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제3주간 금요일(사행 9,1-20/ 요한 6,52-59)
요즘 들어 가톨릭과 개신교의 관계에 대해 가끔 생각해보곤 합니다. 가톨릭이 없어진다면 저 개신교가 과연 존속할 수가 있을까? 가톨릭이 건재하기 때문에 개신교가 존속한다고 말하면 너무 아전인수 격이라고 할 사람도 많을 것입니다. 그래도 가톨릭이 있기 때문에 개신교가 존속한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개신교가 가톨릭은 마리아를 제4의 신격처럼 신봉한다고 비난도 합니다만, 한국 개신교는 성찬례를 거의 거행하지 않습니다. 예수님께서 자신을 기억하여 행하라고 명하신 성찬례를 거행하는 가톨릭이 한국에 없다면 이 땅에 참된 그리스도교는 존속하지 못할 것입니다.
이형기 목사님이 한국 개신교의 문제점을 지적한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한국 개신교는 유럽에서 미국으로 건너갈 때 한 번 말씀 위주의 복음주의로 걸러졌고, 다시 미국에서 한국으로 건너올 때 한 번 더 복음주의로 걸러졌는데, 그 때문에 한국 개신교가 성만찬을 너무나 소홀히 하고 있다고 지적하였습니다. 19세기 말부터 시작된 그리스도교 일치운동은 20세기 중반을 넘어서면서 많은 신학적 의견일치의 결과를 도출해내었습니다. 그중에 가장 큰 결실은 <세례와 성찬과 직제>에 관한 신학적 의견 접근이라 하겠습니다. 이 문헌에 따르면 개신교 측에서도 성찬례의 중요성을 깨닫고 성찬례를 자주 거행할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성찬례는 그리스도교 생활 전체의 원천이며 정점이다.”(교회헌장 11항)라고 천명하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예수님을 따르던 사람들은 이집 저집으로 옮겨가며 빵을 떼어 나누기 위해 모였습니다. 빵을 떼어 나누는 성찬례를 거행하는 동안 부활하신 주님께서 그들 안에 현존하신다고 믿었고, 빵을 함께 떼어 나누기 위해 모인 공동체가 바로 교회라고 믿었습니다. 교회는 성찬례를 떠나서는 생각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빵을 떼어 나누는 것은 교회의 생명입니다. 빵을 떼어 나누면서 교회는 부활하신 주님의 현존을 거행하고, 주님의 생명으로 살아가고, 교회 역시 이 사회의 구원을 위해 떼어 나누어지는 생명의 빵이 되는 것입니다.
“너희가 사람의 아들의 살을 먹지 않고 그의 피를 마시지 않으면, 너희는 생명을 얻지 못한다. 그러나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얻고, 나도 마지막 날에 그를 다시 살릴 것이다. 내 살은 참된 양식이고 내 피는 참된 음료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사람 안에 머무른다.”(요한 6,53-56). 우리는 주님의 사람이므로 성체성사를 우리의 목숨처럼 소중히 여겨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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