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이인수

2012. 2. 17. 오전 2:31:53

이집트에서 로마까지 12박 13일의 긴 여정을 허락하신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그 기간 내내 우리 순례단을 위해 기도하신 베드로 신부님,
예산 집행하느라 고생하신 헬레나 자매님과 까리따스 자매님,
인솔자 우희숙 세실리아와 한국인 가이드님들,
무엇보다 본인은 참가하지 못하면서도 순례를 모두 준비해주신
권명옥 세실리아 자매님께 감사드립니다.
(무슨 연말 시상식 같지만 사실입니다)

처음에는 예수님을 모시고 그분의 자취를 더듬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12박 13일 내내 우리가 주님을 찾아다닌 것이 아니라
매순간 주님이 우리를 이끌어 주셨습니다.

하느님은 언제나 우리와 다르게 생각하고 활동하십니다.
제 경우만 해도
이집트에서는 그렇게 보고싶어 하던 광야의 신비함 대신
세상의 종살이에서 해방된 자들이 겪어야 하는 배고픔과 갈증이,
이스라엘에서는 예수님의 발자국을 따르는 십자가의 길 대신에
이스라엘 백성에게 억압받는 가난한 팔레스티나의 모순이,
로마에서는 베드로 성당의 청동 대문이 주는 외경심 대신
웅크린채 죽어간 성녀의 비틀어진 손가락이 더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성지를 갔기 때문에 예수님을 묵상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구경꾼처럼 이리저리 뛰어다니다보니
단 30분만이라도 차분히 앉아 그분의 숨결을 느낄 수도 없었습니다.
다만 열흘이 넘는 시간을 세상 걱정으로부터 벗어나
내내 하느님 생각에 잠겨 있을 수 있는 참된 피정이기 때문에
그 시간이 복된 것일지는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그 기간동안 침묵 피정을 했다면 더 복되었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가며
더 진한 감각을 지니게 된 것은 분명합니다.
이 진한 감각으로 당분간은 기쁘게 살 수 있으리라 여깁니다.

삶에 지치고 힘겨울 때, 하느님을 온 몸으로 느끼고 싶다면
단 하루만이라도 세상 모든 걱정 다 던져두고,
가까운 이 땅의 성지라도 찾아야겠습니다.
성지가 예수님이 계신 곳이지 별거겠느냐 하는 생각도 합니다.
그렇다면 성당의 감실이 가장 가까운 성지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그곳에서 하루가 안 되면 한 30분만이라도 머무르면서
그것도 성지 순례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댓글 7

  • 2012년 2월 17일 오후 1:36

    아아.. 너무 좋은 시간이셨을 것 같습니다...

  • 2012년 2월 17일 오후 5:01

    귀한사진과설명감사드립니다..다시한번성지순례를다녀온듯합니다.알찬보충수업을했습니다.감사합니다.

  • 2012년 2월 17일 오후 7:49

    순례와여행중 참행복하구감사한시간이었음을 사진과함께 간직해야겠네요 바쁘신중에 귀한사진과설명감사드려요 수고하셨어요

  • 2012년 2월 18일 오전 8:27

    순례중 느겼던 하느님의 현존하심과 감동의 긴 여운을 오랫동안 간직하게 해 주셨네요...단장님(작가님)의 열정과 수고에 감사드려요. 바드리시오와 함께

  • 2012년 2월 18일 오후 4:41

    함께 못해서 아쉽구, 다녀오신 사진 보니 부럽네요.. 그곳에서 하느님 숨결을 느끼고 좋은 피정하시고 온 분들의 기쁜 모습을 보는것으로 감사해요. 담 기회 저도 꼭 가겠습니다.

  • 2012년 2월 25일 오후 5:56

    알차고 좋은 사진 감사합니다. 마치 저도 같이 다녀온것 같아요~ 찍느라 고생, 정리해서 올리느라 고생. 그 덕에 저는 12박 13일을 1시간 반만에 동행했습니다. 감사합니다~~^^

  • 2012년 3월 10일 오후 1:53

    성당의 감실이 가장 가까운 성지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하신 말씀에 아멘으로 응답합니다.

2012 해외성지순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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