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서 쓰는 아침
-은빛시몬-
상기 본인은
일신상의 사정으로 인하여
이 처럼 화창한 아침,
그 모든직을 사직코자 하오니
그간 알콩 달콩 볶아댄 정을 생각하여
재가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내게
어둠이 스며들 듯 찾아온
사랑의 깊은 상처와
아름다운 추억을 부상(副賞)으로
받았으니
이 순간이
비록 아련하게 느껴질지라도
향그러운 시간들을 품고
창공을 활개치는
철새처럼
떠나 가려하오니
제 발목을 놓으주시고
그동안 이런일 저런일로
펼쳐보지 못한
날개를 펼치게하소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