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뜻대로

2006. 6. 21. 오전 1:32:44

글자

 

예수님은 하느님을 자비로운 아버지라고 가르치시면서, 그분께 청하면 모든 것을 들어주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제자들에게 "청하여라, 너희에게 주실 것이다"(마태7,7)고 분명히 말씀하셨지요. 그런데 하느님께 간절하게 청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청원이 들어지지 않는 경우가 종종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실망, 더 나아가서는 절망하면서 아예 기도를 포기하기도 합니다. 

  

 예수님이 헛 말씀을 하신 것일까요? 하느님은 자비로운 분이 아니라서 그럴까요? 그럴리는 없습니다. 분명 예수님은 진실한 분이고, 하느님은 자비롭지 않은 분이 아닙니다. 다만 하느님은 다른 계획, 우리에게 더 좋은 계획을 갖고 계신데, 우리는 그것을 알지 못할 뿐입니다. 그분의 마음은 우리 마음보다 비할 수 없이 크시기 때문에 그분의 뜻을 다 헤아린다는 것은 불가능하지요.  

 

 성 아우구스티노 주교는 이런 경우를 당한 사람에게 다음과 같이 권고하고 있습니다. "실상 청하는 바를 얻게 된다면 더 지독한 고통이 초래되거나 또는 얻은 행운이 도리어 그를 타락으로 떨어뜨리게 할 수 있기에, 하느님께서 그 청원을 들어주시지 않는데, 그런 경우 큰 실망감에 젖어 하느님의 자비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그래서 우리에게 청하는 것과 반대되는 어떤 일이 생긴다면 우리는 그것을 인내로이 견디고 만사에 감사 드리면서 우리가 원했던 것보다 하느님께서 원하신 것이 우리에게 더 적합한 것임을 조금도 의심치 말아야 하겠습니다."(프로바에게 보낸 편지)

 

 예수님은 반대자들에게 체포되기 직전에 젯세마니 동산에서 십자가 고난을 피하살 수 있도록  기도하셨습니다(마태 26,36 이하). "아버지, 하실 수만 있으시면 이 잔이 저를 비켜 가게 해 주십시오." 예수님도 우리와 똑같은 인성을 지닌 분이셨기 때문에 고통과 죽음을 겪지 않기를 원하셨던 것입니다. 하지만 그분의 기도는 계속됩니다. "그러나 제가 원하는 대로 하지 마시고 아버지께서 원하시는 대로 하십시오." 하느님 아버지는 예수님이 처음에 원하셨던 바, 수난을 비켜가는 길을 허락하지 않고, 당신이 원하시는 바대로 수난을 겪게 하셨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이 바로 인류를 죄와 죽음의 세력에서 구하는 길이었기 때문입니다. 바오로 사도의 말씀대로 "한 사람의 순종으로 모든 사람이 의롭게 된 것입니다."

 

 하느님의 외아들이 그렇게 기도하셨다면, 우리 역시 그렇게 그대해야겠지요. '아버지, 제 소원은 이렇습니다. 하지만 제 뜻대로 마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하소서.' 아버지의 뜻이 비록 내가 원하는 바와 정반대의 것이라도 하느님의 더 큰 뜻 안에 내가 알 수 없는 그 무엇이 있다는 것을 믿으면서 인내로이 견디는 것, 그것이야 말로 깊은 신앙, 성숙한 신앙일 것입니다.

 

 청하는 대로 바로 바로 이루어질 때 하느님을 믿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고, 오히려 반대로 될 때 하느님의 자비와 선하심을 믿는 것은 정말 어렵습니다. 그런 경우에도 하느님을 등지지 않고 그분의 자비와 선하심을 굳게 굳게 믿으려고 노력하는 신앙이야 말로 진짜 신앙입니다. 태양이 구름에 가려져 보이지 않을 때도 태양의 존재를 믿을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댓글 1

  • 2006년 6월 21일 오전 1:32

    아멘! 저보다 저를 더 잘아시는 하느님 아버지의 뜻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