학습장애․ 학습부진․
(operation) 아동기 정신병․등교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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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아동의 모습
2. 즐거움이 없고 생기가 없다.
3. 잦은 신체증상을 호소한다.
4. 놀이를 할 줄 모르고 꿈이 없다.
5. 또래와 어울리지 못한다.
6. 남을 배려하지 않고 자기욕심만 낸다
7. 기분변화가 심하고 자기 통제력이 없다(공격성)
8. 자신감이 없고 눈치를 많이 본다
9. 너무 의존적이고 독립심이 부족하다
아동 정신 병리의 원인
발달은 단순한 세포의 증가 혹은 중추신경계의 성숙만을 의미한다기보다는 날 때부터 그 개인에게 주어진 신체적․생물학적 요소(biological factor)와 그가 처해 있는 환경으로부터의 경험, 이 두요소가 상호작용하여 얻어진 심리상, 행동상의 적응능력이 생기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발달이상의 원인을 캘 때에도 생물학적 요소와 경험적 요소의 문제점을 살펴보아야 한다. 생물학적 원인요소는 유전, 신체상태, 지능, 기질(temperament), 뇌손상 여부 등 개인적 요소를 말하며 경험적 원인들은 육아경험, 부모자식관계 이상, 부모의 부부관계, 가족의 수, 경제․사회적 여건, 훈육, 학교경험 등 환경적 요소의 문제성을 말한다.
대부분의 경우 정신 병리의 원인은 생물학적 요소에 의해서이냐, 환경적인 요소에 의해서이냐를 따지기보다는 두 요소간의 상호작용을 동시에 살펴보아야 한다. 예를 들어서 부모의 심한 과잉보호로 인해 버릇없고 자기만 아는 행동장애아는 분명 부모의 잘못에 의한 결과로 보이나 잘 조사해보면 그 아동은 유아기부터 허약하고 질병이 잦아 부모를 불안하게 하였고 보호본능을 많이 유발시켰음을 알 수 있다. 반대로 간질 같은 분명한 생물학적 문제를 가진 아동이 커서 간질발작은 없어졌는데 위축되고 우울 또는 불안한 아동이 되는가 하면 어떤 아동은 자기밖에 모르고 난폭하며, 어떤 아동은 정상이다. 이것은 간질아동의 부모가 어떻게 반응을 보였고 어떻게 길렀느냐의 경험적 요소에 의해 결정된다. 부모가 그 아동이 간질 환자이므로 무시하고 애정을 주지 않았을 경우 불안, 우울증 환자, 간질 때문에 과잉보호하고 야단도 못 쳤을 경우 행동문제아, 간질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애정과 정상적 훈육이 주어졌을 경우엔 정상아로서 자랐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선천성 기형이나 만성 신체질환을 가진 아동은 일반아동의 두 배(12%), 뇌손상 등 중추신경계 이상을 가진 아동은 3배(20%) 이상의 정신과적 문제를 갖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동정신장애의 개념적 분류
소아정신장애는 아동의 사고, 행동, 감정의 이상으로 나타나는데 이러한 증상 중 어느 면이 두드러지느냐와 주로 어느 분야의 발달에 이상이 있느냐와 주로 어느 분야의 발달에 이상이 있느냐에 따라 다음의 8가지 종류로 나누어 이해함이 진단과 치료에 도움이 된다.
1. 정상적 발달위기(Developmental crisis)
정상아의 발달에 있어서 발달의 일환으로 일시적인 정서․행동상의 큰 변화를 보일 때가 있다. 예를 들어 만 2-3세 유아는 일이 맘대로 되지 않으면 소리 지르고 땅에 드러눕는 등의 생떼(temper tantrum)를 보이는데 부모들의 적절한 반응으로 얼마 후 없어진다. 만 4-5세 아동은 대개 여러 가지 공포(phobia)를 경험하는데, 어두움, 동물, 귀신, 도깨비, 도둑 등에 대한 공포가 매우 심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 나이가 들고 인지발달이 되면 없어진다. 이러한 발달 위기적 행동은 부모가 이들에 대해 최소한의 지식이 있으면 쉽게 처리되고 후유증이 없으며 오히려 발달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2. 일시적 적응장애(Adjustment disorder)
적응장애는 아동의 주위에 뚜렷이 정신적으로 스트레스가 될 만한 사건이 있을 때 일시적으로 정서행동에 장애를 보이다가 그 사건이 해결되거나 없어지면 곧 원상복귀하는 경우다. 예를 들어 부모의 사망, 이사, 입학시, 일시적으로 불안, 우울 또는 행동의 문제를 보인다.
