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원 신부
◆신학교 시절 라틴어를 가르치신 교수 신부님께서 강의 중에 “알아들어?” 하시던 말씀이 떠오릅니다. 하나라도 정확하게 알려주시려고 노심초사하며 가르치던 그 호랑이 신부님은 하늘나라로 가셨지만, ‘알아들어?’ 하시던 그 말씀은 예수님의 복음을 이해하는 열쇠처럼 남아 있습니다.
유다인들이 예수님을 에워싸고 자못 험상궂은 분위기로 대답을 강요합니다. “당신은 얼마나 더 오래 우리의 마음을 조이게 할 작정입니까? 당신이 그리스도라면 그렇다고 분명히 말해주시오.”
예수께서는 이미 말씀과 행적으로 구세주라는 것을 보여주셨지만 정작 유다인들은 어떤 위협과 불안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인지 예수께서 하신 말씀과 행적을 그대로 순수하게 알아듣고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인간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자기 중심적이고 이기적이어서 자기의 주관적인 상상이나 판단, 욕구에 마음이 가리워지면 참된 것을 믿기가 어렵습니다. 예수께서는 이러한 우리에게 믿음에 대하여 말씀하셨습니다. “내 양들은 내 목소리를 알아듣는다. 나는 그들을 알고 그들은 나를 따른다. 나는 그들에게 영원한 생명을 준다”(요한 10,27-28ㄱ).
믿음을 얻기 위해서는 먼저 예수님의 말씀을 알아듣는 것이 필요합니다. ‘알아듣는다’는 것은 단지 어떤 소리를 귀로 듣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열고 듣는 것이며, 마음과 감정으로 공감하고 동의하는 것이며, 그 말씀에 복종하여 실천하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마치 양들이 양순하고 겸손하게 목자의 음성을 알아듣고 따라다니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온전한 믿음을 얻지 못하는 이유는 아마도 온전히 알아듣고 따르지 못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보고 듣고 아는 것이 너무나 많아서 예수님의 음성을 알아듣는 것이 어려워져 버렸습니다. 내 마음의 여러 가지 생각과 바깥의 호기심이나 재밋거리나 행동주의에서 나오는 소음으로부터 잘 알아들을 수 있는 침묵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침묵 가운데서 예수님의 음성을 더욱 분명히 잘 알아듣고 온전한 믿음이 싹트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온전히 마음을 다해서 알아듣고 온몸으로 따르는 믿음 안에서 ‘아버지와 나는 하나다’라고 말씀하신 대로 하느님과 일치하는 충만한 생명의 기쁨을 누리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