夢 中 雪 岳 山 行 記
이 글은 제목에서 밝힌 바와 같이 가상에 의한 꿈 속 산행을 이야기 하려는 것입니다. 이 이야기를 하려는 동기는 극히 소수의 회원님께서만 다녀오신 멋지고 아름답고 웅장한 설악산을 개인적 사정으로 인하여 가지 못했던 아쉬운 마음을 달래도 보고 함께 하지 못한 미안함을 표시하려는 마음에서 쓰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이 몽중 산행기는 제가 예전에 다녀왔던 설악산의 기억과 천산회 회장님이 탁월한 솜씨로 촬영하여 산행 앨범에 등재하신 사진등을 참고로하여 쓰는 것이기 때문에 다소 현장감과는 거리가 있으며 또한 황당한 표현이 있을 것입니다. 이는 이 이야기 자체가 모두가 거의 허구이기 때문임을 헤아려 주시기 바랍니다.
목 차
제 1 부 출 발
1. 꿈나라간 핫 바
2. 오색 약수터에서
제 2 부 대청봉
1. 야간 산행
2. 대청에서
제 3부 하산
1. 아침 햇살
2. 구름을 모으는 핫 바
제 4부 귀가
1. 근두운을 탄 핫 바
2. 서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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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출발
1. 꿈나라간 핫 바
세례식 예행 연습을 마치고 일요일에 있을 본당 남성총구역 족구 대회에 관한 회의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11시가 되었다. 술 한잔 하고 들어가라는 집요한 청탁을 뿌리치고 돌아 온 내 자신이 조금 뿌듯하였지만 웬지
무엇인가를 잃어 버린듯한 허전한 느낌이 들었다. 허전함을 달래려고 천산회에 들어와 이리저리 뒤지다가
'한 바와 성지순례'를 마무리 지었다. 글을 마치고 나니 알수 없는 공허함까지 밀려와 허전함의 강도가 더하였
다. 마무리를 천천히 지을 걸 하는 뒤 늦은 후회도 하였지만 한 편으로는 개운한 느낌도 들었다. 지금쯤 어느
길 위를 달리고 있을까? 원주 쯤 가고 있을까? 함께 하지 못한 미안함과 그 좋은 설악산을 가지 못한 안타까움
을 한 잔 술로 달래도 볼까 하였지만 내일 있을 성당 행사등을 위해서 일찍 잠자리에 들기로 하였습니다. 속 깊
은 곳에서 나오는 하품을 손으로 제어하면서 조용히 그리고 밉지 않을 정도의 소음으로 코를 고는 아내의 곁에
살며시 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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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딩딩딩 따르르릉 뽀끼오 뽁뽁 일어나 일어나 둥근해가 떴습니다 야! 안인나 ----" 괴상한 알람 소리에 게슴
츠레 사물이 보일 정도로만 눈거풀을 열고서 소리나는 곳을 바라보았습니다. 그곳에는 생각지도 않은 분이
이상하게 생긴 자명종을 들고 근엄한 표정을 하고 서 계셨습니다. 그 분은 부시시한 저를 보고는 "핫 바! 지금
이 몇시인데 아직 자고 있어요. 빨리 일어나 베낭을 메고 날 따라와요" 하고는 홀연히 사라지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 분이 시키는 대로 베낭을 메고 저절로 열린 현관문을 나섰습니다. 집을 나서자 저희 아파트 출입문 계
단 바로 앞에 '설악산행' 버스가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버스에 타자 사람들이 저를 보고 왜 늦게 나오느냐고
야단 치면서 뜬금없이 노래를 시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마이크를 잡고 조 용필의
"허 공"을 불렀습니다. 노래가 절정에 거의 다다랐을 때 버스 기사가 운전을 하다 말고 시끄럽다면서 마이
크를 뺐더니 자신이 노래를 부르는 것이었습니다. 버스 기사가 노래를 할 때 제가 버스기사가 되어 운전을 하고
있었습니다. 대형면허증이 없는 저는, '1종 면허로 운전하다 걸리면 큰일인데' 하는 걱정을 해가면서 운전을
하였습니다. 버스 기사는 계속 노래를 하였고 저는 계속 운전을 하였습니다. (희한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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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오색 약수터에서
