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문서와 자료 보관 관리 허술
전국 각 교구는 교회법(제482∼491조)에 근거, 문서고를 두고 성사대장 등 영구보존문서를 보존하고 있으나, 여타 중요 문서나 사제 강론원고 등 자료는 일부 본당을 제외하고는 보존되지 않고있어 현대 한국교회사가 자칫하면 공백으로 남을 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교회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특히 한국전쟁을 전후한 시기의 순교자 연구나 현대 교회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주교 및 주요 성직자의 강론 자료와 일기는 물론 각종 문건과 유물조차 변변하게 남아 있지 않고, 본당주보의 경우도 완벽하게 보관하지 못하는 본당도 많다는 지적이다.
지난 97년 주교회의는 가을 정기총회에서 '교구 문서고 운영 준칙'을 마련한 바 있으며 일부 교구에서는 문서고를 확충하는 작업을 해왔다. 대구대교구는 최근 교구청 본관 1개층을 비워 문서고를 설치, 국내 자료를 보관하는 내문서고와 교황청 및 외국교회와의 교류 자료를 비치하는 외문서고로 분류했다. 지난해 11월 교구 시노드를 폐막한 인천교구도 교구청 4층에 문서고를 두어 시노드 자료와 각 부서 자료, 성사대장 등을 비치하고 새로 신축하는 본당에는 문서고 설치를 의무화 시켰다.
이와 관련, 교회사학계 관계자들은 교구 문서고의 확충과 보존 연한이 지난 문서의 자료실 이관, 또 이를 연구하고 전시할 교구 박물관의 신축 등을 장단기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으며 나아가 교회사 관련 자료의 마이크로 필름화 및 전산화도 제안하고 있다. 또 이탈리아나 프랑스 교회처럼 교구에서도 최소한 주교좌본당에는 '주교좌 박물관(두오모 뮤제)'을 두는 방안도 내놓고 있다.
서울대교구 홍보실장 정웅모 신부는 "각종 교회문서나 공문, 자료 등은 우리 교회의 과거를 살펴보고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소중한 유산임에도 불구하고 이들 자료의 보존이 소홀한 것 같다"며 교회 자료 관리 보존에 대한 교회당국의 적극적 대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평화신문, 618호(2001년 3월 18일), 오세택 기자>
[해설] 교회 문서 및 자료 보관실태와 대책은
한국교회는 90년대 들어 교구 문서고를 확충, 9개 교구가 교구 문서고(별도 공간)를 설치하는 등 일정한 성과를 보였으나 자료의 보존 및 관리가 취약할 뿐 아니라 특히 10년 주기로 파기된 교회문서들에 대해서는 보관할 자료실조차 제대로 없는 실정이다.
교구가 관리, 보관해야 할 자료들은 교구행정자료, 각 위원회 기획 및 진행 자료, 각종 사목보고서 및 회계문서, 본당 주보, 교세통계, 서품사진첩 등과 함께 역사자료 등 엄청나다. 성직자들의 강론 자료도 한 개인의 개인적인 삶인 동시에 교회의 역사, 특히 본당사에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보존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조선교구 설정 150주년, 한국천주교회 200주년, 제44차 서울세계성체대회, 김대건 신부 순교 150주년 등 한국교회사에 중요한 분기점을 이루었던 각종 행사 관련 자료들도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고 있어 주요행사 집행시 매번 기획부터 새롭게 시작해야 하는 안타까움을 안겨주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한국교회의 현대 교회사 연구의 어려움이라는 현실로 이어지고 있으며, 생존 사목자와 수도자, 평신도 등 증언자들이 타계할 경우 교회사가 '공백'으로 남게 될 것이라는 주장조차 제기될 정도다.
우리 현실과는 달리 외국 교회, 특히 서구교회는 교회 자료의 보존과 연구를 가장 중요하게 여겨 가장 좋은 공간을 자료실과 전시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한국 전교에 가장 큰 역할을 한 파리외방전교회의 경우 본관 1층에 자료실과 순교자 박물관을 두어 김대건 신부의 서한과 십자고상, 순교자 소품, 한국교회 200주년 행사 자료 및 사진 등을 전시하는 별도의 한국교회관을 두고 있으며, 프랑스어와 영어, 한국어, 중국어, 일어 해설까지 붙여놓고 있다. 특히 2층에는 도서관 및 고문서 자료실을 두어 한국교회사 연구자들이 집중적으로 찾는 자료실로 활용되고 있다.
또 유럽 각국 교회들은 성당이라는 유형의 자산과 함께 교회 일지를 비롯해 각종 연혁, 문서, 유물 등을 소장하는 자료실이나 자체 박물관을 두고 교회문화재의 보존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숭실대 부설 기독교박물관은 특히 정약종(아우구스티노) 세례 명장과 저서 '주교요지', 초상화(이희영 작)을 비롯해 초기 천주교 신자들의 세례대장, 국내 최초의 천주교 신자 화가인 이희영(루가)의 '견도', 김대건 신부의 세계 지도, 기해일기, 예수회 선교사 마테오릿치의 '곤여전도'(1674년)와 '양의현람도'(1603년, 세계유일본) 등 천주교 유물만 수십여점을 집중 수집, 소장해 천주교회사 연구를 타교파 박물관에서 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한국교회가 각종 교회자료를 보존해야만 하는 이유는 이를 통해 과거 교회사를 되돌아봄으로써 현재 교회를 점검하며 교회의 미래를 전망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교구 문서고와 자료실의 확충뿐 아니라 교회 박물관 등을 신축해 각종 교회 사료들을 체계적으로 보존 관리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교회사 연구자들은 "교회사를 제대로 쓰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각종 자료의 빈틈없는 보존이고, 자료의 보존은 이를 교육자료로 활용하는 데 그 의미가 있다"면서 " 주임 신부의 임명장 같은 자료부터 시작해 각종 자료와 유물을 제대로 관리 보존하는데 전 교회가 힘을 쏟아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평화신문, 618호(2001년 3월 18일), 오세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