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긷는 소년
김형풍
열 세살 때 일이니까
66 년 전의 일입니다
일찌기 어렸을 적에
홀앗이 엄마를 돕기 위해
이른 새벽 어둠을 헤치며
더듬 더듬 몇 백미터 거리의 우물에서
물을 긷는 소년이 이였습니다
두레박 틀에 올라 서서
두레박 줄을 허리 띠에 잡아 매고
까마 득히 깊은 우물에 잠겨 있는
희미한 새벽 달과 푸르게 반짝이는
새벽 별을 퍼 올렸습니다
물 통 두개가 매달린 물 지게를
힘 겹게 지고 일어 난 소년은
여러 번 쉬면서 비틀 거렸습니다
중심을 잡고 리듬을 잘 타면
끄떡 없지만, 엇 박자가 되면
여지 없이 흔들리는 물 통에서
출렁 출렁 별과 달이 흘러 나왔고
흘러나온 그 만큼 가벼워진
물 통을 지고 다녔습니다
※ 두레박 틀:두레박질을 하는데 힘이 덜 들게 하기 위해 만든
장치로, 납작한 돌이나 나무를 놓아 두기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