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나라 은행의 통장 - 민병섭 신부님 2007.05.27

2007. 5. 28. 오전 8: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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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령강림 대축일

 

 

오늘은 성령강림 대축일입니다.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후 40일동안 제자들과 함께 지내시며 그들의 신앙을 돈독하게 하셨고 당신을 위한 증인으로서의 모든 수업을 마치신 후 승천하시어 하느님 아버지의 오른편에 좌정하신지 10일만에 성령이 사도들 위에 임하셨습니다. 이미 세상을 떠나 아버지에게로 돌아가시기 전에 약속하셨던 대로 성령을 보내주셨습니다.

 

모든 것이 무서워 조그만 다락방에서 문을 닫아걸고 함께 기도에만 전념하고 있던 사도들 위에 바람과 함께 혀 모양의 불꽃으로 성령이 임하셨고, 이제 사도들은 새로운 사람으로 바뀌게 되었던 것입니다. 예수님이 잡히시던 날 밤에 무서워서 모두 도망을 갔던 제자들이, 그리고 부활하신 후에도 유다인들이 무서워 주님의 부활하셨음을 제대로 알리지도 못하고 숨어서만 지내던 그들이었지만, 이제는 과거의 그런 나약하고 겁 많은 사람들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모든 사람들이 기도하러 성전에 모이는 바로 그 시각에 사도들은 그들 가운데서 주님의 부활을 선포하기 시작하였으며, 유다인들의 잘못을 용감하게 지적하기 시작하였던 것입니다. 바로 교회가, 유다교와는 다른 그리스도를 믿는 교회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던 것입니다. 그러하기에 교회는 바로 오늘, 성령강림을 교회의 탄일로 정하여 지내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은 현대의 그리스도인이라고 자처하고 있는 우리들이 오늘, 교회의 탄일이며, 성령이 임하셨던 날을 기념하면서 묵상하고 배워야할 것들 중에서 한가지만을 묵상하여 보도록 하겠습니다.

 

옛날에 한 아버지가 자기의 재산을 전부 은행에다 저금하여두고 저금통장을 아들에게 주고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그러나 아들은 무식하였기 때문에 저금통장이 무엇인지를 모르고 굶어서 죽었다.』

 

이것은 우스운 이야기지만 오늘날 신자들 중에도 이와 같은 사람이 있는 것이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주실 은총을 하늘나라의 은행에 저축해 두시고 제한 없이 마음대로 찾아다 쓸 수 있는 성령을 통장으로 주시고 승천하셨다. 그런데 일부 신자들은 성령이 하늘나라 은행의 통장인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자신의 영혼을 죽이려고 한다. 바오로 사도는 우리들에게 “여러분은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느님의 백성이 되었습니다. 이것을 확인하는 표로 하느님께서는 여러분에게 약속하셨던 성령을 주셨습니다. 성령께서는 우리가 받을 상속을 보증해 주시고 ..”(에페 1,13-14) 라고 말씀하시면서 성령을 받은 것이 바로 우리들이 하느님으로부터 영원한 축복과 자유를 얻는 통장임을 말씀하시고 계시다.

 

이러한 성령이 우리들에게 주시는 은총의 선물은 사람마다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곧 성령을 통해 받는 하느님의 축복이 여러 가지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을 다른 측면에서 말하자면 하느님의 은총은 우리의 다양한 역할을 통하여 이 세상에 주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지혜의 은혜를 받고, 어떤 사람은 지식의 말씀을, 어떤 사람은 병을 고치는 능력을 받는 등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은 하나의 공동목표를 향하고 있다. 곧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드러난 하느님 나라의 선포이며, 그분을 통해 우리들이 누리고 있는 참된 기쁨과 자유를 이웃들도 함께 느끼게 하는 것이다. 이처럼 모든 그리스도인은 같은 목표를 향해 뛰고 있는 것뿐만이 아니라, 바로 같은 성령을 통하여 그리스도 안에 한 형제요, 아니 한 지체로서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들이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한 몸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을 말하는 동시에 우리들 각자가 그리스도의 몸에 한 부분으로 이 세상을 살아야 한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예수 그리스도는 이제 이 세상에 육체의 형상을 가지고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하기에 이 세상에서 무슨 일이든지 하고 싶으시면 자기를 위해 그 일을 대신해 줄 인간을 찾아내야 한다. 아이들을 가르치고자 할 때에는 아이들을 교육하는 교사를 찾아내야 한다. 병자를 고쳐 주고자 하시면 그러한 자기의 일을 맡아줄 의사를 찾아내야 한다. 자신에 대하여 말하고자 하시면 누군가가 그 말을 해 줄 사람을 찾아내야 한다. 우리는 문자 그대로 그리스도의 몸이며, 그리스도의 일을 해야 할 손이며, 그리스도를 위하여 심부름하기 위해 뛰는 발이며, 그리스도를 위해 말하는 목소리가 되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그리스도인들의 최고의 영광이다. 우리는 지상에 있는 그리스도의 몸의 한 부분으로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진리의 성령이 오시면 너희를 이끌어 진리를 온전히 깨닫게 하여 주실 것이다.”(요한 16,13)라는 주님의 말씀대로, 우리가 진정으로 주님의 몸이 되고자 할 때, 그리고 주님의 일을 바르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성령을 우리 가운데 모셔야 한다. 그리고 그분의 음성을 귀기울일 때만이 우리들은 이 세상에서 주님의 몸을 드러내는 증인들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은 성령강림 대축일입니다. 단순하게 과거의 성령강림을 기념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성령강림이 되게 하기 위해서는 우리들이 성령의 은혜를 느껴야만 하는 것입니다. 오늘 미사를 지내면서 우리들에게 임하신 성령이 잠들지 않도록 깨워드려야 할 것입니다. 우리들이 조금만 겸손하고, 조금만 자존심을 버릴 수 있다면 쉽게 이웃들을 위해 먼저 손을 내밀 수 있을 것이며, 모든 이웃들에게 이해되고 호감이 가는 행위도 할 수가 있을 것입니다. 주님께 좀 더 겸손하고 좀 더 자신보다는 이웃을 생각할 수 있는 지혜를 달라고 청하며 이 미사를 봉헌하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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