" 어! 오색 약수터네요. 버스가 약수터까지 올라왔습니다." 제가 소리를 지르자 사람들은 주섬주섬 내리기 시작
하였고 버스기사는 마이크 대신 후레쉬를 주면서 산행 잘하고 오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고는 " 이따가도 운전
부탁해 " 하는 말도 하였습니다. 그 운전기사를 자세히 보니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이었습니다. 자세히 보니 햇
바 형님같기도 하고 저희 본당에 다니시는 관광 버스 기사 분 같아 보였습니다. 하여튼 이따가 또 운전하라
고 하는 말에 기분이 나빠 시무룩하여 있는데 언제 왔는지 한 바가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한참
을 말없이 바라보다 "핫 바 형 오랜만이네. 이따 하산 후에 한잔 할까?" , 저는 "안돼, 나 이따 운전해야돼"
한 바가 "운전 하루 이틀 해 보나, 한 잔 먹고 내가 할께" 저는 "한 바! 언제 철들래? 니가 운전하다 사고나면
루시아는 어떻허고. 수길이와 수영이는---" 제가 뭐라고 하자 한 바는 금새 고개를 숙이며 " 아! 요즘은 왜 이렇
게 쓸쓸하고 괴로울까?"하면서 사람들의 뒤를 따라 올라갔습니다. 회장님이 선두에 서시고 햇 바 형님 그리고
쇼바자매님, 우렁이 한 바가 차례대로 올라갔습니다. 아! 그리고 세레나 자매님도 보였습니다. 그리고 또 알 듯
모를 듯 한 분들이 계속해서 올라갔습니다. 모든 사람이 다 올라간 자리에는 저와 버스기사 둘 만 덩그러니남았
습니다. 버스기사는 나에게 "아저씨는 등산 안해요?" 하고 묻자 "저는 워낙 산을 잘 타서 저 사람들이 대청봉까
지 다올라갔을 때 가도 충분해요" 그러자 버스기사는 눈을 둥그렇게 뜨고는 버스안으로 올라가서 소주와 맥주
와 오징어와 초코렛을 가지고 내려왔습니다. 버스기사와 내가 술판을 벌리고 있는데 느닷없이 햇 바형님과 한
바가 나타나서 "나도 한 잔 줘라" 하며 술판에 합석을 하였습니다. 곧이어 회장님이 오셔서 "아니,이 사람들이
산행은 안할거야!" 하며 버럭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런데 회장님 옆에는 쇼바와 우렁이가 우리가 앉아 있던자리
를 묘한 눈길로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두 모자의 눈길은 같은 방향이었지만 바라보는 사물은 달랐습니다.
쇼바자매님의 눈길은 맥주에 꽂혀 있었고 우렁이의 눈길은 초콜렛과 오징어를 바라보았습니다. 회장님의 다그
침에 우리 술판 조는 회장님의 뒤를 따라 졸졸 산행을 다시 시작하였습니다. 혼자 남게 된 버스기사는 아쉬운
듯이 손을 흔들며 잘 다녀오라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함께 산행을 하는 쇼바자매님의 손에는 맥주가 들려있었
고 우정이의 손에는 초콜렛과 오징어가 들려 있는 것이었습니다. ( 참, 희한하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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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부 대청봉
1. 야간 산행
조금 전까지 밝은 대낮이었던 것 같았었는데 어느새 오색의 주위는 어둠의 포로가 되어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모자에 메어 단 라이트를 켜기 시작하였습니다. 한 바가 멋진 라이트를 내게 보여 주며 "형은 이런 거 없
지, 이건 나만 있는 겨!" 하고 몸을 좌우로 흔들어 대며 자랑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한 바가 몸을 심하게 흔드는
바람에 그의 베낭 속에서 무엇인가가 '후두둑' 하며 떨어졌습니다. 모든 사람들의(어! 이 사람들은 아까 분명히
산에 올라 갔었는데 언제 또 여기 나타났지) 시선이 그 곳으로 집중되었습니다. 떨어진 물건들은 평소 한 바가
좋아하는 소주와 맥주 양주 등 주로 주류였고 그 밖에 나무 젓가락, 숟가락 등 식기 도구도 몇 개가 있었습니다.
