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고리오 성가(Cantus Gregorianus) 명칭과 유래 소고 ( 김옥상 2006/03/29 )

2007. 12. 26. 오후 12:05:42

글자
김옥상
2006/03/29
 
 
그레고리오 vs 그레고리안

요즘은 전례음악에 대한 상식이 많아져서 웬만한 교회의 홈페이지에 접속해 보면 어디서 구했는지 신기할 정도로 그레고리오 성가가 배경음악으로 잔잔히 흘러나오는 곳이 적지 않다. 그레고리오 성가는 한국천주교회의 표준어(공식용어) 이다.  필자가 1987년 “교회 전례음악” 책을 쓸 때도 그레고리오 성가로 쓸 것인지 그레고리안 성가 로 쓸것인지 며칠을 고민하고 연구했다. 한국 교회에서는 공식 용어가 아직 없을 때였다.  

결국 원어인 라틴어(라전어)의 발음 원칙과 한국 발음을 감안하여 과감히 “그레고리오 성가” 로 결단을 내렸다.  책이 나온 후 여러 사람들로부터 펜 레터가 왔다. 그중에는 당시 유럽에서 성음악공부를 하시던 사제도 몇 분 있었는데 편지 내용에 질문이 포함되어 있었다. “귀하의 책에는 그레고리오 성가로 되어 있는데 맞는 것인가요? 어떤 근거인가요? 개인적으로는 그레고리안 이라고 해야 맞는 것 같다” 는 요지였다.

어학과 음악에 정통한 분의 질문인지라 직업군인이 뭘 알겠는가마는 소신을 적어 보냈다. 라틴어로  베드로는 petrus 로 쓴다. 이태리어는 pietro 이고 영어는 peter 이지만 한국에서는 petrus를 베드로 라고 통용한다. 마치 필자의 세례명이 patritius 이지만 빠트리치오 라고 통용하듯이....

라틴어로 Cantus Gregorianus는 제 64대 교황인 성 그레고리우스(재위 590-604년) 대교황의 이름에서 명명한 것이다. 모두 그레고리오 교황이라고 하지 그레고리안 교황이라고 하지 않는 논리이다.  얼마후(1997년) 한국 천주교회는 용어 표준화 심의에서 그레고리오 성가로 확정 발표했다. 필자는 안도하기도 했고 당연한 결정으로 받아들였다.

왜 그레고리안 이라는 번역이 쓰였을까? 하는 생각도 할 만하다. Cantus Gregorianus 는 영어로 Gregorian Chant 라고 한다. 즉 앞 뒤가 바뀌어 있다. 문법 차이인데  라틴어로는 노래(Cantus) 에 초점이 있고 영어는 그레고리오 이름(Gregorian) 또는 그레고리오 식(스타일)에 초점을 둔 형상이다. 미국에서는 두 단어 중 한 단어를 줄여서 그레고리안 이라고 하기도 하고 챈트 라고도 한다. 그래서 Chantman 챈트맨 이라고 하면 그레고리오 성가를 좋아하는 사람이란 뜻이 된다.

국제화 시대가 되다보니 영어권에서 공부하거나 살던 사람이 많아지고 영어가 많이 쓰이게 되자  그레고리안 이란 용어가 혼용되었지만 어디까지나 영어식 발음이다. 심지어 그레고리 라고 쓴 이상한 음악사 책도 있다.

특히 가톨릭과 달리 미국에서 교육받은 개신교 학자, 목사들이 거의 모두 그레고리안 이라고 쓴다. 참고로 불어로는 Chant Gregorian 이라고 쓰지만 발음은 샹 그레고리앵  이다.  이태리어로는 Canto Gregoriano 깐토 그레고리아노 라고 발음한다. 라틴교회의 전례와 용어는 로마식에 따르는 것이지 영어가 국제어가 되었다고 하여 미국 발음을 따라갈 이유가 없다.

이 밖에 평성가, 정선율 성가, 코랄 등 별칭이 있는데 다성음악이 나오면서 붙여진 이름이며 좋은 뜻으로 붙인 이름이 결코 아니다. 따라서 공식 이름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그레고리오 성가의 유래

노래는 그레고리오 교황의 이름을 땄지만 그분이 작곡한 노래가 아니다. 당시 전세계에서 모아진 노래를 토착화, 표준화한 기도 노래이다. 이스라엘은 물론 동방(터키, 그리스, 이란, 이라크, 인도)과 아프리카 북단지역, 스페인과 프랑스 지역, 이태리 북부지역(암브로시오 성가) 등에서 수집된 노래를 그레고리오 교황때 집대성하고 성가집(안티포날레/가사만 있는)을 편찬한 공으로 그분의 이름을 딴 것이다.

그레고리오 성가는 지금도 작곡되고 있다. 물론 9세기 이전보다 확립된 선법이론을 바탕으로 말이다. 이 음악은 결코 중세 이전의 죽은 음악이 아니다. 또한 화성이 없다고 하여 단순하고 간단한 음악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예술성, 보편성과 전례성에서 그레고리오 성가 보다 나은 전례음악은 아직 없다. 그레고리오 성가는 인간의 자연 생체리듬과 어울리고 하느님을 찬미하는 노래로서 거룩함이 깃들어있기 때문이다.

그레고리오 성가의 과제

그레고리오 성가는 텍스트(성서적 가사와 전례문)과 선율이 절묘하게 결합된 노래이다. 따라서 라틴어로 된 노래를 우리말로 번역해서 부르면 액센트와 리듬 조화가 무너지고 만다. 그래서 그레고리오 성가는 라틴어로 부른다. 다만 시편창은 중심음 위주의 낭송조가 많아서 잘 만 부르면 대안이 될 수 있지만 본래의 곡은 무리이다. 향후 한국어 가사로 한국식 그레고리오 성가를 작곡하는 것은 가능성이 열려있다.(부산교구 윤신부님의 창작 곡들은 그 좋은 예이다).  라틴어와 달리 액센트는 없지만 주어가 되는 핵심단어 첫음절에 익뚜스를 배치한다든지, 모음의 장단이 뚜렸한 특색을 살려서 우리식 전례음악을 만들어 나아가자는 것이다. 우리보다 신자 수 가 10% 에 불과한 일본교회는 이런 일을 이미 해 냈다. 한국교회도 이러한 저력이 있다고 믿는다.

글쓴이   김 건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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