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주 기도

2025. 10. 18. 오전 11: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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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묵주 기도

                                                                                                 평신도 단상

 

사람들은 갑자기 넘어지거나, 교통사고가 났을 때 무의식중에 하느님 아버지하고 소리칩니다. 

신자이든 비신자이든 간에 갑자기 당황을 하면 찾는 소리가 하느님 아버지입니다. 저는 천주교를 믿는 신앙인으로서 하느님 아버지를 찾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올여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무렵 갑자기 체온이 38도 가까이 되어서 119 구급차에 실려 병원에 간 적이 있습니다.

정신이 혼미한 상태로 응급실로 갔더니 열을 떨어뜨려야 한다고 주사를 맞았는데 한 시간이 지나도 좀처럼 열이 떨어지지 않자,

상의를 벗기고 얼음 마사지를 하고서야 열이 조금씩 떨어져서 CT를 찍고 일반 병실로 옮겼습니다.

10월 묵주 기도 성월을 맞아 그때를 묵상하며 단상을 엽니다. 티 없이 깨끗하신 성심을 통해 지난 한 달간 저는 병중의 삶 안에서 하느님과 동고동락하는 은총을 누렸습니다. 

이 글은 그 여정 속의 조용한 고백입니다.

체온이 37도를 조금 넘자 정신은 또렷했으나, 몸에는 여려 개의 주사기가 꽂혀 있고 산소마스크가 얼굴에 있어서 움직일 수 없었습니다. 

제 손에는 저도 모르는 사이에 묵주가 들려 있었고, 그때마다 절박한 심정으로 묵주 기도에 매달렸습니다.

그 외에는 딱히 할 수 있는 일이 없었고, 주님께서 성모님의 전구를 외면하지 않으시리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묵주기도는 생존입니다. 습관이기보다 간절함이고, 호흡이며, 하루를 여는 문입니다.

고요한 새벽, 저는 눈을 감고 머릿속으로 십자성호를 그립니다. 몸을 움직일 수 없어 손끝은 가만히 있지만, 상상 속 그 손짓이 제 하루의 첫 문을 엽니다.

아침이 밝으면 삼종기도를 바칩니다. 그저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하루를 견뎌낼 내면의 준비이고 숨결을 기도로 엮어내는 살아있는 실천입니다.

묵주를 쥔 손은 작고 연약하지만, 기도는 크고 단단합니다. 잃어가는 것을 애도하기보다, 더 사랑하기, 이것이 저의 기도이며, 매일을 새롭게 해주시는 하느님의 부르심입니다.

혹시 지금 견디기 어려운 밤을 지나고 있나요? 숨이 벅찬 하루 속에 놓여있나요? 그렇다면 묵주를 쥐어보세요.

그 작은 알 하나하나가 당신의 고통을 하느님께 이끄는 가장 아름다운 기도가 되어줄 것입니다.

주님은 이 모든 사정을 아시기에 기도를 반드시 돌어주셨다고 저는 믿습니다. 겟세마니에서 예수님께서 기도하신 장면이 떠오릅니다.

아버지, 하실 수만 있으시면 이 잔이 저를 비켜 가게 해 주십시오. 그러나 제가 원하는 대로 하지 마시고 어버지께서 원하시는 대로 하십시오.“(마태 26,39)

이처럼 주님 앞에서 모든 것을 내려놓고 기도드리는 자세가 진정한 믿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하느님의 전능하심과 무한한 사랑을 깨달아 오롯이 묵주 기도를 바쳤을 때 우리의 청원을 반드시 들어 주시리라는 믿음이 생깁니다. 아멘.

                                                            2025/10/19   춘천교구주보에서 옮겨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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