당황한 한 바가 그것들을 주우려고 하는데 식기 도구만을 제외한 모든 주류는 햇 바 형님의 손에 들려 있었고
햇 바 형님은 아주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한 바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한 바는 "햇 바 형님 다 가지세요. 저는
또 있습니다." 라고 소리쳤습니다. 이런 행동들을 보아하니 한 바는 저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에게는 꽤 너그럽
게 대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ㅋ) 아무튼,모든 사람들이 라이트를 켜자 팔에 '안내'라는 완장을 두른 이가 산
행 시작을 알리는 축포를 쏘아 올리자 사람들은 오늘 산행의 제1차 목적지(정상)인 대청 봉을 향해 산행을 시작
하였습니다. 바람이 무척 강하게 불었고 몹시 추운 날이었습니다. 모두 옷 깃을 여미고 비장한 표정을 지으며
완장의 안내와 지시에 따라 움직였습니다. 주위는 어둠으로 가득 차 있었고 새들도 모두 잠이 들었는지 사위
는 고요하고 적막하였습니다. 오직 사람들의 발 자국 소리와 바람 소리 그리고 부딪혀 바닥에 뒹구는 나무 잎
소리만이 전부였습니다. 스산한 느낌마저 들었고 웬지 공포스러운 분위기 마저 감돌았습니다. 그런데 아주 조
용히 그리고 서서히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와 나뭇 잎들의 부딪치는 소리와 낙엽의 뒹구는 소리가 서로 어우
러진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 오는 듯 했습니다. 그 소리들을 유심히 듣고 있노라니 괜시리 애처로운 느낌이 들
기도 하고 가슴이 뭉클하여 눈 시울이 뜨거워 지게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기도 하였습니
다. 그 소리들은 점차 한 곳으로 모이게 되었고 마침내는 구성진 가락의 한 줄기 노래가 되었습니다. 그 노래
소리는 다름 아닌 '이 세상 온갖 풍파와 고뇌와 번민 속에서 살아가는 어리석고 불쌍한 중생들을 깨우쳐 주려했
던 고려시대의 고승(나옹선사懶翁禪師) 이 지었다고 하는 노래 '천산은 나를 보고---'라는 노래였습니다.
靑山兮要我以無語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 하고
청산혜요아이무어
蒼空兮要我以無垢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 하네
창공혜요아이무구
聊無愛而無惜兮 탐욕도 벗어 놓고 성냄도 벗어 놓고
료무애이무석혜
如水如風而終我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 하네
여수여풍이종아
靑海兮要我以淸淨 바다는 나를보고 청정히 살라하고
大地兮要我以圓滿 대지는 나를보고 원만히 살라하네
聊無愛而無惜兮 탐욕도 벗어놓고 성냄도 벗어놓고
如水如風而終我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靑山兮要我以無垢 푸르른 저 산들은 티없이 살라하네
蒼空兮要我以 드높은 저 하늘은
聊無愛而無惜兮 탐욕도 벗어놓고 성냄도 벗어놓고
如水如風而終我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 懶翁禪師 -
노래에 심취하여 산행도 잊은 채 서 있는데 갑자기 나타난 버스기사가 노래를 통째로 가로채 가 버리는 것이었
습니다. "어~어!" 하면서 그 버스기사를 쫓아 가려고 아무리 발 버둥을 쳐 봐도 한 발자국도 움직이질 못하였습
니다. 저 만치 멀어져 간 버스 기사는 "산행 다하고 오면 다시 줄께" 하며 소리치고는 시야에서 사라졌습니다.
