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길이었습니다.

2004. 7. 8. 오후 9:19:41

글자

여느때처럼 제 동기 샘과 학교를 나와 신천역으로 가던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역 앞에서 어떤 남자가 라면을 받아가라고 외치고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가끔 역 앞에서 샴푸니, 화장품이니, 뭐 이것저것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하나씩 나누어 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오늘은 라면을 주나보다 생각하고 그 곳으로 향했지요. (저랑 제 친구... 그런 것 절대로 안 놓칩니다. ^^;;)

 

그 곳에 갔더니 줄을 서라고 하더라구요.

 

보통 신제품들은 막 나누어 주는데, 이 사람들이 우리를 이용해 광고 효과를 더 높일라고 줄까지 세우는구나... 하기야... 한 두개도 아니고 라면을 5개씩이나 줄라면 이럴 수도 있겠다... 가볍게 생각하고 줄을 섰습니다.

 

단지 한가지 걸렸던 건... 혹 울 학교 아이들이나 학부모들이 보면 좀 챙피하긴 하겠다 싶었지만 어찌 생각하면 크게 부끄러운 행동은 아니라 자연스럽게 줄을 서서 기다렸지요.

 

근데... 한 5분간 줄만 세우고, 곧 줄 것처럼 검정 봉지 하나 쥐어주고는 면이고, 스프고 암 것도 안 주는 것이었어요. 친구랑 우리 걍 갈까 얘기도 했지만... 기왕 선 것 뭐, 급한 일도 없는데 기다려보자 했지요.

 

드디어 그 사람이 라면 봉지를 들었습니다. 우리는 얼릉 주라고 검정 비닐 봉지의 입구를 벌렸지요.

 

그랬더니 또 자기를 따라오라는 것이었습니다. 한 10m뒤에 무슨 트럭이 한 대 있었는데, 그 곳으로 우릴 데려가는 것이었습니다.

 

신천역 2번 출구 앞... 젊은 우리들부터 아줌마, 할머니까지... 뭐, 소풍가는 것도 아니고 세 줄로 쭉 서서 걸어가는데... -,.-

 

그 땐 정말로 쬠 챙피하더라구요. 그 때 돌아갔어야 하는건데...

 

but... 여태껏 기다렸는데 걍 갈 수 없다고 생각한 우리는 트럭 천막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그 안에는... 비누부터 소금, 미역, 그리고 라면까지.. 뭐가 많이도 진열되어 있었습니다.

 

이것들을 다 준다는 것이었습니다. 뭐 좋아하는 사람도 있었겠지만 전 갠적으로 비누, 소금, 미역들... 집에도 있고, 또 별로 필요한 것들이 아니라 라면 하나만을 생각하며 그 자리에 서 있었습니다. ^^

 

첨엔 비누를 하나씩 주더라구요.

또 자기들이 어디 농협에서 왔는데, 요즘 수입 농산물 때문에 농민이 힘들어 하네... 어쩌구 저쩌구 얘길 하더니 소금을 하나씩 주대요.

 

글구 우리 나라 곳곳의 지역과 그 지역의 특산물 짝짓기 문제를 내면서, 맞추는 사람에게는 또 비누를 하나씩 주대요.

 

그 때까지만 해도 걍 뭐 많이 주니깐 (^^;) 재밌었습니다.

 

그런데... 충청도 어떤 지역 이름을 말하며 그 곳의 특산물은 산삼이라는 것부터 시작해서 계속 산삼 얘기만 하면서, 국내 산삼과 수입 산삼 구별법, 뉴스 자료... 이런 것들을 막 설명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순간까지 너무나 이야기들이 자연스럽게 이어졌기 때문에 이상한 사람들이라고는 생각지 못했지요.

 

그리고 대답 잘 하면 이것 저것 많이 챙겨줘서 대답도 무지 열심히 했답니다. ^^;;;

 

그러면서 마지막 라면을 준다면서 하는 얘기...

 

10년 된 산삼을 가지고 만든 보약이야기를 하면서 그것까지 준다고,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몇 봉지씩 주려 했으나 그것보단 자신들도 올 10월에 출시될 이 보약 광고를 위해 확실하게 효과를 보고 입소문을 낼 수 있도록 이 중 두 사람에게만 자그마치 196,000원짜리 산삼 보약 셋트를 준다는 것이었습니다.

 

정말로 믿었습니다. 전... 그리고 제 친구도... 우리 둘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거기서 하라는 대로 대답 다 하고... 

 

그러나 ... 그 이야기의 끝은 그 비싼 보약을 하나 사면 하나를 공짜로 받아가는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  

 

우리를 40분 이상 세워놓고 한다는 이야기가 약 하나 사면 하나 더 준다는... -,.- 

 

짐 생각하면 너무나 부끄럽네요. 결국 그들은 약장수였던 것입니다. -,.-

 

지금 제 옆에 검정 비닐 봉지 안에 비누랑 소금이랑 라면이 들어있네요. 그냥 웃음이 나옵니다. 아까 제 모습이 넘 웃겨서... ^^

 

여러분~~ 공짜 넘 좋아하지 마세요. 저와 제 친구 다짐했습니다. 다시는 뭐 준다고 줄서라고 하면 가지 말자...

 

그래도 모르죠. 사람 심리가... 또 넘어갈 지... ^^;;

댓글 8

  • 2004년 7월 8일 오후 9:30

    흐뮈.. 박선생.. 왜그랴.... 명동분식서 내가 계란 풀은 라면 사주끄마.. 담에는 그런데 따라가지마.. 알쮜??????!!

  • 2004년 7월 8일 오후 10:04

    저도 옛날 순진했을 때(?) 공짜 선물에 속아서 **그릇 세트 산 적 있습니다. 흑흑... 10달 동안 월부금 갚을 때 마다 얼마나 한심해 보이던지...

  • 2004년 7월 8일 오후 10:05

    그 후로는 공짜 근처에도 가지 않는답니다~~ ^ㅇ^

  • 2004년 7월 9일 오전 1:46

    여전하셩~! 공짜넘 좋아하지마라! 사람을 현혹시키는게 넘 많아서 탈이야. 지민누나 나두 라면사줘잉!~출출하네 배고프다..ㅋㅋ 신하야 니가 사줘두 된다. 사람심리 나두 같은 인간이군

  • 2004년 7월 9일 오전 7:03

    ㅎㅎㅎ 시나는 살림 잘할거야..ㅎㅎ 어디가도 굶어죽지는 않겠군...ㅋㅋㅋ 그래도 라면은 결국 타왔지? 성공한거야.. 그럼 공짜로 한끼 벌었잖아..^^

  • 2004년 7월 9일 오전 8:32

    저도 그런 경험있어요..ㅠㅠ 아파트에서 방송나온거 듣고 나갔다가 설명 왕창 듣고 인삼비누 타 가지고 왔는데,, 그걸 듣는 내가 왜 그렇게 한심해 보이던지..ㅠㅠ

  • 2004년 7월 10일 오전 2:30

    ㅋㄷㅋㄷ 언니 넘 재밌게 잘 읽었어여~~역시 오늘도...동대문에서...깎기 좋아하시더니만...

  • 2004년 7월 10일 오후 8:06

    저는 왜 공짜로 뭐준다는게 하나는 적이 한번도 없었는지..운이 지질히도 없나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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