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령이 어떤 분이십니까?"
물으면 대부분 신자들은 우물쭈물 대답을 못하고 겨우 한다는 소리가 이 정도입니다. "성신이요." 많은 분들이 성령은 성령 세미나를 하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으로 여기고, 또 성령 세미나에 열중한 사람들은 성령을 마치 자기 손아귀에 쥐고 있는 것처럼 생각하기도 합니다. 어떤 분들은 성령 세미나의 일부 과정에서 사람들이 성령에 도취하여 열광적으로 소리를 지르고 울부짖으며 노래 부르는 것을 보고 "나는 성령과는 안 맞는 것 같아요. 성령이 무서워요"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잘못되었지요. 성령은 나와 상관없는 분이 아니고 성령 세미나를 하는 일부 신자들의 전유물도 아닙니다. 오늘 성령강림 대축일을 지내며 성령이 어떤 분이신지 알아보고, 나의 전 생애를 성령께서 인도해 주시는 살아 있는 삶을 살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성경에 따르면 성령은 비둘기 형상이나 바람, 또는 숨이나 불혀의 모습으로 내려오신다고 표현되어 있습니다. 창세기에 보면 성령은 생명을 부여하는 힘이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사람을 진흙으로 빚어 만드시고 그 형상에 숨을 불어넣으심으로써 사람이 되게 하셨습니다. 또 신약성경은 그 시작부터 성령의 역사임을 드러냅니다. 가브리엘 대천사는 처녀 마리아에게 예수님의 임신 사실을 알리자 "저는 남자를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루카 1,34)하고 응답합니다. 그 때 천사 가브리엘은 이렇게 대답합니다. "성령께서 너에게 내려오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힘이 너를 덮을 것이다."(루카 1,35) 즉, 성령에 의한 잉태라는 것이지요. 뿐만 아니라 예수님께서 요르단 강에서 세례를 받으실 때 성령께서 비둘기 같은 형체로 내려왔으며, 마귀를 물리치고 병자들을 고치시며 가난한 이들에게 복음을 선포하시는 그 모든 일을 성령과 함께 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승천하시기 전에 제자들에게 약속하십니다. "내가 아버지께 청하면, 아버지께서는 다른 보호자를 너희에게 보내시어, 영원히 너희와 함께 있도록 하실 것이다."(요한 14,16) 다른 협조자란 말할 것도 없이 성령을 두고 하신 말씀이지요. 이렇게 약속해 주신 성령은 오순절이 되어 모두가 한자리에 모여 있을 때 "하늘에서 거센 바람이 부는 듯한 소리가 나더니, 그들이 앉아 있는 온 집 안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불꽃 모양의 혀들이 나타나 갈라지면서 각 사람 위에 내려앉았습니다."(사도 2,2-3) 예수님의 부활을 체험하고서도 유다인들이 무서워서 다락방에 숨어있던 제자들은 오늘 성령 강림을 체험한 후에 문을 박차고 나와 유다인 앞에서 예수님은 구세주이시라고 당당하게 증언하기 시작하지요. 성령의 지혜를 받은 제자들 언변에 당대의 내로라하는 학자들도 쩔쩔 맵니다. 뿐만 아니라 성령을 받은 사도들은 앉은뱅이를 고치고 악령을 쫓아내는 등 권위 있는 말씀과 기적을 행해 보였고 "사람들은 병자들을 한길까지 데려다가 침상이나 들것에 눕혀 놓고, 베드로가 지나갈 때에 그의 그림자만이라도 누구에겐가 드리워지기를"(사도 5,15) 바랄 지경이 되었습니다. 마침내 제자들은 죽음까지도 뛰어넘는 힘을 갖습니다. 첫 순교자인 스테파노는 돌에 맞아 죽어가면서도 성령에 가득 차서 자신을 돌로 치는 사람들을 위해서 기도하며 죽어갔습니다. 이렇듯 성령은 교회를 태동시킨 분이시고, 우리 교회를 이끌어 가는 생명이시며, 우리 신자들을 하느님의 사람으로 거듭 새롭게 태어나도록 도와주는 힘, 그 자체이십니다. 그러므로 성령을 모르는 개인이나 단체 또 교회 공동체는 단지 인간 집단에 불과한 것입니다. 우리 천주교회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칠성사도 성부 성자 성령의 이름으로 베풀어지며 밀떡이 예수님의 성체로 변화할 때 사제는 그 위에 손을 얹으며 "간구하오니, 성령의 힘으로 이 예물을 거룩하게 하시어,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몸과 피가 되게 하소서"하고 기도합니다. 그렇습니다. 성 변화의 주체는 바로 성령이십니다. 이렇게 만물을 거룩하게 하고 인간의 경지를 넘어 천상의 경지에 들어설 수 있도록 이끌어 주시는 분이 성령이시며 우리가 세상 사람들과 다른 삶을 살 수 있는 은총은 성령에게서 비롯됩니다. 여러분 모두 성령 충만한 삶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
<성령강림대축일2007-5-27>성령을 받아라 - 이기양 신부님
2007. 5. 25. 오전 8:10:07
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