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5.09 /당쟁이 덩굴 - 이찬홍 신부님

2007. 5. 11. 오후 10:05:38

글자
다해 부활 5주간 수 요한 15, 1-8- 당쟁이 덩굴

가끔 동네를 다닐 때, 지붕 위나 담과 가로수 등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담쟁이 덩굴입니다.
성당 마당에 있는 성모 동굴과 큰 소나무에도 담쟁이 덩굴이 멋있고 싱그럽게 달라붙어 있습니다.

문득, 담쟁이 덩굴이 어떤 식물일까? 궁금해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 보았더니, 포도나무 과에 속하는 식물이었습니다.
제가 원하는 답은 분명하게 나와 있지 않았지만, 아마도 땅에 뿌리를 내려 자라는 식물이 아니라, 담이나 나무 등을 이용하여 줄기를 뻗는 식물이 아닐까 합니다.
곧, 자기 혼자만으로는 살아갈 수 없고, 반드시 담과 나무에게 도움을 받아야만 살아갈 수 있는 그런 식물이 아닐까 합니다.
그러기에 소나무에 의지하며 자신이 싱그러움과 풋풋함을 드러내어 보는 이의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담과 나무가 아무리 당쟁이에게 함께 살아갈 것을 허락하여도, 당쟁이 스스로 타고 오르려는 마음이 없으면... 자신의 덩굴을 뻗어가려는 노력이 없으면... 당쟁이 덩굴은 살아가지 못합니다.
이렇게 담쟁이 덩굴은 상대방 안에 머물러야 하고, 자신의 노력에 의해 우리에게 멋과 아름다움을 전해주는 것입니다.

복음에 예수님께서 “너희가 나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라고 말씀하십니다.
그 이유는 ‘당신께서는 포도나무이고, 우리는 그 가지이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주님께서 포도나무이고, 우리가 그 가지이기에... 우리가 주님 안에 머무를 때, 주님께서도 우리 안에 머무르게 되고, 많은 열매를 맺게 된다는 말씀입니다.

반대로, 가지인 우리가 주님 안에 머무르며 붙어있지 않으면... 우리가 생명을 지니지 못한 채, 말라버려 불에 태워질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참으로 맞는 말씀입니다.
살면서 절실히 느끼는 것은...
주님께서 포도나무요, 우리는 그분의 가지라는 점입니다. 주님 없으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그런 나약하고 무능한 존재라는 사실입니다.
자신에게 많은 능력과 힘이 있어서 늘 자신감에 차 있고, 그런 능력과 자신감으로 만은 일을 행한다 하더라도... 실제 그 능력으로 많은 성공을 이루었다 하더라도... 주님 없이 이루어진 그 성공, 결실이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입니다.

자신에게 있는 많은 능력과 힘도 스스로 얻게 된 것이 아니라, 주님 안에 머물기 때문에... 주님과 늘 일치해 있기 때문에 지니게 되는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주님 안에 머물지 않으면 금방 사라져 버리는 것이요, 아무런 열매를 맺지 못하는 능력과 힘이기 때문입니다.

주님께서 만드신 창조물들은 모두가 선합니다.
그 창조물을 통해 주님의 사랑과 섭리를 느끼고, 자신의 참 모습을... 자신이 어떠한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해 준다면 우리에게 더욱 유익하고 이로운 선물이 됩니다.

서두에서 말씀드린 당쟁이 덩굴이 그러합니다.
당쟁이 덩굴은 봄의 싱그러움과 풋풋함을 가득 담고 있어 보는 이들에게 기쁨과 즐거움을 주는 식물이지만, 담이나 나무 등의 도움 없이는... 그 안에 머물지 않고서는 아무런 의미를 지니지 못하는 식물입니다.
열매를 맺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자라나질 못합니다.

우리도 주님 안에 머물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고,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존재이기에... 당쟁이 덩굴은 우리와 참 낳이 닮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너무 흔하여 별 의미 없이 생각되던 당쟁이의 모습이 오늘따라 우리의 신원과 정체성, 존재의 이유를 분명하게 깨닫게 해주는 것은 은총의 달인 오월에 우리에게 전해주는 또 하나의 선물입니다.
오고가며 당쟁이 덩굴이 보이면 ‘참, 고맙다.’ 라고 인사해도 좋을 듯싶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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