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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는 말은 예수님께서 12년간 하혈하던 여인(마르 5,34)과 예리고의 소경 바르티매오에게 하신 말씀이다. 그들은 군중에 둘러싸인 예수님을 만나기 위해 예수님의 옷에 손을 대거나 큰 소리를 질러 예수님의 주의를 끈 인물들이다. 특히 바르티매오는 많은 이가 조용히 하라고 꾸짖었음에도 불구하고 더욱 큰 소리로 예수님의 자비를 거듭 부르짖는 집요함을 보인다. 그의 태도는 이스라엘 백성의 울부짖는 소리가 하느님에게까지 다다라서 마침내 하느님이 당신 백성을 종살이에서 해방시키신 출애굽 사건을 연상시킨다(탈출 3,7-10). 하느님께는 모든 것이 가능하지만 이 가능성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불굴의 믿음이 필요하다. 믿음은 주님의 자비하심에 대한 전폭적인 신뢰이다. 구경꾼의 호기심을 채워 주는 마법과 달리, 예수님의 기적은 수혜자의 강한 믿음과 인격적인 신뢰를 통해 실현된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속담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는 말씀 간에는 본인의 믿음과 노력이 먼저 요청된다는 점에서 유사점이 있다.
유학시절, 여름방학을 이용하여 프랑스의 어느 본당에서 사목활동을 하던 때의 일이다. 그곳은 휴양지의 큰 본당이었기 때문에 단골 거지들이 미사 때마다 와서 성당 정문과 뒷문을 지키고 구걸하고 있었다. 뒷문 담당 거지들은 한 쌍의 남녀였는데 늘 술에 취해 주정을 했고, 돈을 주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마구 욕을 해대는 통에, 신자들은 가급적 뒷문을 이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정문 거지는 눈이 파랗고, 옷차림도 단정한 40세 전후의 말쑥한 신사(?)였다. 그는 날마다 깨끗하게 면도를 한 단정한 모습으로, 성당을 드나드는 사람들에게 공손히 인사를 하고, 미사중에는 성당 마당을 청소하는 친절함까지 겸비하여, 많은 이들의 동정과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었다. 한 번은 그와 점심식사를 함께 하면서 그의 지나온 이야기들을 소상히 듣게 되었다. 태어나면서부터 고아원에 버려졌다는 그는 ‘사랑받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양부모님의 소망에 따라 ‘에메’(aime) 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고, 전기공의 직업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였다. 그는 결혼하여 아들 하나를 두었으나 실직 생활이 오래되자, 부인이 집을 나갔고, 결국 아는 사람에게 아들의 양육을 맡기고 이곳으로 오게 되었다. 그는 성당에서 구걸하는 것 외에도 식당에서 청소하여 번 돈으로 매달 아들의 양육비를 보내고 있었다. 얼마 후, 에메는 길에서 만난 어느 노신사가 자신을 별장지기로 고용했다는 소식을 전해 주었고, 여름이 끝나가던 무렵, 마지막으로 그를 만났을 때는 그 사이에 여자 친구가 생겨서 그녀와의 결혼을 꿈꾸고 있다는 한편의 드라마 같은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그 뒤의 이야기는 안타깝게도 들을 기회가 없었다. 그러나 아들의 양육비를 벌기위해 구걸도 마다하지 않고 열심히 살아온 그를 하늘도 반드시 도울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사실 우리는 저마다 영적인 장애를 지니고 살아간다. 이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바르티매오처럼 주님의 자비에 호소하는 질긴 믿음이 요구되고 좌절과 시련에서 벌떡 일어나 주님께 나아가는 용기가 필요하다.
● 백운철 스테파노 신부·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