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4.28.토/생명의 말씀 - 김유철 신부님

2007. 4. 28. 오후 12:48:29

글자

2007.4.28.토

 

요한 복음 6장 60-69절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열두 제자에게, “너희도 떠나고 싶으냐?” 하고 물으셨다. 그러자
시몬 베드로가 예수님께 대답하였다. “주님,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주님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
 
 
 
 생명의 말씀     김유철 신부
 
예수님의 가르침이 마음에 안 들자 사람들은 이해하기를 멈춥니다.
듣기 거북하다는 표현을 하며 떠나갑니다. 예수님 앞에 모여왔던 이 사람들은
이미 ‘오천 명을 먹이신 기적’에서 기적의 빵을 먹었던 자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예수님을 스승님이라 부르고 따라다니며 가르침을 듣고 치유의 기적도 보곤
하였지만 그들 각각은 다 이방인이었고 남남이었습니다. 예수님은 기적을 통해
눈앞에 보이는 사람들이 더 이상 남남이 아닌 한 가족임을 알려주셨던 것입니다.
예수님이 하늘을 우러러 감사기도를 드리신 후 나누어준 빵을 들고 주위를
돌아보니 나의 가족과 같은 이웃들이 있음을 보게 됩니다. 새로운 의미가 나를
둘러싼 주위 사람들에게 부여된 것입니다. 서로 나눔을 하여도 하나도 아깝지
않은 것입니다. 도움을 주고 도움을 받고 하는 가운데 일체감이 싹트고 기쁨과
평화가 흐릅니다. 화목한 가정의 모습, 믿고 의지하는 공동체의 모습이
형성됩니다. 바로 하느님 나라의 예표인 것입니다. 오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처럼 하느님 나라의 씨앗을 받았지만 빵이라는 육적인 것에 그것을 빼앗기기도 하고, 왕으로 세워 로마에 복수하고자 하는 마음에 빼앗기기도 하는 등 빛보다는 어둠에 사로잡히게 되자 이제 더 이상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은 뿌리를 내리지
못합니다. 하지만 시몬 베드로를 포함한 열두 제자는 남습니다. “주님,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주님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6,68).
 
 
 
 천국의 장식
 
남편이 죽었다. 결혼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아 교통사고로 사랑하는 남편이
저 세상 사람이 되었다. … 눈물은 나지 않았다. 정신이 없는 가운데
장례를 치렀다. 많은 사람들이 위로의 말을 건네며 남편의 죽음을
기정사실화했으나 인정할 수가 없었다. 여름 휴가 때 첫아들을 안고 고향마을
바닷가를 찾자고 하던 남편의 말만 떠올랐다. 그녀는 임신 중이었다. 도대체
하느님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정말 원망스러웠다. 가난했지만 착한 마음으로
열심히 세상을 살려고 하던 남편이었다. 다니던 성당에 발길을 뚝 끊었다. 그리고 고통 가운데 해산을 했다. 남편이 바라던 대로 아들이었다. 그녀는 아들을 안고
남편의 고향을 찾았다. 동해가 보이는 고향 마을 산자락에 남편은 잠들어 있었다. 그녀는 포대기를 열어 남편이 잠든 무덤을 아기에게 보여주었다. 푸른 파도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남편을 일찍 데려간 하느님이 다시 원망스러웠다. 아들을 얻은
기쁨보다 남편을 잃은 슬픔이 더욱 컸다. “오늘이 일요일인데 왜 성당에
가지 않느냐?” 산을 내려오자 시아버지가 그녀를 불렀다. 정이 넘치는, 햇살 같은
따스한 음성이었다. “나가기 싫어서요, 아버님!” “왜?” “그이를 일찍 데려간
하느님이 원망스러워요.” “이렇게 어여쁜 아들을 줬는데요?” “네, 그래도
원망스러워요.” “아마, 그 애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게다.” 시아버지가 한참
그녀를 쳐다보다가 그녀를 마당 앞 꽃밭으로 데리고 갔다. … 꽃밭에는 장미와
달리아, 채송화와 도라지 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여기에서 꺾고 싶은 꽃을 하나
꺾어 보거라.” 시아버지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그녀는 가장 아름답게 핀 꽃송이를
꺾었다. 그러자 시아버지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것 봐라. 내 그럴 줄 알았다.
우리가 정원의 꽃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을 꺾어 꽃병에 꽂듯이 하느님도 가장
아름다운 인간을 꺾어 천국을 장식하신다. 얘야, 이제는 너무 슬퍼하지 말거라.”
정호승 외 | 조화로운삶 | <생애 최고의 날은 아직 살지 않은 날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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