3. 정서장애(Emotional disorder)
정서장애는 아동의 정서, 즉 감정의 조절에 이상이 있는 장애로 불안증, 우울증, 히스테리, 강박증 등이 이에 속하고 소아정신과 환자의 1/3에 해당하며 증상은 신체증상이 주가 된다. 원인은 주로 부모와 자녀관계에 있어서 애정의 불확실(불안증)이나 애정의 결핍(우울)또는 적대관계(강박, 틱등)등이다.
4. 행동장애(Conduct disorder)
아동의 외적 행동의 이상으로 나타나 타인의 이익을 해칠 정도의 문제가 되는 경우를 말하고 증상으로는 도벽, 거짓말, 잦은 싸움, 과잉공격성, 난폭 등이다. 주로 발달상 부모의 적절한 훈육 결여로 자기통제능력과 사회성이 생기지 않은 상태이다.
5. 발달장애(Developmental disorder)
새로이 도입된 개념으로 아동의 발달상 어떤 특정한 부분이 늦어지거나(예: 발달성 언어장애), 전체적 발달이 골고루 다 늦어지는 경우(정신지체), 또는 전체발달에 특이한 이상발달을 보이는 경우(유아자폐증)등이 포함된다.
6. 기질성 정신장애(Organic mental disorder)
뇌손상, 간질 등 뇌기능의 문제가 뚜렷하며 정서․행동․현실검증능력에 이상을 보일 경우를 말한다. 임신․출산, 신생아기에 받은 뇌손상, 감염 등의 기질적 원인에 의한다.
7. 정신병(Psychosis)
일단 정상으로 자라던 아동이 성격의 붕괴, 현실 검증력 소실 등의 정신병적 상태가 올 수 있는데 성인의 정신분열이 조기에 발현하였거나 심한 스트레스 상황에서 일시적 정신병 상태에 빠졌거나 기타 비전형적 정신병상태로 비교적 드물다. 이들은 전반적 발달 장애와 구별되어야 하는데 정상발달의 시기가 있었고 5세 이후에 시작하며 기질적 발달 이상이 없다는 점이 발달장애와의 감별점이 된다.
8. 특수장애(Special disorder)
이상 7가지 분류에 속한다고 할 수 없는 몇 가지 장애를 포함시켰는데 유뇨증과 분실금, 수면장애(야경증, 몽유증 등)등이 포함되고 과잉운동증이라 알려진 주의력 결핍장애를 여기에 포함시켰다. 주의력 결핍장애는 과거 행동장애의 일종으로 간주되었으나 특수장애의 일종으로 독단적으로 한 범주를 이루는 장애라 판단되어 여기에 포함하였다.
소아정신장애의 치료
아동의 정신과적 문제를 치료하는데 있어서 고려해야 할 점과 바람직한 치료적 접근을 살펴보면 첫째, 진단은 질병분류 뿐 아니라 오히려 그 아동의 발달단계와 발달과제 성취여부를 보고, 치료는 못 이룬 발달과제를 이루도록 도와주어 발달이 계속되도록 한다. 둘째, 아동을 생물학적․사회적․심리적 존재로(bio-psycho-social being)보고 그 치료도 전인적이고 포괄적인 접근을 한다. 셋째, 따라서 아동을 돕는데 있어서 의사, 간호원, 심리학자, 사회사업가, 특수교육자 등을 포함한 다과적 팀 접근방법(multidisciplinary team approach)이 필요하다. 넷째, 가장 중요한 환경은 가정이므로 부모와 기타 가족을 도와 원인적 요소를 캐고 좀 더 기능적인, 건강한 가정으로 이끈다. 흔히 부모는 가장 중요한 치료교육자이다. 다섯째, 아동기의 정신과문제를 모두 정신과 의사가 치료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부모나 상담전문가, 일반의사에 의해 대부분 다루어짐이 바림직하고 소아정신과의사는 이들을 돕는 상담역과 심한 환자의 치료를 맡게 된다.
치료의 종류를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1) 부모 상담과 부모치료 (2) 심리치료(놀이치료)
(3) 약물치료 (4) 행동요법 기타행동관리
(5) 특수교육(6) 입원치료
(7) 장기 기숙치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