아타까운 마음에 속이 상해 멍하니 기사가 사라진 쪽을 바라보고 있는데 "형! 뭐해, 정신차려!" 한 바의 외침에
놀라 정신을 차려 일행을 바라보니 회장님과 쇼 바 자매님과 우렁이가 한 조가 되어 산행을 하고 있었고 그 뒤
로 햇 바 형님과 세레나 자매님이 또 한 조가 되어 있었습니다. 한 바는 혼자 떨어져 있어 추위와 허기와 싸우느
라 몹시 괴로워하고 있는 듯이 보였습니다. "형! 나 초콜렛 하나 만 조, 배가 무지 고파!" 측은한 마음에 초콜렛
을 주자 한 바는 어린 아이처럼 좋아했습니다. 초콜렛을 먹는 한 바의 머리위로 단풍 잎 하나가 내려와 앉았습
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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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녘에 서서히 한 가닥 엷은 광명의 빛이 보이기 시작하였습니다. 산행을 시작한 지 벌써 4시간이 지났습니
다. 간간히 불어오는 바람은 살을 에이듯이 아팠고 추위는 뼛 속까지도 얼어 붙게 하려고 작정을 했는지 우라지
게(?) 추웠습니다. 대청에 도착하려면 아직 1시간 이상을 더 걸어야 하는데 날씨는 점점 추워지고 배에서는 먹
을 것을 달라며 아우성치기 시작하였습니다. 게다가 졸음은 왜 그리 자꾸 쏟아져 오는지 정말 따끈한 국물과 따
뜻한 정종 한 잔이 간절하게 생각나는 설악의 새벽이었습니다. '악' 字가 들어 가는 산 치고 쉬운 산이 없다고
하였지만 설악산이 이렇게 "악"소리 나게 힘들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사진으로 보았던 홍홍 색색의 그 아름다
운 자태에 넋을 잃고 야간 산행을 신청한 내 자신을 후회할 여유도 없이 아침이 다가올 수록 바람은 점점 더 거
세어져서 사람들을 자꾸 움츠러들게 하고 자꾸 뚱뚱해 지게 하였습니다. 어떤 사람은 우주인의 모습이 되었습
니다. 그 모습으로 한 걸음 한 걸음 움직이는 것이 마치 신기한 마술을 보여 주는 것 같았습니다. 그 사람을 쳐
다보고 내 모습을 보니 나의 모습도 그 사람과 비교해서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런데도 왜 이렇게
추운 거지! 그 동안 술을 많이 먹어서 몸이 허해졌나. 집에 가면 보약이라도 한 재 먹어야 되는 거 아냐' 이런 생
각을 하면서 걸어 가다 문득 주위를 살펴 보니 아무도 보이지를 않았습니다. 우리 일행 뿐만 아니라 버스에서
내린 사람들 모두 사라지고 보이지 않았습니다. 갑자기 혼자가 되어버린 저에게 쓸쓸함과 고독의 두려움이 찾
아 왔습니다. "어! 다들 어디로 간 거야" 저는 공포에 휩싸여 "한 대건~! 회장님~!" 하고 목청껏 외쳤습니다. 두
려움이 앞서자 별로 미덥지도 않은 한 대건이 왜 제일 먼저 떠 올랐을까요? 매일 투닥거리면서---. -(희한하죠)
공포와 추위와 허기에 지쳐서 나는 사람들의 발자국을 살펴보면서 계속 걸어갔습니다. 땀인지 아침 이슬인지
가 맺힌 얼굴은 얼음처럼 차가워 저를 더욱 힘들게 하였습니다.
얼마를 걸었는지 모릅니다. 계속해서 "한 대건~, 회장님~, 햇 바 형~" 불러 댔으나 아무에게도 대답이 없었고
'하아안 대에에 거어언~, 회에에 자아앙 니이임~' 하는 메아리만 차가운 허공을 가르고 쓸쓸하게 내게로 돌아
왔습니다. 아무도 나타나지 않자 저는 더 이상 힘을 낭비하지 말아야 겠다고 생각하고 대청봉까지 혼자 올라가
기로 작정을 하였습니다. 그렇게 마음을 먹으니 갑자기 나를 왕따시킨 한 바와 일행들이 얄밉게 생각되었습니
다. 그러나 또 한 편으로는 나를 찾으려고 얼마나 애를 태우고 계실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솔직히 원망하는
마음이 조금 더 했었습니다. 그렇게 올라가다 보니 쉼터가 나타났습니다. 거기서 잠깐 쉬었다 가려고 베낭을
내팽겨치듯이 바닥에 벗어 던지고 아무데나 털썩 주저앉았습니다. 그리고 보온 병을 꺼내 따끈한 차 한잔을
