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남터] 새남터 성지: 순교 기념 성당

2001. 3. 8. 오후 11:14:00

글자

 

새남터 성지 : 순교 기념 성당

 

강수길(그레고리오)

 

 

신유박해(1801년) 200주년이 되는 2001년 1월, 영하 15도의 매서운 날씨를 안고 새남터 성당을 찾았습니다. 온 누리가 하얗게 눈으로 덮여 아름답기는 하였지만 눈물이 나도록 차가운 날씨여서 아름답기보다는 살을 에이는 추위로 마음이 아프기까지 하였습니다. 순교 성지를 찾으려면 이런 날에 와야 한다는 생각이 불현듯 떠올랐습니다. 잘 왔다는 판단이 서니까 갑자기 추위가 두렵지 않았습니다. 1. 범 앵베르 라우렌시오 성인님 2. 장 베르뇌 시메온 성인님 3. 김대건 안드레아 성인 신부님 4. 나 모방 베드로 성인님 5. 정 샤스탕 야고보 성인님 6. 백 브르트니에르 유스또 성인님 7. 서 볼리외 루도비코 성인님 8. 김 도리 헨리꼬 성인님 9. 현석문 가롤로 성인님 10. 정의배 마르꼬 성인님 11. 우세영 알렉시오 성인님 12. 주문모 야고보 순교 신부님 13. 신 쁘르띠에 안토니오 순교자님 14. 박 쁘띠니꼴라 미카엘 알렉산델 순교자님.

 

모두 열 한 분의 성인과 시성되지 않으신 세 분이 이곳에서 순교하셨으니, 추위 따위는 아랑곳 할 여지도 없이 마음이 숙연해졌습니다. 몇 차례 이곳을 다녀갔고 한 번은 하루 종일 이곳의 신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에서 봉사한 적도 있었기에 친근감마저 드는 곳이었으나, 나도 이 여러 분 순교자들처럼 그렇게 단호한 신앙심을 가지고 있을까 하는 데에 생각이 미치자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 앞섰습니다. 기념물 하나 하나가 실감 있게 다가오며 호통을 쳤고, 성인 순교자님께서 따뜻하게 맞으며 잘 왔다고 너그러이 저를 받아주시는 듯한데도 제 마음은 쥐구멍만을 찾고 있었습니다.

 

한양성 밖 남쪽 한강변에 있는 새남터는 조선 초기부터 군사들의 연무장으로 사용되었으며 국사범을 비롯한 중죄인의 처형장이었습니다. 새남터에서 천주교 신자들을 처형하기 시작한 것은 1801년 신유박해 때 중국인 주문모 신부님이 처형되시면서, 그 이후 박해가 있을 때마다 주교님과 신부님과 평신도 지도자들이 순교하였습니다. 한국 최초의 신부인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이 새남터에서 순교하였고 기해박해 때 앵베르 범 주교님과 모방 나 신부님, 샤스땅 정 신부님 등 세 분 성직자가 순교하였습니다.

 

병오박해 때는 김대건 신주님과 현석문 회장이 순교했으며, 병인박해 때는 베르뇌 주교님과 쁘르뜨니에르 신부님, 볼리외 신부님, 도리 신부님, 쁘르띠에 신부님, 쁘띠니꼴라 신부님 등 다섯 분의 신부님과 평신도인 정의배 마르코와 우세영 알렉시오 등 두 분의 평신도가 순교하였습니다. 새남터 성당은 한국순교복자수도회에서 용산구 서부 이촌동 199번지의 땅을 매입하고 서울대교구에서 1950년 순교기념지로 지정하였습니다. 공사 착공 4년만에 완공되어 지하 1층, 지상 3층의 주 건물과 종탑은 목조 3층탑 형식으로 1987년 9월 12일 축성식을 가져 오늘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새남터 성당은 한국식으로 지어졌으며, 건축 재료 역시 국내에서 나는 재료를 사용하였습니다 먼저 십자 고상을 받치고 있는 문양은 우리나를 상징하고, 그 아래 사방팔방으로 뻗은 선은 온 세상으로 복음을 전하는 것을 상징했으며, 십자가 아래 받치고 있는 백합꽂은 순결을 뜻합니다. 돔 아래에 있는 비둘기와 어린 양은 성령과 예수 그리스도를 상징하고, 지구의 모양을 하고 있는 감실은 통돌(한몸돌)에다 무궁화꽃을 부조로 조각했고, 감실문은 사람의 가장 중요한 심장을 하트 모양으로 만들었습니다. 제대는 경전을 읽을 때 쓰는 경상을 역시 통돌(한몸돌)에 조각했으며, 오른쪽의 성수대는 우리나라 고유의 도자기 모양을 본딴 것이고, 왼쪽의 강론대는 장구모양으로 장구소리처럼 복음이 널리 울려 퍼져나가라는 것을 상징한 것입니다.

 

그리고 정면의 부조는 103위 성인 성녀상입니다. 제대를 중심으로 오른쪽에는 왕 중의 왕이신 그리스도의 모습을 우리나라의 임금님으로 표현하였습니다.

 

제대를 중심으로 왼쪽에는 아기도령의 모습인 예수님을 안고 계신 성모 마리아님도 우리 왕후의 옷을 입으셨고, 성모님을 중심으로 새남터에서 순교하신 주교님과 신부님과 평신도와 갈매못에서 순교하신 세 분 프랑스 신부님들이 계십니다.

 

그리고 그림 아래의 출렁이는 바다는 이 세상의 세파를 표현했고 성전 양쪽 벽면에 있는 14처의 예수님과 로마병사들도 우리식으로 표현했습니다. 종탑은 목조 3층 탑 형식으로 종은 파리외방전교회의 순교자 후손들이 보내 주신 헌금으로 마련한 것입니다.

 

지금은 서울에서도 부유촌 가운데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들이 많고,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사목이 어려운 곳이어서 이렇게 추운 날이면 신자들을 더 걱정할 사목자들을 생각하면서 순교자님께 전구기도를 드리며 떠났습니다.

 

<순교자 현양, 제60호(2001년 2월 7일), pp.6-7>

댓글 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

한국 성인 성지

목록 전체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