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이 고쳐 주신 묵주

2004. 7. 14. 오후 5:3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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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고의 어머니를 기억하며!

                       

                      스님이 고쳐 주신 묵주

                이 현철 이냐시오 신부님 글(2003년 4월 22일 글)

           

          십자가를 안테나로!

           

            부활절이 지나자 어느 협력자회원이 25일 시복식 참가를 겸한 성지순례에 가져갈 약품을 주시겠다고 해서 지하철을 타고 그 약품을 받으러 가고 있었습니다. 전동차에 앉아있는 많은 승객들 중에 유난히 눈에 띄는 할머니가 한분이 계셨습니다. 그분은 가톨릭신자인지 연신 묵주를 가지고 들었다 놓았다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의도적으로 그 할머니와 좀 멀리 떨어져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전동차에서 신자분들을 만나면 예외없이, "아이고 신부님, 여기 앉으십시오."하며 제게 자리를 양보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헌데 어느 풍채가 좋고 코가 빨간 스님이 어느 지하철역에서 한분 들어오시더니 그 할머니 옆에 점잖게 앉으셨습니다. 그리고 마치 그 할머니와 경쟁이라도 하듯이 굵은 염주를 가지고 기도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건너편에서 이를 흐뭇하게 바라보는 분들도 있었지만 젊은 아가씨들 신문지로 얼굴을 가리며 키득키득 웃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그런데 그 스님이 갑자기 염주를 놓고 할머니에게서 묵주를 건네받고 역시 묵주를 들었다 놓았다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저는 사람들틈에 숨어 도대체 이 스님이 무엇을 하시나?하고 가까이 접근하여 살펴보니, 그 스님은 할머니의 끊어진 묵주를 고쳐주고 계셨습니다.

           

          순간 저는 너무나 고맙고도 부끄러웠답니다. 그 할머니가 그 끊어진 묵주를 고치려고 애를 쓰고 계시는 것에 사제로서 너무 무관심했기 때문입니다. 할머니는 묵주를 고쳐주신 스님께 감사를 하며 레지오수첩까지 보이며 묵주기도를 가르쳐주고 계시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아마 이젠 그 스님은 큰 염주로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여, 나무 관세음 보살!"하고 기도하실 것 같아 너무나 기뻤습니다.

           

            그리고 저도 모르게 제 주머니 속에 있는 상아빛 5단 묵주에 손이 갔습니다. 이 묵주는 몇달 전에 안산 선부동 성당의 주임신부님께서 직접 만들어주신 묵주입니다. 후원회 미사를 마치고 인사를 드리고 가려는데 신부님께서는 사제관에 와서 점심을 먹고 가라며 저를 붙잡으셨습니다. 저 혼자라면 당연히 응하겠지만 후원회 간부들과 저희 신학생 부모님까지 계셔서 저는 먹은 걸로 하고 가겠다고 인사를 드렸습니다.

           

          그런데 그 신부님께서는 묵주를 하나 만들어주시겠다며 잠깐 사제관에 들어오라고 하셔서 들어갔는데 익숙한 솜씨로 저를 위해 묵주를 엮어주셨습니다. 신부님은 그 본당 교육관 건립을 위해 직접 묵주를 만들어 파셨다고 하시며 제게는 그냥 선물로 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저를 기다리는 분들을 생각해서 1단 묵주만 만들어달라고 했는데 그 신부님은 고집?을 피워 기어코 제게 5단묵주를 만들어주셨습니다.

           

          나중에 사제관을 나와보니 저희 신학생 아버님이 호출택시를 부르고 저를 기다리셨는데 벌써 요금이 10,000원이상이 나왔다고 하시며 "신부님, 정말 비싼 묵주를 선물받으셨습니다" 라고 하여 모두들 웃었던 기억이 나는 묵주에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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