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나리꽃이 만발할 즈음의 기억

2010. 4. 22. 오후 1:12:52

글자
 
 
 
 
         개나리꽃이 만발할 즈음의 기억
                                                                   강 훈 정
 
 
     인생에서 반짝이던 어느 순간에
     누구와 함께 나누었던 혼자였든
     잊히지 않는 기억들   있지 않은 가
 
     기억이란 바람처럼 와서 부딪치기도 하고
     햇살처럼 온몸을 덮기도 하지만 때로는 어둠처럼
     마음을 가두기도 하지 않는가
 
     이런 저런 자극 하나하나 잘라내지 못하는 것은
     나쁜 기억이던 좋은 기억이든 단단한 기억의 뿌리는 뽑히는 게 아니지 않는 가
     그 자리에 있는 그대로 바라볼 뿐
 
     물안개 풍경처럼 고요하게 번졌다가 희미하게 사라지는
     그러나 많은 세월이 지나갈수 록 여전히 아름답게 남아있는 거
     참으로 신기하지 않은가?
 
     산천이 꽃으로 가득하 다
     갑자기 울컥하더니 주루룩 눈물이 흘러 얼마나 울었는지 모를 마흔쯤의 사월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엉엉 울었던 개나리 만발할 즈음의 기억
     십수 년이 지나 그 비스듬한 언덕배기를 찾아나섰 다
 
     계절의 친숙한 표현은 솔직한 것
     앙증맞은 이파리를 들여다보면 가슴이 뻐근해 온다
     응달진 뒤란도 마다치 않는 천성적 순박함
     은총이 탄성을 지르게 하지 않는 가?
 
     왜 그랬을까
     특별히 울어야 할 이유는 더구나 없었는데
     버스 차창 밖에 피어있는 샛노란 개나리꽃들
     그 황홀한 놀람이 눈앞에 들이닥쳐 부서지자
     나는 벼락을 맞은 듯 쓰러져버릴 것만같았다
 
     다시 그렇게 소리내어 울 수 있을 까
     멈춰 버릴 것만 같았던 그 짧은 시간이 가장 긴 시간이 되어
     지금 이 순간 삶과 함께 흐르고 있지 않은가?
 
     찰나의 아름다움
     부끄럽다고 전혀 여기지 않았던 숨막힐 것처럼 출렁이던 시간
     비스듬한 언덕배기위 개나리는 아무 일 도 없었다는 듯
     늘어진 가지에는 새파란 이파리가 돋아있었 다,
 
     내내 혼자 간직하리라 위로해 본다
 
 
 
     201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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