마시니 그동안 추위와 외로움과 쓸쓸함으로 피곤에 지친 몸이 한 순간 개운해 짐을 느꼈습니다. 그렇게 차 한
잔을 마시면서 옆자리를 보니 쇼바 자매님과 우렁이가 컵 라면을 맛있게 먹고 있질 않겠습니까? 눈이 휘둥그레
진 저는 놀라움과 반가움으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는 우렁이를 끌어 안고 제자리에서 콩콩 뛰었습니다. 그
리고는 "쇼바 자매님 여기 계셨어요? 회장님은요? 한 바와 햇 바 형님은요?" 저의 쏟아지는 질문에 쇼바자매님
과 간신히 내 품에서 벗어 난 우렁이는 아무 말없이 고개만 좌우로 한 번 흔들더니 다시 맛있고 뜨거운 김이 모
락모락 나는 컵 라면을 먹기 시작하더니 국물까지 한 방울도 안 남기고 마셔 버렸습니다. "자매님! 너무 하시는
것 아닙니까? 조금 나눠 주면 어디 덧 납니까?" 쇼바 자매님과 우렁이의 냉정한 행동에 서운한 마음과 배고픔을
모면할 수 있다는 기대가 무너져 버린 허탐감에 저도 모르게 큰 소리를 냅다 질렀습니다. 저의 외침에 쇼 바
자매님과 우렁이가 싱긋이 미소를 짓더니 그녀의 베낭 속에서 따끈한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컵 라면과
국물이 가득 담긴 핫 오뎅을 꺼내 주었습니다. '그럼 그렇지' 저는 고맙다는 말도 못 하고 쇼바 자매님이
꺼내 준 컵 라면과 오뎅을 한 바에게 뺏기기 전에 먹어야겠다고 생각하며 먹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제가 젓가락으로 떠서 제 입으로 가지고 간 라면과 오뎅은 제 입 속으로 들어 가지 않고 엉뚱하게도
한 바의 입 속으로만 자꾸 자꾸 들어가는 것이었습니다. ('에이구 웬수 한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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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대청에서
이제 동녘하늘이 벌겋게 물들어 오기 시작하였고 산 아래에는 구름바다가 산 구비구비마다 넘실거리고 있어
보는 이들의 가슴을 벅차게 하였습니다. 나는 이렇게도 신비스러운 아름다움을 사람들에게 베풀어 주신 창조주
의 은총에 감사를 드리면서 가슴에 오른손을 살며시 얹고 '동해물과 백두산'을 4절까지 감명에 찬 목소리로 힘
차게 불렀습니다. 한 바도 불렀고 우렁이도 불렀습니다. 쇼 바 자매님과 햇 바 형님, 그리고 세레나 자매님과
회장님은 신비스런 경관에 넋을 잃고 바라 보고 있었습니다. 비록 일출의 신비로움은 볼 수 없었지만 그에 못지
않은 가슴 찡한 아름다움을 볼 수 있어 행복함을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아! 너무나 행복하며 평생 잊지 못할
감동스럽고 감사한 아침이 서서히 밝아 오고 있었습니다.
人山人海 ! '인산인해란 단어는 누가 만들어 냈을까? 그리고 언제부터 쓰이게 된 말일까? (사람들이 모여 산을
이루고 바다를 메운다) 그 인산인해란 말을 대청봉에 모인 사람들을 보고 실감을 하였다. 도대체 언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였을까? 또 전부 어디서 온 사람들이며 뭐하며 사는 사람들이기에 잠도 안자고 추워서 몸이
꽁꽁 얼어 붙어서 말도 제대로 하기 싫은 이 이른 아침에 산 꼭대기에 몰려와서 난리법석을 떨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왜 대청봉이란 표식이 되어 있는 돌덩이를 붙잡고 사진을 찍느라고 야단일까? 저 돌덩이를 껴 안고 사
진을 찍으면 아들을 낳는다는 전설도 없는 것 같은 데---. 그 돌덩이를 껴 안고 사진 한 번 찍으려고 긴 줄도
마다 않고 계속 줄을 서고 있는 사람들!' 애초에 우리 일행은 돌덩이를 배경으로 둥그렇게 모여서 단체 기념
촬영을 계획하였지만 어쩔 수 없이 그 돌덩이 껴 안기를 포기하고 다른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로 하였습니다.
