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맛비가 이어져서 몇 일간 쉬다가, 오늘 저녁에 양재천에 나가보았습니다.
오랜만에 구름이 걷히면서 별이 하나 둘 빛나기 시작합니다.
늘 산책하는 길이지만, 그날 그날의 느낌은 너무 다르게 다가옵니다.
엄청난 수량에 양 옆의 갈대숲은 길게 드러눕고, 접시꽃과 나리꽃들도 꽃망울을 매단채 쓰러져 있었습니다.
양재천 양안을 이어주는 큰 돌로 만든 징검다리가 그만 물에 잠기고, 고래등 같은 검은 유속으로 굉음을 내며 한강을 향해 돌진해가고 있습니다.
그 가장자리 나무 계단으로 다가가 무심코 발밑을 보다 깜짝 놀라고 맙니다.
어머나! 세상에~!
귀여운 민물게들이 정신없이 오락가락하지 뭐겠습니까?
처음 보는 녀석들이 신기하고 귀여워서 한없이 디다보다가, 다가오는 사람들을 손짓해서 함께 보기를 권하기도 했습니다.
어디서 이 녀석들이 왔을까요?
상류 쪽에 양식장이라도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불어난 물살에 휩쓸려 이곳까지 흘러와, 기를 쓰며 자기 살 곳을 찾아가는 듯 했답니다.
한참을 보다 뒤돌아보니, 아니 이번엔 강아지들이 올망졸망 모여서 사람들과 놀고있지 뭡니까? ^ㅅ^
허, 참 나!
오늘은 산책은 뒷전이고, 그냥 주저앉아 얘들과 스킨쉽의 시간도 가져봅니다.
그 뭐죠? 갑자기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다는… 듬직한 맹도견, 아 골든 리트리버와 스패니얼 서세스, 푸들, 그리고 꼬맹이 치와와까지 주인과 어울려 한마당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저절로 손이 가며 예쁘다고 쓰다듬으며 말을 시켜보기도 합니다.
녀석들은 처음 보는 저를 맘에 드는지 자꾸 고개를 들이밀고, 뽀뽀까지 하려들었습니다. ^ㅅ^ 저를 좋아하는 사람은 본능적으로 알아차리나 봅니다.
너무 평화로운 시간이었습니다.
젖은 풀에 뒹굴며 노는 녀석들을 뒤로 한채, U 턴 지점까지 가고있는데, 중간에 아직 물이 덜 빠진 곳이 있어서 그냥 돌아오고 말았지요.
작은 운동시설이 있는 곳으로 올라가니, 이번엔 맹꽁이들이 합창을 합니다.
완전 스테레오로 여러 곳에서 주거니 받거니 사이좋게 울어대는 소리가 얼마나 듣기 좋던지, 슬며시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되더군요.
오늘은 아주 신나는 산책 시간이었습니다.
하늘을 다시 한번 올려다 보니, 내일은 말게 개일 것 같은데 모르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