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가 홀로 산다는 것은 절대 외로운 것이 아니다.오히려 신앙 안에서는 자유롭고 충만해질 수 있다.그런데 신자분들은홀로 살아가는 신부를 애처롭게 바라본다.힘들지 않느냐고 혹은 외롭지 않느냐고 묻는다.항상 씩씩하게(?) 살아가는데도신자분들 눈에는 외롭고 힘들게 보이는가 보다.
어제는 필요한 물건을 살 일이 있어 오랜 만에 외출을 했다.이것저것 사다가 양말이 필요해서 양말 파는 가게에 들어갔다.양말을 이것저것 보고 있는데 주인 아주머니 하시는 말씀이“마누라가 양말을 안 챙겨줘요?“하시는 것이 아닌가?
내가 그냥 씨익 웃자 주인 아주머니는"아! 아직 결혼을 못하셨구만!" 한다.내가 어이없어 쳐다보자아주머니는 오히려 나를 측은해 하는 눈빛으로 쳐다보시는 것이아닌가!결혼할 나이가 지나서 혼자 살아가는 것이이상하게 보였던 모양이다.그날 그 아주머니께서는 덤으로 양말 하나를 더 주셨다.혼자 살아가는 내가 측은해서 주신 선물이었다.
사제 수품 때하느님께 드렸던 그 약속과 은총은 참으로 큰 것이었고신부들은 그 사랑으로하여 아쉬울 것이 없는데...신부를 바라보는 눈은 신앙의 눈이 아니라세속의 눈일 때가 더 많다.종교에 귀의한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절대자에게온전히 바치고자 한다.그래서 세속의 외로움과 어려움들은 더 이상 방해가 되질 않는다.
신부로 살아가면서 인간적 집착이 가끔은하느님과 거리를 멀게 만들지만그것은 혼자 산다는 이유에서 나오는 것은 아니다.오히려 홀로 지내면서 많은 사람을 사랑할 수있고더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다.하느님과 결합된 사제 직분은일방적 짝사랑이 아니기에늘 그분과 함께 숨쉬고 함께 지낼 수 있다.아마 신자분들은 이런 감동과 설렘을 잘 모르실 것이다.
오늘도 조용한 사제관 책상에 홀로 앉아자연의 소리를 들으며책을 읽고 있는 내 모습을...하느님께서는 기특하게 보실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내가 행복하고 또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것은바로 그런 하느님께서 나에게 주신 선물이다.
어제 양말가게 아주머니께서 나를 측은하게 바라보던 그 모습이아직도 떠오른다.하지만 하느님과 결혼한 이유로양말 한짝을 얻어 신을 수 있었으니 이것도 감사하게 생각한다.신부로 홀로 산다는 것은바로 하느님과 함께 산다는 것임을다시금 생각해 본다......,- [사목일기] 중에서 -
[강론] 하느님과 함께 사는것[최혁순신부님] /2007.05.01
2007. 5. 2. 오전 8:5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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