단체 사진과 개인 사진 그리고 바 클럽 회원들 사진 그리고 또 ---. 사진 기사이신 회장님은 분주히 셔터를 누
르시면서도 연신 싱글벙글 이셨습니다. 처음에는 설악산에 못 온다고 하여 무던히 속을 썩히던 햇 바, 핫 바, 한
바 그리고 세레나 자매님까지 모두 산행에 함께 하니 기쁘기가 한량없으신가 봅니다. (이상하네 나는 지금 집에
서 자고 있어야 하는데! 내일 본당 행사는 어떻게 하고 여기 와 있을까?) 적당히 사진을 찍고 나서 약 20분간 각
자 자유시간을 갖기로 하고 20분 후에 대청봉 돌덩이 근처에서 만나기로 하였습니다. '회장님께서는 무얼 하시
려고 회원들에게 자유시간을 허락하신 걸까?' 자유시간을 갖게 하신 회장님의 의도가 궁금하여 뒤를 따라가 보
기로 하였습니다. 회장님은 중청 방향으로 잠시 내려가시더니 우측으로 방향을 틀어 조금 한적한 곳을 찾아내
시고는 그 곳에다 베낭을 내려 놓으셨습니다. 그리고는 자신의 등산 애장품 1호인 디카를 꺼내 이곳저곳의 설
악 풍경을 담기에 여념이 없으셨습니다. 그러더니 다시 베낭을 메시고는 장소를 옮겨가며 사진 촬영을 계속하
셨습니다. 두루두루 다시시며 촬영을 하시고는 다시 한적한 곳으로 돌아와서는 두 팔을 위로 한 껏 벌리시며 심
호흡을 하셨습니다. 그리고는 "야호! 기분 조오~타! 녀석들 기왕에 올 바에야 기분 좋게 올 것이지 그렇게 사람
속을 썩히다 오고 있어! 아무튼 지금까지 아무 사고없이 올라와서 좋고 내려갈 때까지 아니 귀가 할 때까지 무
사히 내려가야 할 텐데. 아이고 오늘 기분 너무 좋다" 하시면서 두 팔을 자꾸만 위로 쭉쭉 내뻗으시는 것이었습
니다. 팔 뻗치시기를 끝낸 후 잠시 조용히 하시더니 십자 성호를 긋고 기도를 시작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그 모
습을 본 나는 죄송스런 마음과 동시에 회원들을 사랑하시는 회장님의 마음을 알게 되어 회장님을 존경하는 마
음과 사랑하는 마음이 내 가슴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사랑합니다 회장님'
기도하시는 회장님에게 방해가 될 것 같아 살며시 자리를 떠나 대청으로 올라가고 있을 때 해가 완전히 제 모
습을 갖춘 동녘 하늘과 산 아래를 번갈아 바라 보시며 무언가를 계속 중얼 거리고 계신 햇 바 형님을 발견하였
습니다. '햇 바 형님은 무슨 생각을 저리 골똘히 하며 중얼거리고 계시나?' 내가 그의 곁으로 거의 다가 갔을
때 햇 바 형님은 묵주기도를 막 마치셨는지 묵주를 쥔 채 성호를 긋고 계셨습니다. 그러시더니 "아! 이제 내 나
이도 내일 모레면 60이구나!" 하며 혼자 말을 하셨습니다. 햇 바 형님은 혼자 있는 이 시간에 자신이 걸어 온 인
생 여정을 돌아 보면서 새로운 각오를 다짐하는 듯 매우 진지한 시간을 보내고 계셨습니다. 나는 햇 바 형님에
게로 향하던 발 걸음을 돌려 세레나 자매님과 쇼바 자매님 모자와 한 바를 찾아 보기로 하였습니다. 쇼바 자매
님은 바로 내 옆에서 잘 생기고 늠름한 아들 우렁이의 팔짱을 낀 채 정겨운 모습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습니
다. 언뜻 듣기에 쇼바 자매님은 아들에게 엄마가 생각하고 있는 엄마와 우리 가정의 미래를 얘기해 주고 있었고
우렁이는 엄마에게 자신이 미래에 하고 싶은 일과 그것을 이루기 위해 자신이 해야 할 계획 등을 엄마에게 이야
기 해 주는 것 같았습니다. 다정스런 대화를 나누는 모자의 모습을 보자 집에 있는 아내와 아들들이 불현듯 보
고 싶었습니다. (그 때 갑자기 어디에선가 아내의 목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아! 코 좀 골지마. 시끄러워서 잠을
못자겠어" 하며 핀잔하는 소리였습니다. '어!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 것이지. 설악산 같기도 하고 내 집에서 자
