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해 연중 11주간 목 마태오 6, 7-15- 아이고 이 돈, 풍산개 살건디...
“너의 아버지께서는 너희가 청하기도 전에 무엇이 필요한지 알고 계신다.”
오늘 복음은 우리가 잘 아는 주니의 기도입니다.
주님의 기도 안에는 우리가 하느님께 드리는 찬미와 감사, 여러 청원 등 모든 지향이 담 담겨있는 기도입니다. 하느님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는 것만큼 하느님을 찬양하고 영광스럽게 하는 것은 없습니다.
우리의 죄와 허물을 용서해 달라고.. 우리에게 필요한 은총을 달라는 청원이 담긴 소중하고, 아름답고, 가장 완전한 기도문입니다.
또한 복음은 우리가 늘 하느님께 용서를 받듯이, 우리도 우리에게 아픔과 상처를 준 사람들을 용서해 주어야 함을 알려줍니다.
이렇게 오늘 복음은 ‘주님의 기도와’ ‘용서’가 주제입니다.
이 주제에 맞게 강론을 준비해야 하는데, 이와는 다른 관점으로 준비했습니다.
주님께서는 주님의 기도를 알려주시기 전에, “너의 아버지께서는 너희가 청하기도 전에 무엇이 필요한지 알고 계신다.” 라고 말씀하십니다.
지난 두 달 정도 제게 일어난 일을 되돌아보면서 ‘정말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청하기도 전에 필요한 것을 알고 계시고, 또한 내려주시는 분이시구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그다지 개 키우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밥 주기고 귀찮고, 아무리 스스로 큰다 하여도, 이런 저런 걱정꺼리를 안겨줄 것 같기 때문입니다. 특히, 집안에서 키우는 것은.. 애완견을 품에 안고 있는 모습은 제게 있어 있을 수가 없는 일입니다.
개는 개고 사람은 사람입니다. 개가 개의 본성에 부합되어야지, 사람의 모습을 닮으려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곳 표선성당에서 지내다 보니, 분위기가 너무 조용하고 적적해서 그런지, 사제관 옆 마당에 개 한 마리 키워도 좋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왕 키울거 신자 분들이 입맛을 다시며 눈독을 들이지 못하는 개를 키워야겠다는 마음에 풍산개를 키우려고 했습니다.
성읍리에 가기 바로 전에 토종닭과 풍산개를 키우는 곳이 있어 가격을 알아 볼 겸 찾아갔지만, 주인이 없었습니다.
한 달쯤 지난 뒤, 다시 찾았지만, 그 때에도 주인을 만나지 못했습니다.
‘풍산개가 나에게 있어 제갈량과 같은 존재인가? 다음에는 아예 돈을 가져와서 사가야겠다.’고 생각하며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풍산개가 일반 똥개와는 달리 비싸지만, 강아지는 3-40만 원 정도면 살 것이다.’ 생각하며 돈을 모았습니다.
그런데, 한 2주전쯤, 개를 사러가려고 하는 때쯤에, 차에 이상이 생겼습니다.
잘 작동되던 오토기어가 갑자가 작동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아무리 기어를 ‘D’에 놓고 엑셀을 밟아도 알 피엠만 올라갈 뿐, 차가 앞으로 잘 나가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차가 오래되다 보니, 이상이 생겼나? 혹시, 기어 미션이 나간 것이 아닌가?’생각하며 카센터에 가보니, 생각이 현실이 되었습니다.
웬만하면 고장이 나지 않는 기어 미션에 이상이 생긴 것입니다.
차를 운전해본 기사분이 ‘어떻게 운전하셨습니까? 기어가 나간 것 같습니다.’라고 묻자, 저는 ‘그냥 평소대로 운전했습니다. 달리다가 속도가 붙으면 D에서 N으로 놓고, 신호가 막히면 미리 N으로 놓고 그 정도입니다.’ 라고 말씀드리자, 기사분이 웃으시며 ‘오토를 스틱처럼 운전해부렀구나예!!! 오토는 그렇게 운전하면 안 됩니다. D에서는 오일 공급이 원활하게 되지만, N에서는 오일이 공급되지 않습니다. 그렇게 운전하니, 기어가 나가버린 것입니다.’ 라고 자세하게 알려주셨습니다.
15년 넘게 스틱만 운전하다 작년에 오토로 바꾸었지만, 여전히 운전 습관은 스틱이었습니다. 오토를 스틱처럼 운전하면 안 되는 것을 그때야 알았던 것입니다. 그 지식이 값이 거금 45만원이니, 참 대단한 지식인 것 같습니다.
순전히 저의 부주의로 인한 잘못이니, 어디 가서 하소연도 못하고 풍산개 사려고 가지고 있던 돈을 지불하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그렇게 아쉬울 수가 없었습니다.
‘아이고, 그 돈이 어떤 돈인데, 풍산개를 사야할 돈인데...’ 라는 후회가 되었지만, ‘하느님께서 개를 키우지 말라고 하시는구나...’ 하며 쓰린 마음을 추슬렀습니다.
그러다가 오늘 한 형제님으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신부님, 진돗개 키우쿠과?...’
복음도 이런 복음은 없습니다.
순간, 저의 머릿속에는 ‘하느님께서 풍산개가 아니라, 진돗개를 키우라고 하시는구나... 진정 내가 바라는 것을 들어주시는 분이시구나... 그 바램이 참된 바램은 아니라 하더라도... 간절히 원하는 은총이 아니라,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것이라 하더라도... 내가 원하는 것을 미라 알고 계시고, 어떻게든 그 바램을 꼭 들어주시는구나...’는 생각에 감사를 드렸습니다.
편협하고 개인적인 제 체험을 통해서만이 아니라, 우리가 알고 있고 지니고 있는 믿음은, 하느님께서는 늘 우리에게 우리가 필요한 것을 내려주시는 분이라는 사실입니다. 우리가 달라고 청하기도 전에 필요한 은총을 내려주시는 분이십니다. 다만, 우리가 그 은총을 알지 못하는 것뿐입니다. 이미 충분히 받았음에도 느끼지 못하는 것뿐입니다.
늘, 우리에게 좋은 것을.. 필요한 것을 내려주시는 하느님께 감사와 찬미의 마음을 담아 주님의 기도를 드립시다. 또한 우리와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을 용서하고 또 용서를 하도록 노력합시다.
온 마음으로 주님의 기도를 드리고, 용서를 잘 해준다면, 우리가 못 얻어 누릴 은총은 없습니다. 우리가 하느님 나라에 가는 여정 안에서 우리의 발목을 잡아 가던 길을 멈추게 하는 것은 하나도 없을 것입니다. 아멘.
진돗개에 눈 독 드리지 맙써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