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국의 계단
김세형 베드로 신부
‘천국의 계단“을 들으면 무엇이 먼저 떠오르십니까? 하늘로 이어지는 계단을 떠올리거나, 유명했던 드라마를, 혹은 ’스텝밀‘이라는 운동기구를 떠올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여기에 덧붙여 두 가지 장소의 계단을 떠올립니다. 로마 유학 시절, 자주 방문하고 기도하며 말 그대로 ’천국의 계단‘이 놓여있던 곳들입니다.
첫 번째는 스칼라 산타, 곧 ’거룩한 계단‘입니다.
예수님께서 밀라도의 심문을 받으러 올라가셨던 계단으로, 성녀 헬레나에 의해 예루살렘에서 로마로 옮겨져 있습니다. 오늘날에도 순례자들이 무릎으로 계단을 오르며 기도합니다.
이 계단은 단순한 계단이 아니라, 하느님 아버지의 뜻에 ’온전히 순종‘하시며 오르신 예수님의 사랑이 새겨진 천국의 계단입니다.
두 번째는 성 알렉시오의 계단입니다.
성 알렉시오는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모든 것을 내려놓고 수도자의 길을 택했습니다. 오랜 시간의 은수생활 후 다시 로마로 돌아왔을 때는 가족들조차 그를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성인은 신원을 숨긴 채 자신 집 계단 아래에서 걸식하며 온 삶 하느님께 봉헌하였습니다. 이 계단은 하느님을 위하여 ’온전한 비움‘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천국의 계단‘입니다.
오늘 우리가 지내는 주님 승천 대축일은 단순히 예수님께서 하늘로 올라가신 사건을 기념하는 데에 그치지 않습니다.
주님 승천은 끊어졌던 천국의 계단이 다시 놓인 사건이며, 원죄 이후 단절되었던 하늘과 땅이 다시 이어진 구원의 사건입니다.
맨 처음 하느님께서 땅으로 내려오셨고, 십자가와 부활로 그 길을 완성하셨으며, 승천을 통해 하늘 문을 우리에게 열어 주신 것입니다.
신앙인으로 살아가는 우리는 하늘을 바라보며, 천국의 계단 위를 걷고 있는 존재입니다.
기도를 통해 한 걸음을 내딛고, 사랑을 실천하며 또 한 걸음을 오릅니다. 때로는 넘어지고 제자리걸음을 할 때도 있지만, 다시 일어나 계속해서 위를 향해 나아갑니다.
’하늘을 바라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하늘을 향하여‘ 나아가고 있습니다. 계단은 낮은 곳과 높은 곳을 이어 줍니다.
아무리 편리한 엘리베이트가 있다 하여도, 계단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특히 위기의 순간에는 더욱 그러합니다.
우리의 신앙도 마찬가지입니다. 편하고 빠른 길만을 찾기보다, 때로는 더디고 힘들지라도 확실하게 하느님께 이르는 길을 걸어가야 합니다.
그러므로, 삶 가운데 위기의 순간에는 더욱더 하느님을 향해야 합니다.
우리가 예수님처럼 순종의 삶을, 성 알렉시오처럼 자신을 비우는 삶을 살아간다면, 우리 역시 반드시 하늘에 이르게 될 것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하느님께서 우리를 그곳으로 이끌어 주실 것입니다. ”하늘에 올라 전능하신 천주 성부 오른편에 앉아 계신 분“을 믿는다고 힘차게 고백하는 우리들입니다.
예수님 덕분에 하늘은 우리를 향해 열려 있고, 천국의 계단도 놓여 있습니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것은 하루하루, 한 걸음씩 그 길을 충실히 걸어가는 일입니다.
기도로 한 걸음씩! 사랑으로 한 걸음씩! 하느님을 향한 천국의 계단을 올라갑시다.
2026/05/17 안동교구주보에서 옮겨온 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