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음 ---' ) 다정스럽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자에게서 조금 떨어진 곳에 세레나 자매님
이 자신에게 스스로 무슨 주문을 넣고 있는지 혼자하는 대화를 하고 있었습니다. "앗,앗! 할 수 있어! 이렇게 험
하고 힘든 산행도 해 냈는데. 아자! 아자! 난 할 수 있어! 무엇이든 다 잘 해낼 거야! 그럼, 무슨 일이든 다 잘 할
수 있어. 아자! 아자! 세레나 핫 팅!" 산행을 시작하기 전 다소 겁 먹은 표정을 하였던 그녀가 밝고 자신감 가득
찬 모습을 하고 있는 보니 내 마음도 한결 가볍고 밝아지는 걸 느꼈습니다. 그리고 나도 세레나 자매님을 따라
혼자 외쳤습니다. "아자! 아자! 핫 바 핫 팅!" (표현이 조금 묘함) '한 사람의 밝은 모습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밝게 해 주는 것인지 왜 여태 모르고 살았을까? 나도 할 수 있어'. "아자! 아자! 핫 바 핫 팅!" 세레나 자
매의 행동을 따라 하노라니 추위도 사그라지는 듯 하였습니다. '그런데 한 바는 왜 보이질 않는 것일까?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기에 내 눈에 띄지를 않는 걸까?' 갑자기 한 바를 생각하자 불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추운데
아무 곳에서나 자고 있으면 안 되는데---, 혹시 나 몰래 햇 바 형님하고 한 잔 하고 있는 건 아닐 테지. 만약 그
랬단 봐라!' 불안한 마음과 삐친 감정을 섞어 "한 바야!" 하고 큰 소리로 한 바를 불렀습니다. 그랬더니 바로 내
뒤에서 "아, 누구야? 아침부터 누가 시끄럽게 날 찾는 거야?" 하며 농 섞인 짜증을 내며 웃고 있었습니다. "어디
에서 뭘 하고 있었어?" 아무 일 없이 건강한 모습을 보자 반가움에 한 바의 손을 덥석 잡았습니다. 한 바도 나의
행동이 싫지 않았고 나를 찾고 있었는지 내 손을 마주 잡았습니다. "형, 어디 있었어? 한참 찾았잖아" 한 바의
다그침이 싫지 않았고 오히려 정겨움마저 들었습니다. "한 바, 대형 초콜렛 있는 데---. 먹을래?" , "아냐, 난 됐
고 이따가 우렁이나 줘" "???" 먹는 것을 마다하고 다른 사람에게 주라는 한 바의 말을 반신반의하여 재차 물었
습니다. "한 바, 이 건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초대형 초콜렛인데, 그래도 안 먹어?" 나의 거듭된 물음에 한 바는
한결 의젓한 모습으로 "사람이 초콜렛만으로 사는 것이 아니야, 하느님 말씀으로 사는 것이지. 어험!" , "?????"
나는 믿기지 않는 언행을 하는 한 바를 눈을 동그랗게 하여 바라보았습니다. 한 바는나의 동그란 시선을 아랑곳
하지 않고 "이제 만날 시간이 다 된 것 같은 데---" 하며 약속 장소인 대청 돌덩이가 있는 곳으로 발 걸음을 옮
겼습니다. '한 바가 힘든 산행을 해서 정신이 약간 어떻게 된 거 아닌가? 아니면 설악의 정기를 받아서 제대로
사람이 된 것일까?' 헷갈리는 마음에 갈피를 잡지 못한 나는 한 바의 변한 모습이 후자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하산 후에 어떤 행동을 하는지 두고 보기로 하고 나도 대청 돌덩이가 있는 곳으로 향하였습니다.
독자님들 잠간 글쓴이를 구경 하시라요. ---"죽장망혜(竹杖芒鞋) 단표자(單瓢子)로 천리강산(千里江山) 들어가는 핫바 하맹철님의 표정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