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비가 내렸습니다.
은행잎이 비 속으로 내렸다고 해야 좋을 듯할.
얼마 전
가을 우체국 앞의 노란 은행잎에 마음을 모았던 일이 생각났습니다.
그럴 수 있다는 것이
이 가을을 얼마나 풍성하게 했는지
노래라는 공감대로 우리를 얼마나 윤기나게 했는지.
보도블럭을 노랗게 물들여 눈 온 날 처럼 설레었습니다.
날이 곧 어두어져
영랑호 한 바퀴를 도는 동안에도
꼭 자동차 불빛이 아니더라도
붉으면 붉은 대로, 노랑은 노란대로 환했습니다.
가다가 서고 가다가 서고 하는 동안 비는 계속 내렸습니다.
끊길 듯 이어지는 바이올린의 선율도
익은 잎들도 함께 말입니다.
사람이 만들지 않은 모든 것은 왜 아름다움인지
마른 나뭇가지나 흙 묻은 나뭇잎,쭉정이만 남은 풀 대궁이까지.
그들에게는 이기심이나 지나친 애착, 뭐 그런 것들이 없어서일까
그들은 정말 생에 대한 애착이 없을까
없을까
숲길을 돌아나오는데
우리에겐 희노애락보다
애오욕으로 인한 고통이 더 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 때문에
좀 가벼워져 왔습니다.
그래도 가을비 내리는
아니 은행잎 쌓인 길을 걷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아
걸어서 슈퍼에 다녀오면서
두 꼬챙이에 오백원 하는 오뎅을 간장에 꼭꼭 찍어 먹고
뜨거운 국물 한 컵 마시면서
발 밑, 별이 스러지는 소리에 짙어가는 가을밤 속을
그렇게 바라 보았습니다.
비 속으로 은행잎이 내리는 길을 걸으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