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대성당 종소리 바뀐다 - 부활성야 미사때 첫 타종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성당인 명동대성당의 종소리가 바뀐다.
서울대교구 명동 주교좌본당(주임 백남용 신부)은 현재의 종(鐘)이 노후돼 균열이 생김에 따라 새 종을 설치키로 하고 구체적인 준비작업에 들어갔다.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의 한 수공업체에 제작을 의뢰한 종이 이미 성당에 도착함에 따라 명동본당은 4월8일 종 축복식을 갖고 일주일 후인 15일 부활 성야 미사때 첫 타종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명동본당은 현재 종을 떠받치고 있는 목재와 벽돌을 새 것으로 교체하고 있다.
명동본당은 특히 정해진 시간에 저절로 타종하는 첨단 전자장비를 부착, 종지기가 일일이 종을 쳐야 하는 번거로움을 없앨 게획이다. 새로 설치되는 종은 지름 1.2m, 무게 1t이다.
명동본당은 기존의 종에 대한 역사적 가치를 고려해 신학교나 절두산 순교기념관 등의 박물관에 영구 보존하는 방법을 강구 중이다. 현재 명동성당은 아침 6시, 정오, 오후 6시 등 하루 3번(삼종) 타종하고 있다.
김오석 부주임 신부는 "앞으로 명동에 오면 전보다 더 아름다운 종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라며 "명동성당의 종 교체를 계기로 성당 종에 대한 신자들의 관심도 커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103년 전인 1898년 6월11일 첫 소리를 울린 명동성당의 종은 1967년 1월 현재의 종으로 교체돼 현재까지 명동의 역사와 함께 해 왔다.
<평화신문, 619호(2001년 3월 25일), 우광호 기자>
명동성당의 종 역사
명동대성당의 축복식이 열린 1898년 5월 29일 이른 아침.
당시 제8대 조선교구장 뮈텔 주교가 대성당 축복식에 앞서 제일 먼저 한 일은 종 축복이었다. 종 제작 및 운송에 기여한 콜랭 드 플랑시(Collin de Plancy) 프랑스 공사가 종의 대부(代父)로, 공사 비서관의 부인 르페브르 부인이 대모(代母)로 각각 종에 이름을 새겼다. 당시 종 축복식에서 대부 대모를 세우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이는 종 축복을 사람의 세례와 동일한 비중으로 여겼음을 의미한다.
명동성당의 종은 축복식과 동시에 소리를 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정확하게는 이보다 13일 후인 6월11일 첫 타종이 이뤄졌다. 뮈텔 주교는 자신의 일기에 "1898년 6월11일 종탑 올리는데 성공했다. 이날 처음으로 종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고 기록했다.
구전에 의하면 당시 서울 4대문 안에 살고 있는 백성들은 대부분 명동성당의 우렁찬 종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명동성당이 서울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을 뿐만 아니라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계가 귀했던 시절이라 백성들은 아침 6시. 정오, 저녁 6시 등 하루 3번 울리는 종소리를 듣고 시간을 알았다.
이후 한일합방과 일제치하, 한국전쟁 등의 격량 속에서도 그 소리를 잃지 않았던 명동의 종은 마침내 1965년 봄 그 수명을 다한다. 추가 떨어져 나가자 종지기가 궁여지책으로 큰 망치로 종을 두들겨 균열이 생긴 것이다.
이에 따라 이계중(요한)주임신부는 종 제작 기금을 모금하기 위해 별도로 위원회를 구성하고 종 교체작업에 나섰다. 이때 흥미로운 점은 명동본당이 100만원에 이르는 종 제작비를 조달하기 위해 복권을 발행한 사실이다. 당시 명동본당은 1장에 100원하는 종 헌납권 1만장을 발행했으며 1등에는 10만원 상당의 텔레비전을, 2등부터 7등까지는 자전거, 미싱, 라디오 시계, 식기 등 경품을 내걸었다. 당시 성당 부인회가 종각과 종로 등 번화가에 판매소를 차려놓고 복권 판매에 나섰다는 구전도 흥미롭다.
명동본당 신자들은 결국 1965년 12월 25일 명동성당 문화관에서 종 기금 헌납식을 갖고 본격적인 종 제작에 들어갔다. 현재의 명동성당 종은 1967년 1월29일 노기남 대주교의 주례로 축복된 것으로 당시로서는 거액인 15만원을 기증한 모병억(베드로)씨가 종의 대부로 선정됐다.
한국전쟁 당시 명동본당 정남규 총회장의 아들로 명동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정인준(75, 알로이시오)씨는 "명동의 역사와 함께해 온 종이 교체된다니 아쉬움이 많다"며 "과거의 종이 우리 민족의 아픔을 울려 왔다면 새로 설치되는 종은 우리 민족의 희망을 울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명동성당 종 연표>
1897년 5월31일 종탑 벽돌 공사 시작
1897년 7월 프랑스에 종 주문
1898년 3월 조선에 종 도착
1898년 5월 29일 종 축복
1898년 6월11일 첫 타종
1965년 봄. 종에 균열 발생
1965년 10월 명동성당 신자들 종기금 모금 운동 전개. 복권 발행
1965년 12월 25일 종기금 헌납식. 복권 추첨.
1967년 1월29일 종 축복
2001년 4월 8일 새종 축복 예정
2001년 4월 15일 새종 첫 타종 예정
<평화신문, 619호(2001년 3월 25일), 우광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