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

2025. 8. 23. 오전 10:20:59

글자


* 믿음

                          박상일 대건안드레아 신부(2027 WYD 수원교구 대회조직위원회 부국장)

 

믿음은 확신으로 가득한 선언이 아닙니다. 믿음은 때때로 두려움 속에서 자신도 이해할 수 없는 발걸음을 내딛는 것. 

불안함에 흔들리는 마음을 안고서도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는 여정입니다. 

우리가 진짜로 경계해야 할 것은 두려움이나 흔들림이 아니라 스스로 완전하다고 믿는 확신입니다. 

확신은 때로 우리를 닫히게 만들고, 다른 이의 말에 귀 기울이기보다 내가 옳다는 자기 확증의 울타리에 가두기도 합니다. 

그 결과, 하느님의 새로운 부르심이나, 변화의 숨결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못하는 영적 경직을 낳기도 합니다.

성경에서 하느님을 만난 이들은 항상 두려워했고, 도망치기도 했습니다.

모세도, 예레미아도, 요나도, 심지어 마리아조차도 혼란과 질문 속에서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곰곰이 되새겼습니다“(루카 2,19-51).

하느님은 두려움으로 흔들리면서도 내딛는 발걸음을 통해 당신의 역사를 이루십니다.

믿음은 완전하게 아는 것이 아니라, 내가 모든 것을 알 수 없음을 다른 이의 말에 귀 기울이며, 불확실하더라도 응답하려는 의지입니다. 

믿음은 어둠 속에서도 한 발 내디딜 줄 아는 용기입니다. 바로 그 걸음을 통해, 우리는 진짜 하느님, 우리 생각과 예상을 넘어서 일하시는 살아 계신 하느님을 만나게 됩니다.

미래를 알 수 없고, 그 무엇도 확실히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 속에서 믿음은 도약이라기보다는 떨리는 손으로 건네는 손짓이며, 어둠속에서도 계속해서 불을 밝히려는 끈질긴 시도입니다.

세상의 시각에서는 어리석음이겠지만, ”구원을 받을 우리에게는 하느님의 힘입니다“(1코린 1,18) 

세신이란 과거를 버리는 것이 아니라. 본질을 더 순수하게 회복하는 여정입니다. 공의회가 열리기 불과 일주일 전,

요한 23세 교황께서 아씨시를 찾아가 프란치스코 성인의 가난과 겸손의 영성을 묵상하신 사실은 단순한 방문 이상의 상징적 의미를 지닙니다. 

이는 단순히 외적인 구조나 체계를 개혁하는 것을 넘어서, 먼저 우리 내면 깊은 곳에서부터 변화가 시작되어야 함을 말해 줍니다. 

그것은 곧, 교회 쇄신의 본질은 화려한 전략이나 풍족한 자원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비움작아짐이라는 복음적 선택에서 비롯되어야 한다는 깊은 메시지를 전해줍니다.

성 프란치스코가 선택한 가난은 단순한 경제적 결핍이 아니라, 하느님만을 의지하기로 한 존재론적 결정입니다. 

겸손은 자신의 무력함과 한계를 수용하는 데서 오는 자유이며, 다른 이들과 함께 걷는 공동체의 여정을 가능하게 하는 영적 자세입니다.

결국, 교회의 쇄신은 풍족한 재정이나 인적 자원이 주는 든든함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걱정과 두려움을 동반하는 가난과 겸손에 대한 우선적인 선택으로부터 시작될 것입니다. ’자신을 비우는 용기에서 비롯되는회개와 변화의 길입니다. 

두려움 가운데에서도 믿음으로 내딛는 발걸음으로 우리를 초대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목 스타일은 레오 14세 교황에게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2025/08/24 수원교구주보에서 옮겨온 글


댓글 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

묵상의 나눔

목록 전체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