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나리꽃이 만발할 즈음의 기억
강 훈 정
인생에서 반짝이던 어느 순간에
누구와 함께 나누었던 혼자였든
잊히지 않는 기억들 있지 않은 가
기억이란 바람처럼 와서 부딪치기도 하고
햇살처럼 온몸을 덮기도 하지만 때로는 어둠처럼
마음을 가두기도 하지 않는가
이런 저런 자극 하나하나 잘라내지 못하는 것은
나쁜 기억이던 좋은 기억이든 단단한 기억의 뿌리는 뽑히는 게 아니지 않는 가
그 자리에 있는 그대로 바라볼 뿐
물안개 풍경처럼 고요하게 번졌다가 희미하게 사라지는
그러나 많은 세월이 지나갈수 록 여전히 아름답게 남아있는 거
참으로 신기하지 않은가?
산천이 꽃으로 가득하 다
갑자기 울컥하더니 주루룩 눈물이 흘러 얼마나 울었는지 모를 마흔쯤의 사월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엉엉 울었던 개나리 만발할 즈음의 기억
십수 년이 지나 그 비스듬한 언덕배기를 찾아나섰 다
계절의 친숙한 표현은 솔직한 것
앙증맞은 이파리를 들여다보면 가슴이 뻐근해 온다
응달진 뒤란도 마다치 않는 천성적 순박함
은총이 탄성을 지르게 하지 않는 가?
왜 그랬을까
특별히 울어야 할 이유는 더구나 없었는데
버스 차창 밖에 피어있는 샛노란 개나리꽃들
그 황홀한 놀람이 눈앞에 들이닥쳐 부서지자
나는 벼락을 맞은 듯 쓰러져버릴 것만같았다
다시 그렇게 소리내어 울 수 있을 까
멈춰 버릴 것만 같았던 그 짧은 시간이 가장 긴 시간이 되어
지금 이 순간 삶과 함께 흐르고 있지 않은가?
찰나의 아름다움
부끄럽다고 전혀 여기지 않았던 숨막힐 것처럼 출렁이던 시간
비스듬한 언덕배기위 개나리는 아무 일 도 없었다는 듯
늘어진 가지에는 새파란 이파리가 돋아있었 다,
내내 혼자 간직하리라 위로해 본다
2010.4.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