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 22주간 목요일 루카 5,1~11
오늘 복음에서는, 한 마리의 고기도 잡지 못한 빈 배라는 상황이 먼저 우리의
시선을 끕니다. 그런데 밤새껏 애썼던 이 빈 배는 잠시 후, 가라앉을 만큼 가득
고기로 채워집니다. 성경 말씀을 보면 엄청난 양의 고기 때문에 그물이 찢어질
지경이라고 표현합니다.
이 놀라운 변화에 주님의 힘이 개입되어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압니다. 그런데
문제는, 어떻게 해서 시몬 베드로가, 고기를 잡는 것으로 치면 자기를 따라올
자 없는 그가, 어부도 아닌 주님의 말씀에 순순히 순응하며 "스승님의 말씀대로
제가 그물을 내리겠습니다" 하고 응할 수 있었을까 하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여러가지 요인이 있을 수 있습니다. 시몬 베드로가 보기에, 가르치시
는 주님의 모습이 예사롭지 않아 보였겠고, 또 마귀들린 사람과 많은 병자를
고쳤다는 소문도 들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한 가지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시몬 베드로는 "깊은
데로 저어 나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아라!" 하는 주님의 말씀에 압도당했다
는 사실입니다. 그러니까 물 때, 고기 잡히는 시간 등 경험 많은 어부가, 어부
가 아닌 주님이 시키는 대로밖에 할 수 없었겠구나 하고 묵상합니다. 여하튼
그물이 찢어질 정도로 고기가 걸려듭니다.
주님의 말씀, 주님의 모습에 압도당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 그들은 빈
배가 고기로 가득 찬 배로 변하듯 허전한 마음에서 뿌듯한 마음으로 변화됩니
다. 주님의 모습에 압도당해 주님의 말씀에 따라서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
그들은 빈 배가 고기로 가득 찬 배로 변하듯 불안한 마음에서 평화로운
마음으로 변화됩니다.
성경은 이렇게 이어집니다.
그물이 찢어질 만큼 매우 많은 물고기를 보고 시몬은 두려움에 사로잡힙니다.
그래서 주님의 무릅 앞에 엎드려 "주님, 저에게서 떠나 주십시오. 저는 죄 많은
사람입니다" 하고 말씀드립니다.
주님의 말씀, 주님의 모습에 압도당하고, 주님 앞에서 죄인임을 알고 주님을 두
려워하는 마음, 이것이 주님의 제자가 되는 조건이 아닐까?
주님께서 시몬을 제자로 선택하시며 말씀하십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이제부터 너는 사람을 낚을 것이다."
주님의 말씀, 주님의 모습에 압도당한 나머지, 용서받아야 할 죄인임을 아는 두
려운 마음에서부터, 주님의 참된 제자, 신자다운 신자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럴 때 비로서 우리는 자기 것을 포기할 수 있고, 자기를 조금씩 조금씩
떠날 수 있습니다.
성경은 우리에게 자기 것을 버리고 떠나는 베드로와 그의 동료들의 모습을
보여 줍니다.
"그들은 배를 저어다 뭍에 대어 놓은 다음,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랐다."
주님의 제자란, 주님의 말씀과 주님의 모습에 완전히 압도당한 나머지 떠나는
사람들입니다. 자기를 버리고 주님을 향해서 말입니다.
주님 때문에 나의 뜻과 생각을 접고, 주님을 향해 떠나는 오늘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홍 미카엘 신부 복음 묵상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